‘속빈 강정’ 포스코, 황은연·권오준 레임덕 위기
‘속빈 강정’ 포스코, 황은연·권오준 레임덕 위기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권마다 정경유착, 회장 임기 만료 앞둬 혼란 가중
▲ 황은연 포스코 사장

국내 철강업계 1위인 포스코 황은연 사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깊게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해 초 최순실씨 소유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더블루K로부터 배드민턴단 등 스포츠단 창단을 수차례 요구받았다. 황은연 사장 측은 이 과정에서 비위를 맞추며 만남을 자청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그간 포스코는 민영화에 상관없이 정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회장들은 정해진 과제처럼 검찰수사를 받아왔다. 내년초 권 오준 회장의 임기가 만료하는 상황에서 정부 레임덕이 포스코 임원진들의 리더십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엔 최순실 돈줄연루 의혹

 

일부 매체가 입수한 K스포츠재단 내부 회의록에 따르면 조모 전 더블루K 대표와 고영태 상무,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 등은 지난 2월 황은연 포스코 사장(경영지원본부장)을 찾아가 배드민턴단 창단을 제안했다.

포스코는 과거 포스코특수강을 통해 배드민턴단을 운영했다. 그러나 회사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구조조정 차원에서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에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베드민턴단 운영도 자연스레 중단된 바 있다.

이 때 황 사장은 자신의 관심사인 바둑 이야기를 꺼내며 우회적으로 배드민턴단 창단을 거절한 것으로 기록됐다. 당시 포스코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요청으로 인해 K스포츠재단에 19억원 출연을 결정한 상태이기도 했다.

먼저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들의 만남이 이뤄진 날짜와 그 상황이다.

이 회의록에 따르면 황 사장과 더블루K 재단 관계자와 만남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날짜가 225일인데 이에 앞선 21일 부사장(경영지원본부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도 등기임원에는 배제됐다.

결과적으로 황 사장이 포스코 등기임원에 배제된 직후 정권 비선실세인 최 씨와 접촉을 시도한 셈이다.

또한 당시 더블루K가 설립된 지 불과 한 달여밖에 안된 소규모 회사였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런 소기업 대표를 황 사장이 직접 만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어서 황 사장이 조 씨 배후에 최 씨가 있음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사장, ‘저자세로 만남 요청

 

이후 K스포츠재단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만난 자리에서 포스코 배드민턴단 창단 문제가 다시 언급된다.

K스포츠재단 회의에서 관계자는 안 전 수석에 포스코 사장이 상당히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고 배드민턴단 창단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관심사인 바둑을 주제로 이야기했다고 전했고 안 전 수석은 이에 대해 포스코 회장에게 얘기한 내용이 사장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즉시 조치를 취하겠다는 식의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안 전 수석은 K스포츠재단 관계자에게 현재 포스코에 있는 여러 종목을 모아서 스포츠단을 창단하는 것으로 하겠다다만 이 사항은 VIP(대통령)께 보고하지는 말아 달라라고 말했던 것으로 문건에는 기록됐다.

이같은 일이 있고나서 포스코는 더블루K 측에 전화를 걸어 큰 결례를 범했다. 죄송하다는 뜻을 전하며 만남을 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측은 황 사장이 우회적으로 배드민턴단 창단을 거절을 했지만 상대가 포기하지 않은 것 같아 최대한 정중하게 거절하기 위해 만남을 요청했던 것이지 사과를 했다는 것은 과장된 것이라며 철강시장 불황으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새 스포츠단을 창단할 여력이 전혀 없었고 실제 추진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사장님의 행보가 무덤 됐다

 

이와 관련, 정민우 전 포스코 ER(대외협력실) 팀장은 지난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황은연 사장이 순실과 그의 일당들을 얼마나 친절하게 공대했는지를 보여주는 jtbc 보도가 황사장님의 본 모습을 너무나 잘 나타내 보여줬다포스코 사장으로서 위신은 간데없고 포스코 임직원들 모두를 허탈하게 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정 씨는 포스코의 미르 30억원, 케이스포츠 19억원... 황 사장님 이 돈을 내느라고 정말 수고 많으셨다미르는 재정운영위원회도 열지 않고 바로 이사회에 상정했고 K스포츠는 순실 쪽에서 요구도 하지 않았다. 즉 포스코는 징수 대상도 아니었는데 추후에 포스코가 자진해서 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말은 무리한 행보만을 하다 보니 또다른 무리한 행보를 낳게 돼 사장님의 행보가 사장님의 무덤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씨는 만 23년을 포스코에서 근무했다. 최근 3년은 포스코 대관조직에 소속돼 청와대, 정부, 국회 등 기관 관계자들을 상대로 포스코를 대변하는 일을 해왔다. 이런 정 씨가 지난 25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님, 포스코를 살려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당연히 세간의 관심이 쏟아졌다.

당시 정 씨는 포스코는 MB정부를 거치면서 부실화됐다. 정준양 전 회장에서 권오준 회장까지 무능한 CEO가 국민기업인 포스코를 위기로 내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포스코는 지난해 광고대행 계열사였던 포레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차은택씨 측근들에게 회사를 넘기려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업계는 권 회장이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수사가 진행되면 파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권 회장도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각종 악재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포스코가 레임덕 문제에까지 휩싸이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