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연습생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기획사와 연습생의 ‘신(新) 노예계약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의원(경기도 성남시 분당을)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5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기획사 중 소속연습생이 있는 곳은 18.2%였고 이들 3곳 중 2곳이 연습생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계약기간은 약 3년 5개월(41.3개월)로 나타났다. ‘5년 이상’ 연습생 계약을 체결했다고 답한 비중이 41.4%로 가장 높았다.
김 의원은 “연습생 계약 기간이 길수록 데뷔 가능 여부와 무관하게 소속사에 묶여 있어야 하는 기간이 늘어난다는 뜻으로 이는 노예계약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며 “특히 연습생 중 28.9%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불평등계약에 따른 논란의 소지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연습생의 평균 데뷔 기간에 대해서는 ‘연기자’의 경우 약 2년(24.5개월), ‘가수’는 약 2년 2개월(26.4개월), ‘모델’은 1년 8개월(20.8개월)로 조사됐다.
이 평균은 연습생 계약기간 평균보다 짧아서 문제로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이는 ‘데뷔’를 한 연습생의 평균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연습생 계약은 데뷔를 보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데뷔를 하는 연습생의 비율은 알 수 없다.
또한 연습생에게 소속사는 데뷔를 위한 각종 보컬·춤 트레이닝, 인성교육, 어학 수업, 성형비용 등을 투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속사들은 연습생 1인당 월 평균 147.6만원의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교육비용은 90.7만원을 차지했다. 교육방식은 주로 직접교육과 위탁교육을 병행하는 것(60.3%)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소속사는 연습생이 타사로 옮기는 상황을 막기 위해 ‘연습생 계약서’를 체결하게 된다. 문제는 계약서에 ‘소속사의 의무’를 상세히 기술하지 않거나 계약기간이 정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때 연예계의 불공정 계약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중문화예술인(가수중심) 표준전속계약서’와 ‘대중문화예술인(연기자중심) 표준전속계약서’ 2종을 심사해 공시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이는 엄연히 데뷔를 한 연예인들만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연습생 계약서는 노예계약을 방불케 하는 실정. 기획사들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하게 체결한 것이 대부분이다. 계약을 맺은 3분의 2의 연습생들과 계약서도 없이 활동하고 있는 연습생들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게다가 2015년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 보고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대중문화예술기획업 1393개 업체, 대중문화예술제작업 1240개 업체와 대중문화예술인 및 스태프 제작진 1000명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실태조사이다.
전수조사임에도 업체 응답률이 각각 57.6%와 37.9%에 머물렀다. 연예인 연습생 계약 실태는 설문 문항이 몇 개 되지 않아 더 많은 연예인 연습생들이 잘못된 계약이나 관행으로 피해를 입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김 의원은 “이번 보고서는 사회적으로 ‘노예계약’ 논란이 되고 있는 연습생 계약 실태의 일단에 대해 처음 조사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면서도 “이후 보다 상세한 실태조사와 함께 연습생 표준계약서 마련 등 노예계약 논란 해소에 힘써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