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문재인…‘신 친문’이 쥐락펴락?
달라진 문재인…‘신 친문’이 쥐락펴락?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6.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숨은 책사 오인방, 문재인 대세론 만들기‘집중’

문재인이 변했다. 완전히 바뀐 책사그룹과 새로운 세력지형을 그려냈다. 그의 최측근 그룹인 이른바 ‘삼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이 저물고 ‘신(新)친문 그룹(최재성·진성준·정청래·최민희·김현 등)’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8·27 전당대회를 거치며 추미애 신임 대표의 선출을 비롯, 친문 지도부 체제를 새로 구성했다. 당시 추미애 후보가 50%가 넘는 득표로 당선된 것은 문재인 대표가 새로 꾸린 책사들의 지원사격 때문이었다. 주변 최측근의 이야기만 듣던 문 전 대표가 신친문 그룹의 조언에 귀 기울이면서 당 안팎에서도 그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전략을 넓히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이다.
 

   
 
온라인 10만 당원의 위력

신친문 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문 전 대표 체제에서 시작된 ‘온라인 정당’ 추진 흐름에 따라 부각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해 말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후 새로 출범한 더불어민주당은 온라인 입당 시스템을 만들었다.

문 대표가 궁지에 몰린 만큼 ‘문재인 구하기’를 위해 10만여명이 이 시스템을 활용해 입당했다. 대부분 친문성향을 보이는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온라인 10만대군’으로 불리며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추미애 대표가 61.66%를 획득했다. 추 대표의 총 득표율은 54.03%에 불과한 만큼 온라인 권리당원들이 추 대표의 승리를 견인한 것이다. 이 ‘온라인 10만 당원’을 기획하고 실천한 주체가 문 전 대표 시절 총무본부장과 사무총장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 등 신친문 그룹이다.

신친문의 핵심은 전당대회 2주 전인 8월 15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추미애 지지’를 선언한 더민주 전직 의원들이다. 최재성·진성준·정청래·최민희·김현 전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신친문 오인방’ 중 먼저 최재성 전 의원은 문재인 대표 시절 총무본부장을 맡아 ‘온라인 10만당원’을 기획한 인물. 최민희 전 의원은 인터넷·모바일로도 입당 신청이 가능해지도록 정당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언론은 당시 더민주 전당대회에 대해 ‘온라인 당원 시스템으로 인한 친문 싹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최민희 전 의원은 “싹쓸이 얘기는 분당된 뒤로 지금의 당원구조가 된 것을 간과한 분석”이라며 “지난해 온라인 당원 입당 뒤 경선룰을 정했고 그에 따라 민주적인 절차를 지킨 당 지도부의 선거결과”라고 말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경산 과정에서 높은 인터넷 인지도와 온라인 영향력으로 온라인 당원들을 선동했고 당 사무처에 오래 있었던 김현 전 의원은 조직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섰다.

당직도 사양...문 대선 올인

신친문 진영의 존재감은 더민주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서부터 드러났다. 신친문 오인방은 더민주 김영주 의원의 서울시당위원장 출마선언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해 “추미애 김영주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8월 5일 당 대표 선출 예비 경선에서 송영길 의원이 탈락한 후 더민주의 친노 범주류 대의원들은 “추미애냐 김상곤이냐”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었다. 김상곤 후보 역시 문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한 친문 인사였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전위대를 자처했던 최재성 전 의원이 주도한 8·15 기자회견으로 “문심(文心)은 추미애”라는 대세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선거 과정을 거쳐 당 지도부가 범주류 내에서도 신친문 진영 중심으로 재편됐다. 결국 나머지 세력은 당 중심에서 밀려난 것이다.

신친문 오인방의 출신 계파는 각각 다르다. 최재성 전 의원은 정세균계, 진성준 전 의원은 김근태계, 정청래 전 의원은 정동영계로 통한다. 최민희 전 의원은 시민단체 출신 비례대표였고 김현 전 의원은 야당 당직자 출신으로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냈다.

이들이 추미애 캠프에서 뭉쳤지만 실제 목적은 ‘문재인 대세론’을 만들기 위해서다. 추미애 대표는 승리의 주역인 이들 중 일부를 주요 당직에 임명하고자 했지만 당사자들이 사양했다. 문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이었던 이호철 전 정무수석이나 양정철 전 홍보비서관은 문재인 대표 시절에도 당직을 따로 맡지 않고 가장 가까운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오인방 역시 당직 없이 숨은 책사로 활동할 전망이다.

문 전 대표는 전당대회 이후 활발한 활동에 나서면서 신친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 전 대표는 9월 6일 진성준 전 의원의 지역구(강서을)행사에 참석해 “내년 대선에선 꼭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고 진 전 의원은 “당분간 당직을 맡을 생각은 없다”며 대선에 올인할 뜻을 밝혔다.

이들 신친문은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내 친노-비노의 전면전상황에서 문재인 대표를 적극적으로 호위하면서 그의 깊은 신뢰를 얻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이 20대 총선에서 73석을 얻을 것이라는 문서가 언론에 알려지자 비노 진영이 문 대표를 압박했다. 당시 최재성·진성준 전 의원이 강력대처 및 검찰 수사 의뢰에 나섰다.

문 전 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재성 전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해 친노비노 갈등을 증폭시켰다. 강성 친노로 불렸던 김현 전 의원도 비노 세력에 맞서 문 전 대표를 호위했다.

이 밖에 홍종학 전 의원, 김광진 전 의원, 김경수 의원 등도 신친문 그룹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홍 전 의원은 원래 김근태계였지만 문재인 대표 체제 당시 디지털소통본부장을 맡아 온라인 당원 가입 체계를 만든 주인공이다.

김광진 전 의원은 청년층을 공략하기 위해 김병관 최고위원과 뜻을 모아 청년조직을 준비하고 있다. 김경수 의원은 현재 당직이 없는 문 전 대표의 대변인이다. 문 전 대표 팬클럽 창립 행사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는 한편 SNS를 통해 ‘문재인의 입’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주춤한 삼철, 바빠진 문 키즈

신친문 그룹의 급부상으로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이었던 ‘삼철(이호철 양정철 전해철)’의 영향력은 다소 줄었다. 문재인 전 대표에게 매우 가까이 있다는 뜻으로 ‘1m 그룹’으로 불리던 삼철은 전해철 의원을 제외하면 조용히 지내는 중이다.

친노무현 부산 인맥을 일컫는 ‘부산팀’의 핵심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더민주 대표 선출 경선에서 송영길 후보를 지원한다고 알려진 후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송 의원은 SNS를 통해 이호철 전 수석과의 만남을 과시하며 그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언급됐다. 이에 관해 더민주의 한 당직자는 이호철 전 수석이 송 의원을 직접 지지한 것은 아닌데 송 의원의 언론플레이 때문에 곤란한 처지에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도 20대 총선 전까지는 정치 관련 팟캐스트를 운영했으나 총선불출마 이후 중지했다. 지난 6월 문 전 대표의 네팔행에 동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양 전 비서관은 제주대 산학협력단 교수직을 맡고 있다.

삼철 중 전해철 의원은 재선에 성공하고 당 최고위원에 당선되면서 문 전 대표의 측근 역할보다는 자신의 당내 입지를 굳혀갈 것으로 보인다. 삼철과 함께 1m 그룹이었던 윤건영 정무특보는 여전히 문 전 대표의 옆을 지키고 있다.

또 다른 친문 그룹은 20대 총선 직전 문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해 내보낸 ‘문재인 키즈’들이다.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김병관 최고위원과 양향자 최고위원을 비롯해 표창원·조응천·김정우·박주민·문미옥 의원 등이다. 이들은 당 내 어느 계파에도 의지하거나 신세를 진 적이 없는 순수한 문재인계 인물들이다.

이들은 ‘더벤저스(더불어민주당+어벤저스)’라는 공부모임을 구성했다. 더벤저스에는 현직 의원 외에 이지수 전 중·성동 지역위원장, 오기형 도봉을 지역위원장, 유영민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 등 원외인사들도 있다. 다만 정치 경력이 없는 초선 의원들이어서 곧 열리는 국정감사 등 국회업무 파악이 시급한 상황이다.

신친문은 다른 친문 그룹이 칩거하거나 국회와당 업무에 여념이 없는 틈을 타 문 전 대표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치계 한 인사는 “문재인 대표가 대표이면서도 초선 의원이다 보니 다선 의원들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고 문 대표는 이를 경계하기 위해 다양한 조언을 듣지 않고 혼자 결정하거나 최측근들의 조언만을 듣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표가 요즘 들어 새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은 큰 변화”라며 “기존 최측근의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기보다는 다른 측근들의 영향력이 늘어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