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주야로 바뀌는 권력서열...권력누수 시작됐나?
박근혜 정부, 주야로 바뀌는 권력서열...권력누수 시작됐나?
  • 김진동 대기자
  • 승인 2016.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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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K-스포츠재단 최순실 개입 의혹'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Lame Duck)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임기는 2017년 2월까지. 불과 1년 6개월여 남았다. 임기만료를 앞두고 나타나는 권력누수 현상에 단초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설립 배경이다. 두 재단 설립에 청와대와 비선실세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통령의 시간'을 단축시키고 있다.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는 "청와대는 부인하고 싶겠지만 이미 레임덕은 시작됐다.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 남았는데 정부는 이미 힘을 잃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임기 말 국정운영을 위해 친박을 동원, 정국 장악의 반전카드를 노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면초가다. 안팎으로 시련을 맞고 있다.

국내에서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에 청와대와 비선실세 최순실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화살이 청와대를 향하고 있기 때문. 설상가상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되면서 여당이 국정감사 등 국회의사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이정현 대표가 7일 만에 단식투쟁이 들어갔다가 중단했다.

4일 국정감사에 복귀는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단식으로 김재수 장관 문제가 아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개입의혹이 제기됐던 최순실 만이 뉴스초첨에서 사라졌다며 의혹에 시선이 여전히 남아있다.

국외에서는 북핵 해결에 실마리가 없는 상태에서, 성주시에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공조가 깨질 위기다. 해외 외교(이란, 아프리카순방)의 성과도 부풀려졌다며 비판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지난 6월 "국내에서 힘 빠진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국제적 이미지 관리에 나섰다"며 해외 순방 외교를 혹평한바 있다.

2017년 2월까지 임기 1년 6개월여 남은 박 대통령이 임기 후반 권력 누수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반전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여당 내 유력 대선 주자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정치에 관심 밖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지율만 따지면 유력 대선주자일 뿐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유승민·김문수·남경필·오세훈·원희룡 등은 미미하다.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또한 친박 이정현 대표가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안심이다. 전남 곡성에서 태어난 이 대표는 84년 민정당 구용상 전 의원의 캠프에 합류하면서 정계 입문해 2002년 이회장 후보 캠프에서 전략기획을 맡았고, 2004년 한나라당 수석부대변인 시절에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박근혜 대선캠프 공보단장, 당선인비서실 정무팀장,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았다. 박대통령의 복심이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해결>

이 대표의 단식도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의 발로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8월 초부터 언론에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의혹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10월(미르), 올해 1월(K스포츠)에 생긴 신생 재단인데 모금액은 무려 486억원, 288억원에 달했다. 출연금을 낸 곳도 삼성·SK·현대차·LG·포스코·롯데와 같은 국내 굴지의 16개 대기업이 서열 순위에 따라 출연금을 차등으로 냈다.

청와대가 개입 정황이 담긴 대기업 내부 문건이 나왔다. <한겨례>은 00기업 내부문건을 입수해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해 정부(청와대)와 재계(전경련)가 주관하는 법인 설립 추진한다"며 "대표 상위 19개 그룹이 참여하고 매출액 기준으로 출연금(500억원)배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도 했다.

9월 중순이 되자 '최순실'이라는 인물이 중심이 됐다. 급기야 22일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이른바 ‘최순실 비선실세’의혹과 관련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박 대통령은 “여러 가지 논란을 만들고 있는 것에 대해 비통한 마음”이라며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 했다.

이 발언이 있은 후 4일째 되던 26일 이 대표가 단식을 시작했다. 이 대표가 단식을 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정세균 의장 사퇴’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그의 단식으로 사라진 것은 정세균 의장이 아닌 최순실 이슈였다.

이 대표의 단식으로 최순실 보도는 방송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이 대표의 7일간의 단식 기간 동안 방송 3사는 최순실 의혹보다는 이 대표의 단식 소식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단식은 최순실 의혹을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게 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최순실 가족사가 레임덕 촉발>

역대 대통령의 레임덕을 촉발시킨 것은 측근 비리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도 측근비리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의 단식이후 뉴스 초점에서 사라진 최순실이 언제든지 수면에 떠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 씨는 최태민 목사의 5번째 부인이 낳은 딸이다. 대학시절 아버지로부터 영애를 소개받은 이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 2006년 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선거유세 도중 피습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간호중인 모습이 언론에 노출된 이후 외부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2014년 5월 남편 정윤회 씨와 이혼했다. 최서원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우병우·윤전추(유명 연예인 헬스트레이너 출신 청와대 3급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은 최순실과 인연이 작용됐다. 대통령이 취임 당시 입었던 한복을 주문하고 직접 전해줬다. 박 대통령의 브로치와 목걸이도 최씨가 직접 전해줬다”고 폭로한다.

조 의원의 폭로가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사가 4일 <고발뉴스>를 통해 보도된다. 이 매체는 최 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최근까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각종 대소사에 개입해온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최 씨가 지난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식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입었던 한복을 직접 골라 청와대에 반입했던 당사자인 것. <고발뉴스>는 서울시내 최고급 호텔 아케이드에 위치한 A 한복 전문점 관계자는 “지난 대통령 취임식 직전 최순실씨 측으로부터 주문을 받고 340만 원짜리 한복을 제작해 납품했다. 요즘도 대통령의 한복을 지어 납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처음에는 최순실씨가 직접 한복 색깔과 디자인까지 챙겼던 것 같다. 요즘은 잘 안 나오시고 대신 비서실을 통해 일이 진행된다”고 했다. 이 한복 전문점을 찾는 목격자들에 따르면 “최순실 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수시로 전화 통화를 주고받으며 대소사를 거드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씨는 이름 앞에 ‘비선실세’로 불렸다. 2015년 1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구속된 박관천 전 경정은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가 정윤회, 박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사건이 터지면서 이 말이 새삼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박 대통령 취임 뒤에도 최순실씨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2013년 승마협회 조사·감사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 담당 국장과 과장이 경질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유진룡 문체부 장관을 직접 불러 수첩을 보며, 조사를 진행한 국장과 과장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는 유 전 장관의 뒤늦은 증언도 나왔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9월20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언급할 가치가 없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나섰다. 9월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박 대통령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박대통령은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9월23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관련 유언비어는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대정부 질문에서 말했다. 정작 의혹의 당사자인 최순실씨는 아무런 의견도 내놓지 않고 있다.

<레임덕 촉발>

정가에서는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시각이다.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는 "청와대는 부인하고 싶겠지만 이미 레임덕은 시작됐다.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 남았는데 정부는 이미 힘을 잃고 있다"고 했다.

국문호 정치평론가는 “지난 8월부터 펼쳐진 권력 다툼 양상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방어하고 싶은 것을 위한 싸움이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 건은 곧바로 박 대통령 턱밑까지 가는 사건이다. 언론의 속성을 잘 아는 이정현 대표가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를 막기 위해 단식을 통해 언론에 시선을 돌린 것이다. 언론의 초점이 최순실에서 이정현으로 쏠리게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진실을 손으로 가릴 수 없다”면서 “레임덕이 시작됐다. MB정부가 내곡동 사저문제가 불거졌고 특검으로 가면서 레임덕이 시작됐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이 빨리 봉합되지 않고 특검으로 가는 순간 끝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정가 일각에선 청와대와 친박 내부의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서청원·윤상현 의원의 총선개입→우병우 민정수석 처가와 넥슨 부동산 거래 의혹→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모금 등 일련의 사건들이 권력투쟁과정에서 청와대와 여권 내부에서 터져 나온 사건이다.

끝까지 힘을 쥐고 가려는 대통령과 새 권력을 창출하려는 쪽에서 일어난 다툼이 자중지란처럼 보인다. 이는 박 대통령이 레임덕으로 향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고 했다.

권력투쟁은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투쟁을 말한다. 이는 2012년 선거에서 보수층의 결집으로 당선된 박 대통령과 보수 언론의 상징인 조선일보가 사생결단으로 맞붙은 것을 말한다. 7월 18일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의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거래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넥슨 김정주 회장의 진경준 검사장에 주식뇌물 제공과 우 수석은 진 검사장의 부실 인사 검증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기사를 시작으로 우 수석의 아들 병역 꽃보직 특혜, 가족회사 정강 배임 등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곧바로 조선일보에 반격한다. 검찰 출신 김진태 의원을 내세워 송희영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과 관련 로비를 한 사실을 폭로한다. 이 일로 송 전 주필은 사임한다. 조선에서 권력을 공격하는 기사는 사라졌다. 이것으로 조선과 권력전쟁은 일단락된다. 조선과 청와대의 전쟁에서 청이 승리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언론계는 휴화산이라는 분석이다. 언제든 칼을 겨눌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반전카드는 경제회생>

대통령의 시간은 흘러간다. 임기가 1년 6개월여 남았다. 임기 후반의 권력에 누수현상이 불가피하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반전카드가 불가피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여당 내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이다. 지지율만 보면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대권 꿈은 있지만 올해 말까지는 유엔사무총장직을 수행해야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국내 정치에 관심 밖일 수밖에 없다.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유승민·김문수·남경필·오세훈·원희룡 등은 지지율이 미미하여 박 대통령의 지원사격 없이는 대권 꿈을 꿀 수 없다. 거기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이정현 대표가 당권을 쥐고 대선전을 치루기 때문에 대통령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며 대선 주자들 간에 치열한 경쟁을 시키며 레임덕 상황을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레임덕을 자초하는 측근비리를 막기 위해 우병우 민정수석 카드를 적절하게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외적으로 불안한 정세 속에 박 대통령이 임기 후반 국정운영을 이끌어갈 국정 동력에 대해 세인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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