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대립각 세우는 ‘이유’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대립각 세우는 ‘이유’
  • 고혜진 기자
  • 승인 2016.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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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지난달 28일 오후 2시 시청 옆 10번 출구.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 아래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을 향해있다.

시선이 머문 서소문빌딩 앞에는 금빛 넥타이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군중 150여명이 늘어서 있다. 꾹 눌러 쓴 검은 모자에는 태극마크가 선명하다. 입을 굳게 다운 채 서 있는 그들은 바로 대한항공 조종사들이다.

이들은 왜 창공이 아닌 서울 빌딩숲으로 몰려든 것일까.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시위

지난 28일 오후 2시 시청 옆 10번 출구가 북적였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KPU)임금정상화를 위한 윤리경영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한 것.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서소문에 있는 대한항공빌딩 앞에서 시위를 벌인 건 2000년 노조설립 결의대회 이후 16년만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창공이 아닌 서울 빌딩숲으로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임금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임금 문제와 관련해 한진해운 사태 등으로 부채규모가 높아 경영난이기 때문에 임금을 인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종사 노조는 사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분기 최대영업이익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이익은 하늘을 찌르지만, 그 공로를 조종사들과는 나누지 않고 있다. 항공 업황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음에도 불구, 대한항공이 계속해서 경영난이기 때문에 임금 인상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은 조종사노조를 우롱하는 거짓말이다. 정말 경영난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파업에 나선 조종사들이 내건 임금인상률은 37%. 높은 임금인상률에는 실질적 의미와 상징적 의미가 동시에 담겨있다. 임금을 구호로 내걸었지만 사측의 폐쇄적경영행태와 비행 안전문제, 조종사를 바라보는 조양호 회장의 부정적 인식 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조종사노조 한 관계자는 임금은 상대적인 것임에도 불구, 대한항공이 벌어들이는 돈 보다 조종사 임금이 적다. 세계 10대 항공사가 지급하는 평균적인 연봉과 비교해도 대한항공 조종사 임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37%라는 숫자가 크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만큼 조종사들이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네티즌들은 대한항공에는 항상 사람들이 붐비는데 이게 어떻게 불황인가. 대한항공의 호황은 노동자들이 피땀흘려 이룩한 결과다. 영업이익 배분이 경영진에 편중되지 않고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 회장, 그의 수상한’ 3가지

조종사노조는 임금과 관련,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이 최고 경영자로서 거액의 임금을 배당 받은 것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

조종사노조는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수상한 행보 관련, 3가지 관점을 제시했다.

첫 째, ‘일감몰아주기.

대한항공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사이버스카이라는 회사는 대한항공의 면세품 및 기내 서비스 관련 회사다. 조씨 삼남매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회사다.

그러나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자, 조씨 삼남매는 보유 지분을 대한항공에 황급히 매각했다. 이에 조종사노조 측은 처벌을 피하려는 꼼수. 조사 후 위법 사실에 대해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대한항공이 지분매입을 했기 때문에, 그동안 일감몰아주기로 이윤을 빼 돌린 것도 모자라 그 처벌도 대한항공이 대신 받아주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계열사인 유니컨버스역시 마찬가지다. 이 역시 조씨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내부거래(대한항공)의 비율이 80%가 넘는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대한항공의 최상 지배구조에 있는 한진칼이다. 대한항공은 한진칼에 300억여원의 금액을 내고 있다. 대한항공 비행기의 태극마크는 한진칼의 소유기 때문이다. 이에 조종사노조 한 관계자는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한진칼이 조양호 오너 일가의 소유라는 점이다. 자신의 일가를 위해 300여억원이라는 금액을 부담하고 있는 것. 이는 명백한 일감몰아주기고 비판했다.

두 번째 관점은 자회사를 통한 재산 빼돌리기.

대한항공은 계열사로 저가항공인 진에어를 설립하여 영업을 시작했다. 문제는 진에어가 대한항공 소유가 아닌 한진칼100% 출자한 회사이며 조씨 일가가 최대주주라는 점이다. 이에 조종사노조는 대한항공의 자산을 이용하여 진에어와 한진칼의 배만 불리게 되는 구조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소유주가 아닌 단 0.01%도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전문 경영인이다. 그러나 그는 전문 경영인으로서 실적을 내기 위한 노력도 없이 거액의 임금만 배당받고 있다. 과연 이것이 형평성에 맞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관점은 외국인 불법 파견과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 의혹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외국인 기장을 파견 형태로 쓰고 있다. 그 수는 대한항공 전체 기장의 1/3 수준이며 무려 500여명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중국은 우리나라 조종사들을 좋은 조건으로 채용 해, 매년 100여명에 웃도는 조종사들이 중국으로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유능한 한국 조종사들은 외국에, 우리나라에는 한국조종사가 아닌 외국 조종사들이 있는 이상한 현상’”이라며 걱정했다.

조종사노조 한 관계자 역시 조종사들이 중국으로 떠나게 되는 경우 그 빈자리는 부기장이 아닌, 실력도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 조종사들이 차지하게 된다. 계약직·비정규직인 그들이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있을지 의심스럽다. 비용적인 면에서도 한국인보다 외국인 조종사가 훨씬 비싼데 비합리적이다. 한국인 조종사들이 보다 나은 환경·여건·근무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규남 조종사노조 위원장

 

조종사 노조, 대한항공 명풍경영 실패

대한항공을 향한 조종사노조의 비판이 매섭다. 이 위원장이 대한항공은 명품경영에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대한항공 경영진이 명품 항공사를 지향하고 있지만, 경영진이 회사와 반대의견을 가진 주주들의 발언권을 통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노조위원장 자격이 아닌 주주로서 참여했다. 민주적인 조직이라면 특정 안건에 대한 반대의견도 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대표이사 재 선임건 등에서 반대의견을 가진 주주를 강제로 배제시키고 발언권을 통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항공의 안전관리 미흡을 지적했다. 최근 6개월간 집중적으로 5회 연속 엔진 고장이 발생했다. 1000억원 넘는 정비비용을 감축해 안전에 관한 투자를 줄였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현장 정비인력 말을 들어보면 예비부품이 항상 부족하다. 몇 년 전부터 정비 방식도 바뀌었다. 육안으로 이상이 없으면 세부적인 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 실금은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된다. 고온이 발생하는 부품이나 마모되는 부품은 비파괴 검사 등을 통해 문제점을 사전에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은 태극문양을 사용하는 이상 사회적 책무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한항공이 사용하는 태극문양은 개인소유가 될 수 없다. 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라면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사측은 비파괴검사 등을 통해 정비과정을 강화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교육을 통해 자국민 항공인력을 양성하고 이를 청년 실업난 해소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회장, SNS 망언

조 회장을 향한 조종사노조의 반발이 유난히 더 거세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조 회장의 조종사 무시발언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313일 대한항공 부기장 김승규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객기 조종사들이 비행 전에 뭘 볼까요라며 부기장이 비행 전 수행하는 절차를 나열하는 글을 올렸다.

논란이 시작된 건 바로 지금부터다. 조 회장이 전문용어를 잔뜩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 플롯이다.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한데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 같은 소리를 하네요.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 덧붙였다.

분노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조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들은 지난달 4일 조 회장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및 모욕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고 밝혔다. 조종사노조 측 변호인은 이날 오후 조 회장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창청에 제출했다.

이에 조종사 노조 한 관계자는 외국 항공사는 몰라도 대한항공은 운항관리사가 브리핑을 해준 적이 없다. 조 회장이 조종사들을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 진심으로 놀랐다. 조 회장은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라는 스티커를 붙였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노조 위원장과 집행부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 역시 잘못된 정보로 조종사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조양호 회장을 회사 리더로 인정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 물론 비행기 조종이 운전보다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노동자들은 나름의 환경과 고충이 있다. 항공사 대표라면 비록 진심이 댓글과 같았어도 대외적으로 그렇게 발언해선 안 된다. 조종사 업무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회장 자격이 없는 것이고, 알면서도 폄하했다면 이는 모욕이다고 말했다.

 

노조 VS 조종사노조

조종사노조와 일반 노조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조종사노조의 높은 임금인상 요구가 회사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

지난 28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집회 현장 옆에서 일반 노조원이 항의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지난해에 이어 조종사 노조가 임금협상에서 총액 대비 37% 인상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사측과 계속해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노조는 지난 1조종사 노조 쟁의 찬반투표를 바라보는 입장성명을 발표해 조종사 노조의 쟁의 관련 찬반투표는 배고파서 못 살겠다는 절박한 생존권 요구가 아닌 조종사 노조의 집행부 명분만을 내세운 것으로 파업 피해를 강요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울러 파업몰이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고 운항직종 외 객실·정비·운송·예약·판매 등 20여개의 직종에 대한 배려는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조종사 새노조 역시 지난 1‘2015년 임금협상 및 쟁의에 관한 새노조 성명서를 통해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항공 조종사 새 노동조합은 현재 KPU(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임시총회 추가소집 및 쟁의 찬반투표에 우리 조합원을 참가시키려는 행위는 조종사노조가 조합원들의 전체 의견을 무시하고 심각한 ·노갈등을 조장하는 다수노조의 폭거라는 것이다.

이에 이규남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조종사 노조에서 요구하는 임금은 조양호 회장이 받는 보수의 1/20에 불과하다. 퇴직금 산정기준 인상 역시 회장 퇴직금 인상기준 대비 1/8이다. 회장 보수의 1/20도 조종사들에게 주지 못한다면서 정작 수천억 적자를 낸 회장의 퇴직금은 50% 인상해 560억원 이상을 받으려 한다고 밝혔다.

노조의 성명서에 관해서는 회사가 주장하는 직종간의 형평성에 따라서 조종사들의 임금이 인상된다면 타 부서 직원들의 임금도 형평성에 의해 같이 오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조종사노조의 임금인상 시위로 회사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영업에 타격을 받더라도 잘못된 점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 호황일 때 미리 점검하고 막을 건 막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배임 및 일감 몰아주기 행태 의혹이 계속 불거진다면 부채비율은 커질 것이다. 당연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직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구체적인 재임 및 일감 몰아주기 자료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인이 아닌 수많은 이들이 모인 조합에서 요구한 청원이다. 회사가 투명하다면 이러한 요구를 거부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 우리들의 목소리를 무시한다면 국세청을 상대로도 집회를 계획할 수 있다. 청원과 별개로 추가적인 자료 확보를 통해 회사를 계속 압박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조종사노조의 외침

조 회장이 노조를 향해 강경발언을 내던졌다. 조종사노조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것. 조 회장은 노조 측이 연봉인상률이 37%라고 잘못 나온 기사를 근거로 임금인상 37%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작년 12월부터 사측의 1.9% 인상안에 맞서 37%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조 회장은 조종사노조와의 임금협상을 1만명이 넘는 일반직원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조종사들만 특혜를 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조 회장의 발언에 이 위원장은 조종사들은 같이 일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이야기를 매일 듣는다. 오히려 일반 직원들은 우리를 응원한다. 기죽지 말고 조금 더 세게 밀어붙이라는 직원도 있다. 자신들이 힘이 없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부분을 조종사 노조가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 한 관계자는 "조종사노조 집행부는 회사가 2015년 임금협상에 대해 구체적인 양보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쟁의를 중단하거나 대화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임금교섭과 상관없는 세무조사 실시 청원 등 회사 흠집내기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특혜는 조종사가 아닌 조 회장 일가가 받고 있다. 우린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리가 조 회장의 임금인상률에 근거해 37%라는 수치를 정했다고 하지만 착각이다. 경쟁 회사들과 비교해 결정한 합리적인 수치다고 강하게 맞섰다.

이어 위 위원장은 조종사노조가 대한항공에게 바라는 건 조속한 정상화다. 투자와 계열사 간 자금이동이 명확해야 하고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얻은 영업이익이 지켜져야 한다. 집회가 끝나고 사측에서 부기장 강등이 결정됐다는 문자를 통보받았다. 이는 합당치 않다. 민주적인 노사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가 책임감을 가지고 조종사, 일반노조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반영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이 전쟁의 끝에 미소 지을 자는 누가 될 것인가. 대한항공을 향한 조종사노조의 외침에 귀추가 주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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