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영권 승계' 투명성 논란...그룹 위기설 대두
이재용 '경영권 승계' 투명성 논란...그룹 위기설 대두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06.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합병 거부 주주들에게 제시된 주식매수가격이 낮게 책정됐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것.

삼성물산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그간 제기됐던 승계절차의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 시도도 정당성에서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문제가 된 합병을 통해 오너 일가가 막대한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최근 서울고법은 옛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한 일성신약과 소액주주가 삼성물산이 합병 시 제시한 주식 매수가가 너무 낮다며 낸 가격변경 신청 2심에서 1심을 파기하고 매수가를 올리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합병 결의 무렵 삼성물산의 시장 주가가 회사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57234원이던 기존 보통주 매수가를 66602원으로 새로 정했다. 이 경우 삼성물산은 지분 일성신약에 310억원을 더 지급해야 하는 등 신청인들에게 총 347억원을 추가로 줘야 한다.

특히 이번 재판부의 판단은 삼성 측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췄다고 보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이에 따라 추가 소송 등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삼성 측이 합병 비율을 총수 일가에 유리하도록 만들려고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을 유도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원활한 합병 추진을 위해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추고 제일모직의 주가는 높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동조한 세력으로 국민연금이 지목됐다.

재판부는 옛 삼성물산은 이건희 회장 일가의 주식 비율이 낮고 제일모직은 높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낮을수록 이 회장 일가에 유리해진다고 지적했다.

근거로는 삼성물산 이사회가 20155월말 합병 결의를 하기 직전 주택경기 회복으로 다른 건설사의 주가가 모두 올랐는데도 삼성물산만 유독 떨어진 점, 주택 신규 공급을 늘리지 않고 대형 신규 수주가 없었던 점을 꼽았다.

실제 삼성물산은 통합범인 출범 이후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올해 1분기에도 건설부문 잠재부실이 반영되면서 영업손실이 4450억원에 달했다. 최근 석달 사이에만 주식가치가 25%가량 증발했다. 이에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재판부는 또 삼성물산의 실적부진이 이건희 회장 등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됐을 수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 이사회 결의 전 두 달 간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도한 것이 삼성물산 주가 변동을 막은 역할을 했다고 했다.

그룹 승계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삼성물산 합병의 주목적은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라는 게 업계 대부분의 분석이었다. 결국 이 부회장 지배체제에 대한 정당성에도 큰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후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인수로 대표되는 편법·불법 상속 논란, 이어 2000년대 삼성에스디에스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함께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불공정 합병 논란까지 추가됐다. 삼성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구상 중인 계열사 합병이나 지주회사 전환에도 상당한 부담이 따르게 됐다.

이런 가운데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44·비례대표)3삼성그룹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 비율이 적용돼 오너 일가가 3718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제 의원은 삼성물산 주가조작 의혹과 배임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와 국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를 촉구했다.

삼성물산을 둘러싼 판결에서 반전을 노릴 기회는 남아 있다. 그러나 2심 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면 삼성물산 합병 무효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사태로 불거진 승계절차 투명성 논란은 더 큰 위기다. 앞으로도 그룹의 장기적 성장방안 마련 대신 경영권 승계에 치중할 경우 대형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