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오 형지 회장 '1평 가게 신화'서 '글로벌 꿈'까지
최병오 형지 회장 '1평 가게 신화'서 '글로벌 꿈'까지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0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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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3조원의 꿈 "끊임없이 노력, 책임감 가질 뿐"

1982년 동대문시장 한 구석에 자리한 점포가 가진 전부였다. 1평 남짓한 점포에서 옷을 팔면서도 브랜드 의류사업을 꿈꿨다. 매일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잠실에서 성수동을 지날 때면 가장 큰 건물인 에스콰이아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언제 저런 건물 하나 짓나하는 부러움이 밀려들던 시절. 모든 것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시장 옷이라는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소재와 디자인을 고급화했다. 여성 캐주얼 브랜드 크로커다일 레이디등으로 30~50대 여성을 위한 캐주얼의류시장을 만들어냈다. 결국 맨손으로 패션 사업을 시작한 그는 32년 만에 1조 원대 매출의 기업을 일궈냈다. 그리고 20156, 60년 전통의 국내 대표 제화 브랜드에스콰이아를 인수했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63)의 이야기다.

이 순간을 참는 것

1960년대 고향인 부산 사하에서 석회공장을 운영한 최 회장의 부친이 갑작스레 작고한 후 집안의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다. 유복하게 자라난 그에게도 어려움이 찾아왔다. 장사가 유일한 생존 수단이었던 그 때. 100만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한 후 동서의 제안으로 서울 서초구 반포 지역의 한 제과점을 인수했다. 이후 좋은 빵만 팔겠다는 마음으로 기본에 충실했다. 당시 길거리에서만 팔던 일본 과자 센베이를 고급화한 역발상으로 단기간에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1982년에는 30세 젊은 나이에 동대문시장에서 크라운사()’를 창업했다. 손님의 발길이 뜸한 상가 골목에 자리 잡은 탓에 매출은 신통치 않았다.

최 회장은 시장 제품은 싸구려라는 통념을 깨기 위해 크라운 상표를 등록하고 브랜드 개발에 매진해 성공했다. 그러나 199310년간 승승장구하던 크라운사가 어음관리를 소홀히 해 부도를 맞았다. 그는 한순간에 무일푼으로 전락했다. 최 회장은 어릴 때 혹독하게 권투 연습을 할 때 이 순간만 참아라라는 코치님의 말이 부도 당시 지탱해준 힘이 됐다자신이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누구의 지적도 예사로 듣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불같은도전으로 재기

그는 다음 해 청계천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형지물산을 창업했다. 불같이 일어난다는 의미의 형지(熒址)’로 필사적인 재기를 노린 것. 1990년대 중반 여성들에게 옷에 대한 스트레스를 없애주겠다는 포부를 역발상으로 현실화했다.

최 회장은 당시에도 브랜드 사업에 희망이 있다고 보고 10·20대가 아닌 30~50대가 싸고 쉽게 입는 국민복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1996크로커다일레이디를 론칭해 30~50대 여성을 위한 캐주얼 시장을 개척했다. 이어 샤트렌, 올리비하허슬, 라젤로 등을 론칭하면서 3050여성 캐주얼 시장의 강자가 됐다.

결국 패션그룹 형지는 34년 만에 20여개 브랜드 전국 2100여개 장을 운영하는 종합패션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55년 전통의 제화 명가 에스콰이아를 인수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패션의 행복을 줄 있는 회사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패션을 통해 행복을 나눈다'는 철학을 알리는 희망전도사로 잘 알려져 있다. 평소 학생, 중소기업 임직원, 공무원, 소상공인 등에 이르기까지 전국 방방곡곡 사회 각 계층을 대상으로 강연을 펼쳐 희망기업가로 불린다.

이제 2020으로

최 회장은 현장경영에도 능통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135월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해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 13회 연속으로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 기간에 해외 순방길에 모두 동행한 재계인사는 무역협회장,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경제관련 기관장을 제외하면 그가 유일했다. 수행을 다니면서 201410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스테파넬의 국내 라이선스 인수 협약을 맺었다. 20151월에는 스위스 여성 전용 아웃도어 와일드로즈와 아시아 상표권 인수 계약을 맺었다.

이 같은 승승장구 속에 우려도 존재한다. 2012년부터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잇달아 추진하면서 외형을 확장해 결국 재무구조에 타격이 오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는 것.

패션그룹형지의 2015년 실적은 2014년과 비교해 매출은 3.3% 늘었고 영업이익은 4.3% 감소했다. 사업 확장을 위한 차입금 탓에 부채비율이 2013303%, 2014203%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2020년 매출 3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최근 경영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목표에 관해 왜 안 되는가? 물론 보통으로 해서는 안 될 것이고 잘못될 수도 있다면서 그래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책임감도 있다. 기업가 정신으로 고용도 많이 하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중국시장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 역시 드러냈다.

그는 실행이 매우 중요하다. 여러분은 오늘 마음먹으면 실행하는 스타일인가, 아니면 작심삼일인가?”라고 물으며 나는 모든 것을 실행한다. 이 나이에도 습관화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청년들에게 전한 메시지처럼 불황 속 터널을 거침없이 달리는 중이다. 1평 가게에서 시작된 장사의 꿈은 글로벌 패션 유통기업 도약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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