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대그룹 일감몰아주기 혐의 '적발'
공정위. 현대그룹 일감몰아주기 혐의 '적발'
  • 고혜진 기자
  • 승인 2016.0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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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그룹 계열사를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과정에서 현정은 회장에 대한 제재를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5일 현대증권 및 현대로지스틱스가 총수 친족 회사인 HST와 쓰리비를 사익 편취 및 부당지원행위 등의 공정거래법을 위반을 적용, 과징금 12억 8500만원의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이어 현대로지스틱스는 총수 일가에 대한 부당지원 규모가 큰 운송 전문 업체로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현대그룹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 적발은 지난해 2월 공정거래법에‘총수일가 사익편취’금지 조항이 신설된 이후 첫 적발사례다.

이번 공정위 제재는 반쪽짜리 제재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총수일가 사익편취’금지 위반에서 총수가 제재 받지 않는 다는 것은 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인척회사‘일감 몰아주기’

HST는 컴퓨터와 주변기기 유지·보수 회사로 현정은 회장 동생 현지선씨가 지분 10%를, 현지선 씨 남편 변찬중씨가 지분 80%를 보유한 회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는 변씨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부당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증권은 수년간‘일감 몰아주기’로 HST에 5400만원, 현대로지스틱스는 쓰리비에 14억 가량을 부당지원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2012년 5월부터 2015년 4월까지 택배운송장 납품업체인 쓰리비로부터 택배 운송장을 타사보다 높은 단가로 구매해 부당지원했다. 쓰리비는 변씨가 지분의 40%, 그의 두아들이 지분 60%를 보유한 택배운송장 구매대행업체인데 이곳에 일감을 몰아준 것.

현대로지스틱스는 기존 거래처와의 계약기간이 1년 정도 남았는데도 이를 해지하고 쓰리비와 56억원이 넘는 3년치 계약을 맺었다. 경쟁회사들은 택배운송장 한 장당 30원대 후반에서 40원대 초반에 공급한다. 하지만 현대로지스틱스는 쓰리비에서 한 장당 55원에서 60원을 주고 운송장을 샀다. 최대 45%까지 비싸게 산 것이다. 쓰리비에 대한 부당지원 규모는 3년간 56억 2500만원에 달했다.

그 과정에서 총수 일가는 14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쓰리비는‘일감 몰아주기’결과 택배운송장 시장에 진입하자마자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2012년 진입 당시부터 11.0% 점유율을 차지했고 3년간 별다른 사업 리스크 없이 상당한 마진을 확보했다. 그러나 쓰리비는 2009년 외국 정유업체의 에이전시 사업을 위해 설립된 곳으로 사건 거래 이전에 택배운송장 사업은 한 적이 없었다.

일감 몰아주기 대상이 된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는 각각 KB금융과 롯데그룹에 매각돼 현재는 현대그룹 계열사가 아니다.

현대증권‘, 중간거래’로 그룹 돈낭비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개별 지점에서 쓰는 복합기를 빌릴 때 HST를 거래 단계에 넣어 비용을 과다 사용했다.

현대증권은 2012년 복합기 임차 사업 구조를 변경했다.현대증권은 2012년부터 복합기 임대차 거래에 컴퓨터와 주변기기 유지보수 회사인 HST를 거래 중간단계에 끼워넣었다. 제록스와 직거래하던 것을 정보통신업체인 HST를 통해 임차한 것이다.

HST 임원은“지점뿐 아니라 본사 분까지 합해 우리가 제록스 앞에 서서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현대증권 측에 메모를 남겼다. 하지만 현대증권 측은 HST와의 지점용 복합기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전체 거래에서 10%의 마진이 남도록 보장해줬다. 제록스와 직거래를 하면 복합기 한 대당 월 16만 8300원의 임차료만 내면 되지만 HST와 거래를 하게 되면서 18만 7000원으로 늘어났다. HST는‘통행세’명목으로 가만히 앉아서 중계수수료로 10%나 챙긴 것.

현대증권 측은 거래 과정에서 실질적 역할이 없는데도 총수일가 쪽 회사를 끼워 넣어 중간 수수료를 주고 손실을 본 셈이다. HST가 일감 몰아주기 금지법이 적용 된 작년 2월부터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얻은 총 수익 규모는 4억 6000만원 가량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대그룹 홍보팀 관계자는“공정위로부터 관련 의결서를 받고 난 후 상세 내용을 법무법인 등과 면밀히 검토해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창욱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현회장이 직접 사익 편취 행위를 지시하거나 관여해야 제재할 수 있는데 그런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회사 임원이 부당 행위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총수 일가는 안건드려

개정 공정거래법은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 그룹 계열사가 총수일가 지분30%(비상장사는 20%)이상을 가진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 총수일가까지 사법 처리(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이처럼 그룹 차원이 아닌 총수 일가 사익에 초점을 둔 부당거래가 일어났음에도 현 회장일가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공정위는 이번사안은 해당 회사 간에 이뤄진 지원에 관한 일이며 특수관계인(총수 일가)에 관한 조치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계열사 관계자들은 공정위 조사에서 회사 임원이 부당 행위를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일각에서는 현 회장 일가가 처벌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비판했다.

현대그룹은 구조조정 중인 주력사 현대상선이 해운동맹에서 배제되고 용선료 인하 협상 마감(20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사주 일가의 불공정 행위까지 드러나 처벌 받게 됨으로써 사면초가에 몰렸다. 공정위는 첫제재 사례가 나온 만큼 한진, 하이트진로, 한화, CJ 등에 대한 후속 조사 결과도 신속히 내놓을방침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정위 제재에 대해 현대그룹은“공정위로부터 관련 의결서를 받고 난 후 상세 내용을 법무법인 등과 면밀히 검토해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은 현대그룹‘일감 몰아주기’가 제보에 의해 조사가 시작됐던 것처럼 다른 기업들의 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시작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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