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금융 개혁 ‘칼날’ 뽑아들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금융 개혁 ‘칼날’ 뽑아들었다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6.0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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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 “중앙은행 발권력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잘못” 비판

임종룡(57) 금융위원장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한국판 양적완화에 가속 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거시경제 차원에서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며 ‘양적완화’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임 위원장의 ‘양적완화’ 발언에 대해 금융계 일각에서는 “너무 시급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번 양적완화는 산업은행과 한국은행이 협력하는 큰 그림이다. 이에 임 위원장에 대한 많은 우려와 기대가 쏟아지는 만큼 ‘양적완화’의 길은 밝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양적완화’ 최적의 방법 ‘논란’
한국판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일부 산업이나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돈을 푸는 것을 기초로 하고 있다. 4.13총선 직전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의 발언으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지만 총선 참패 이후 빛을 잃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임 위원장이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다시 언급하며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임 위원장은 지난달29일 언론사 부장단 오찬에서 "중앙은행이 국가적인 위험요인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판 양적완화를 추진 배경에 대해 이야기 했다. 정부주도의 기업구조조정과는 다른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이날 임 위원장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출자가 필요하다면 산은법 개정도 고려해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중앙은행을 압박하고 양적완화 카드만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중앙은행 발권력은 가장 마지막에 동원 수단이다. 정부에서 책임을 지기 싫어서 중앙은행을 일찌감치 내세우는 모습에 금융계 일부의 반발이 일고 있는 것이다. 돈을 조달하는 방안에는 추경(추가경정예산)이나 증세 등 여러 방안이 있고 양적완화에도 이원적, 선별적 등 종류가 있다.

양적완화는 국민의 세금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인데 이에 임 위원장의 발언은 국민과 중앙은행에 짐을 지우려는 것으로 보여 질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세계 어느 곳을 보아도 중앙은행이 단독으로 짊어지고 가는 곳은 없다. 정부의 정책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난 다음에 진행을 해야 하는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한 발 빠져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산은, ‘구조조정’ 역할론 강조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조직 중 산은의 인력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산은이 구조조정의 중심축 역할을 맡는 데에는 한계가 많다는 일부 비판의 목소리와는 배치되는 발언이다. 그동안 정부는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한국형 양적완화를 통해 산은 등 국책은행에 대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계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의 부실에 대주주인 산은의 책임이 크고, 구조조정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산은에 자금을 지원하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고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산은이 그간 대우조선을 관리해 왔으나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경영관리상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감사원이 산은의 자회사 관리책임에 대해 대우조선 전 경영진들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구조조정 인력을 늘리고 관계부처 정례 회의를 통해 구조조정 추진상황을 지속 점검 의사를 밝혔다.

국민 부담 최소화 방안 강구
임 위원장은 구조조정에 대해 신속한 수단 동원을 위해 한국은행이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이를 위해 국책은행 자본 확충 협의체 회의를 시작했다. 임 위원장은 "과거 신속, 충분, 선제적인 지원이라는 3가지 원칙에 따라 중앙은행이 구조조정에 나선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체 회의를 통해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의 재정과 한은의 협력관계를 유지해 간다는 것이다
.

임 위원장은 구조조정 자금 마련 방안과 규모에 대해 “생각해둔 방안은 시나리오별로 있다”면서도 “한은이 적극적으로 나서 주는데, 돈을 필요로 하는 입장에서 방법까지 거론하는 건 예의의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과 관련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시점”이라며 “금융회사도 손해보고 기업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협상 시한을 길게 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공적자금을 받으려면, 국민 부담을 줄이는 등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며 “감사원이 대대적인 감사를 이미 완료했고 감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상응하는 관리 책임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는 임 위원장의 행보가 이주열 한국은행총재와 마찰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지난4일 이 총재는 간부회의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한국은행 역할론을 제기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의 발권력 동원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이 납득할만한 타당성, 지원금을 최소화를 담보로 실행되지 않을 경우 악재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 . 이 총재와 임 위원장의 연합에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입장만 내세웠던 이 총재가 한 발짝 나아가 구체적인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이 한결 수월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는 그동안 한은의 국책은행 출자가 필요하면 관련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금융위는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을 한은이 매입하는 방식까지 제기했다.

이제 임 위원장은 양적완화 코드를 정부에 끼워 맞추기만 남았다. 하지만 앞으로 정부와 한은의 구체적인 역할을 놓고 적지 않은 이견이 표출될 수 있어 임 위원장의 ‘양적완화’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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