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홈플러스, '개념 없는' 옥시 판촉행사 파문
롯데마트·홈플러스, '개념 없는' 옥시 판촉행사 파문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0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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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파동 가해자들이 옥시 제품 홍보"

살인 가습기 살균제논란 속에 국내 대형마트들의 ‘생각 없는 판촉 행사가 질타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로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옥시레킷벤키저(RB코리아·이하 옥시)의 전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번진 상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시작된 불매운동에 시민사회단체가 가세한 데 이어 일선 약국으로까지 확산됐다. 이런 와중에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 등 국내 대표적인 대형마트들이 옥시 생활용품 판촉행사를 벌여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경우 옥시와 마찬가지로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이번 사태의 가해자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살균제 사망자 중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제품 사용자를 각각 22명과 15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뒤늦게 사과하고 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옥시를 포함한 주요 생활용품 브랜드 품목의 할인과 ‘1+1’ 등의 판촉행사를 진행했다. 이들 대형마트는 지난달 18일과 26일 대표이사가 직접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해 사과까지 했으나 뒤에선 옥시의 영업을 돕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마트 역시 지난달 초부터 27일까지 봄맞이 2030개 품목 할인행사에 옥시를 주요 브랜드로 포함했다.

롯데마트 측은 이와 관련 본지와의 통화에서 연중 이 시기에 의례적으로 진행되는 행사다. 3개월 전부터 기획됐던 것이라며 당시에는 그렇게 행사를 진행했지만 현재로서 생각이 짧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래서 여론을 고려해 지금은 판촉 활동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대형할인점들은 봄맞이 통상적 판촉행사였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옥시의 주요 제품들이 이 기간 동안 대대적으로 홍보된 셈이다. 네티즌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또 다른 가해자들이 옥시 제품을 홍보하는 게 말이 되느냐”, “기가 막힌 일이다. 이쯤 되니 업체 대표들의 사과도 진정성이라곤 없어보인다”, “사측이 소비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우리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옥시는 1996년 출시한 가습기 살균제를 리뉴얼, 2001년부터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성분이 든 살균제를 판매해왔다. 이후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이 자체브랜드(PB) 제품을 통해 살균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제품 역시 질병관리본부가 폐 손상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PHMG를 원료로 사용했다. 검찰은 두 업체가 살균 가습기 시장에 서둘러 진출하기 위해 업계 1위인 옥시 제품을 사실상 카피해 별도의 안전 실험도 하지 않고 제품을 제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옥시와 롯데마트·홈플러스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 무성의한 대응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의 무대응은 사회적 공분을 샀다. 언론에 적극적인 보상 의지를 내비친 롯데마트는 민사소송 강제조정안에 이의신청서를 낸 사실이 알려져 겉치레 보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홈플러스는 3개 업체 가운데 가장 늦게 피해보상 계획을 밝힌 가운데 계획까지 부실해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의문이 나온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이번 주 안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은 지난 18일 롯데마트의 사과 기자회견에 관해 지난 2011년부터 전국의 롯데마트 앞을 찾아다니며 시위를 했다. 수년간 들은 척도 하지 않다가 검찰 소환조사 직전에 사과를 한다. 이건 피해자가 아닌 검찰에 대한 사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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