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땅콩의 저주'...한진해운 1조원 날렸다
조양호 회장, '땅콩의 저주'...한진해운 1조원 날렸다
  • 최남일 기자
  • 승인 2016.0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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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숙의 난' 한진해운, 백기투항 1조원 날린 사연
▲ 조양호 한진 그룹 회장

정부가 구조 조정의 칼날을 빼들었다. 세계적 경제 불황에 직격탄을 맞은 조선·해운 업종이 타. 그 중 한진그룹(조양호 회장)의 계열사인 한진해운이 첫 수술대에 올랐다. 부채규모는 56000억 원.

지난 23일 한진해운은 이사회를 열어 채권단에 경영권을 맡기는 자율협약을 의결했다. 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을 품에 안은 지 3년여 만에 경영권을 포기했다.

지난 2013년부터 한진해운에 1조원을 지원했다. ‘··물류의 꿈은 산산이 깨질 위기다. 한진해운 악재가 그룹 전체를 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진의 사례를 통해 CEO의 리더십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한진그룹이 뉴스의 초점에 섰다.

오너 일가의 부정적 이슈가 대다수이다. 창업주 사후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데 이어 시숙의 난땅콩리턴노인폭행고소고발막말파동금수저일감몰아주기까지 한시도 시끄럽지 않을 때가 없었다.

조양호 회장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계열사 한진해운이 그 단초를 제공했다. 셋째 동생 조수호 전 회장이 사망한 뒤, 그의 부인인 최은영 전 회장과 경영권과 관련 시숙의 난이 벌어졌고, 2013년 자금 유동성 위기를 맞아 백기 투항해 온 기업이다. 이 회사에 조 회장은 1원가량을 쏟아 부었다. ‘물류기업을 지향하던 조 회장의 꿈은 글로벌 해운업 침체부채(56000억원)고가용선료 등 대내외 악재를 만나 좌초됐다.

지난 23.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의 이사회를 열고 자율협약을 의결했다. 조 회장은 경영권을 포기했다. 독자적인 자구책만으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다. 무엇보다 당장 오는 6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19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이 부실기업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품에 안은 것은 조 회장의 욕심에서 비롯됐다는 비난이다. 부실기업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인수해 대한항공 등 계열사의 자금 1조원을 쏟아 부어 그룹 전체를 위기로 내몰았다는 지적이다.

조중훈 창업주가 2002년 사망한 뒤 형제간 계열분리가 된다.

장남인 조 회장은 주력 기업인 대한항공을 승계한다. 조남호(중공업)3남 조수호(해운)4남 조정호(금융)등으로 한진그룹은 분리된다. 조남호조정호 회장이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쩐의 전쟁이 발생한다. 이때 조수호 회장은 맏형인 조양호 회장 편에 선다.

하지만 2006년 조수호 회장이 사망한 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우호 관계는 깨진다. 회장직을 조수호 회장의 배우자인 최은영이 회장직을 승계하면서부터다. ‘(한진)(한진해운)(대한항공)’종합 물류 기업의 비전을 갖고 있던 조 회장은 한진해운 경영권에 욕심을 낸다.

지분을 매입한다. 최 회장은 독자경영을 꿈꾸던 시숙의 공격에 완강히 버티면서 대립각을 세운다. 하지만 201312월 최 회장이 백기 투항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조 회장을 찾았다. 절호의 찬스를 맞게 된 조 회장은 경영권 인수에 시동을 건다.

2014년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에 편입된다. 경영권도 조양호 회장에게 넘어갔다. 이로써 한진그룹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중심으로 대한항공, 한진해운으로 이러지는 단순 지배구조를 갖게 된다.

한진그룹은 2013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약정을 맺고, 계열사 지분 전량과 벌크 전용선 사업부 등을 매각해 당초 계획보다 많은 2조여 원의 재원을 마련한다.

조 회장은 경영권 인수전부터 대한항공을 통해 2500억원을 지원한다. 이후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2200억원 가량의 영구채 매입 등으로 1조원을 지원한다.

거시경제 무지 책임론

조 회장은 1조원을 지원했지만 장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유동성이 나빠졌다. 계열사로 위기가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결국 경영권을 포기하는 백기를 들었다.

한진해운을 품에 안고 육해공 종합 물류기업의 꿈을 키우던 조양호 회장의 경영 포트폴리오가 거시경제를 예측하지 못해 실패했다. 그 결과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는 한진해운이 침몰하면서 대한항공 등 한진계열사들은 1조원의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한항공의 경영도 심상치 않다. 그룹의 돈줄 역할을 하던 대한항공의 재무구조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지난해 매출 115450억원에 영업이익 6270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7030억원이다. 부채가 16조원이다. 외화부채만 60억 달러이다. 부채비율이 1000%(20159월 기준)를 넘는다. 자본잠식 상태다.

대한항공은 긴축경영을 하다보니 항공기의 핵심 인력인 조종사들이 아우성이다. 임금이 낮다는 이유다. 이 와중에 중국의 항공회사들이 몸집을 키우며 국내 조종사들을 스카우트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은 SNS를 통해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데...”라며 조종사를 비하하는 댓글을 달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진이 자율협약을 결정한데는 한진해운과 재무 고리가 단단히 엮여있는 대한항공까지 유동성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재 한국증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조 회장의 경영리더십은 낙제점이다. 거시경제에 대한 안목도 없다. 오너경영의 폐단을 그대로 드러냈다. 자율협약이 결정된 한진해운의 악재가 대한항공으로 불똥이 튀면 그룹 전체가 동맥경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까지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그룹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자율협약 체결, ?

한진그룹이 자율협약을 결정한데 대해 색안경을 낀 시각이 분분하다. 자율협약은 금융사가 부실기업에 빚 상환을 연기해주고 회생시키는 절차다. 보통은 부실기업 측이 경영권 포기각서와 사재 출연 등 자체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고 채권단과 물밑 조율을 거친다. 이런 절차나 과정 없이 자율협약을 결정한 것은 다른 속내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조양호 회장 등 오너일가가 사재 출연 압박 등을 피하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라는 비판이다.

실제 현대상선은 지난달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사재 300억 원을 출연한 바 있다. 현대상선의 부채는 48000억원이다.

김선재 한국증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주주도 구조조정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자율협약을 신청하기에 앞서 조양호 회장 일가도 사재출연 등에 자체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놨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무시하고 채권단에 부실에 공을 떠넘겼다. 구조조정은 뼈가 부서지는 고통이 들어간다. 채권단을 통해 국민혈세가 들어가고, 노동자의 대규모 실직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인데도 경영책임을 안 진다는 것은 모럴해저드다고 했다.

대주주 모럴해저드 심각

대주주의 고통 분담에 대한 목소리가 커져가는 것에도 불구하고 조양호 회장을 곤혹스럽게 한 일이 터졌다.

오너일가의 모럴해저드가 민낯을 드러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두 딸과 함께 보유 중인 한진해운 주식97만주(27억원)을 자율협약 발표 하루 전인 27일 모두 팔았다. 이에 대해 최 전회장 측은 계획된 일정이라고 해명했다. 석연치 않다.

자율협약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진 22일 하루만에 주가는 7.5% 급락했다. 금융당국은 내부자 거래 여부에 대해 수사를 착수했다. 최 전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전 회장이 타계한 이후 경영권을 맡아 무리한 확장경영으로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산은 측도 사전에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하고 진정성 있는 자구책을 보여준 현대상선과 비교된다고했다.

조양호 회장의 리더십은 추락했다. 땅콩회항으로 문제를 일으킨 자녀 문제에서부터 거시경제 안목 부족으로 그룹 전체를 유동성 위기로 내몰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조 회장이 이번 한진해운에 대한 자율협약 신청을 계기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것인가에 세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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