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현 SKT 사장, 해외 사업 ‘부진’ 털까
장동현 SKT 사장, 해외 사업 ‘부진’ 털까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0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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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강조 SKT, 해외 자회사 11곳 모두 적자
▲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SK텔레콤(대표 장동현)이 추진한 해외 사업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내세운 SK텔레콤의 해외 자회사 11곳은 모두 적자 상태다. 앞서 미국, 중국, 베트남 등에 수차례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가 철수한 데 이어 현재 11개 해외 자회사 모두 작년에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재벌이라 불리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비싼 통신료로 얻은 수익을 해외에서 다 잃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SK텔레콤 측은 해외 시장에 관한 이해도를 높이고 또 다른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경험이 됐다고 설명했다.

잇따른 해외 진출 실패

글로벌 경쟁력을 내세워 2002년 신세기통신을 인수합병하고 최근 CJ헬로비전까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정작 해외사업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동안 SK텔레콤은 해외 사업에서 연달아 실패를 한 기억이 있다. 2001년 베트남에 진출, 베트남 정부와 합작해 ‘S이라는 브랜드로 사업을 벌였지만 8년 만인 2009년 철수했다. 2005년에는 미국 이동통신재판매(알뜰폰) 합작사 힐리오를 설립하며 무려 6척억원 가까이 투자했지만 2008년 힐리오를 버진모바일에 매각하며 역시 3년 만에 정리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분기에는 중국 선전의 GPS 제조 업체인 E-eye 까오신(Shenzhen E-eye High Tech)을 매각한 바 있다. -아이 까오신은 SK텔레콤이 중국에서 통신 기술과 결합한 차량 연결 기술인 텔레매틱스 사업을 펼치기 위해 지난 2008139억원에 인수한 회사다. 하지만 중국 현지 기업들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 회사는 20138억원의 손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1411억원의 적자를 냈다. 사업 부진을 이어오다 지난해 1월 매각하고 철수했다. 2009년에는 SK텔레콤이 보유한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유니콤의 주식 전량을 매각하며 손을 뗐다. 2010년 투자한 미국 이통사 라이트스퀘어드는 20125월 파산보호를 신청, 6000만 달러의 투자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철수 안 한 사업도 적자투성이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해외 소재 계열사 11개 기업이 모두 지난해 1~3분기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들이 기록한 누적 적자 규모는 모두 871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SK텔레콤 차이나홀딩스(중국)1263900만원 손실, SKP 글로벌홀딩스(싱가포르) 1349400만원 손실, SKT 아메리카와 SKP 아메리카(미국)가 각각 36200만원, 11800만원 손실을 냈다. 통신사, 제조사, 투자사 등 업종에 관계없이 해외 자회사 모두가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 시장 이해도 높인 과정

SK텔레콤에 있어 해외 사업은 아킬레스 건이자 오랜 숙원이다. 최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이형희 SK텔레콤 사업 총괄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미디어 사업자의 국내 진출을 언급하면서 새로 출범하는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법인을 통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9년 손길승 당시 SK그룹 회장이 신세기통신 인수추진을 발표할 때도 세계적인 추세는 거대화, 전문화, 글로벌화이며 (신세기통신 합병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인수합병 명분을 내세웠다.

2008년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며 지배적 사업자로 떠오를 때도 같은 논리를 내세웠지만 지금껏 해외 사업은 다 실패했다.

그러나 또다시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이번 합병을 추진 중인 것.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지난 빛바랜 해외 성과에 관해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는 게 KT,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의 주장이다.

살제 일부 통신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전형적인 내수 기업간 합병으로 글로벌 미디어산업 경쟁력 향상과는 무관하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SK텔레콤을 제외한 다른 사업자들의 글로벌 기업과의 협상력 저하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CJ헬로비전 인수로 SK텔레콤이 해외 사업 역량을 키울 걸로 보이지 않는다는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외 사업 부진에 관해 “‘부진이라는 기준이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기업이 해외에 나가 바로 성공을 하는 것은 힘들지 않나, 통신이란 사업은 특히 더욱 그렇다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해외 시장에 관해 이해도를 높이고 또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통신 시장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과거에 했던 노력이 전부 불필요한 것이고 실패라고 볼 순 없을 것 같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올해 같은 경우, MWC 2016에서 독일 도이치텔레콤과 손잡고 미디어 기술을 유럽 시장에 공개하기로 했다. 페이스북과도 협력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사업 협력을 계속 하고 있다. 저희는 사업을 계속 추진 중인데 실패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답했다. CJ헬로비전 인수가 해외 사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의문이라는 시각에 대해선 그 역시 관점이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장 사장은 SK텔레콤 해외진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이번 해외진출에 있어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실패사례를 문서로 만들어 참고하는 등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사장이 자존심을 회복하고 글로벌 시장에 우뚝 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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