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폭행·출산 숨기고 결혼.. 혼인취소 사유 아니다" ‘극적 승소’
대법, "성폭행·출산 숨기고 결혼.. 혼인취소 사유 아니다" ‘극적 승소’
  • 오혁진 인턴기자
  • 승인 2016.0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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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결혼 이주여성 승소 취지로 파기 환송

22일 국제결혼중개를 통해 결혼한 외국 여성이 과거 출산 경력을 알리지 않았더라도 곧바로 혼인취소 사유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두 사람은 국제결혼중개로 20122A씨 모국인 베트남에서 결혼했다. A씨는 같은해 7월 한국에 입국해 시집살이를 하다 이듬해 시아버지에게 성폭행과 추행을 당했다. 시아버지는 징역 7년이 확정됐으나 재판 과정에서 A씨의 과거 출산 경험이 드러났다.

남편은 A씨가 맞선 당시는 물론 결혼 이후에도 출산 사실을 숨겼다며 혼인 취소와 위자료 3천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민법상 '사기로 인해 혼인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법원에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A씨는 남편은 자신이 시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는데도 방치했다며 이혼과 위자료 1천만원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1·2심은 "출산 경력은 상대방의 혼인 의사결정에 중대한 고려요소에 해당한다. 출산 경력을 알았다면 김씨가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성폭행으로 출산한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무조건 사기 결혼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출산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고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이라며 "단순히 출산 경력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민법상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임신과 출산 경위, 자녀와의 관계 등을 충분히 심리했어야 하는데 혼인 취소 사유가 있다고 쉽게 단정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아동 성폭력 피해의 결과로 출산하게 된 특수한 경위에도 고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현저히 침해한다""이번 판결은 혼인 전 출산 경력이 혼인취소 사유가 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판결 뒤 A씨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를 통해 만약 제가 시아버지한테 성폭행을 당하고 혼인무효의 판결을 받고 베트남에 돌아가도 저를 위로해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이 비난만 받았을 것입니다라면서 공정한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제가 힘을 낼 수 있도록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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