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폭언·폭력에 우울증...이제 ‘산재’ 인정
고객 폭언·폭력에 우울증...이제 ‘산재’ 인정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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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 입법 예고

고객의 갑질로 고통을 겪어야 했던 근로자들이 산업재해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질병에 대한 산재 인정이 대폭 확대되기 때문이다. 11만여 명에 달하는 대출모집인, 카드모집인, 대리운전기사 등도 산재보험을 적용받는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시행규칙'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2일 입법예고했다.

적응장애우울병추가

이번 개정을 통해 산재보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적응장애우울병이 추가된다. 감정노동자의 산재보험 보호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고객응대 업무를 맡는 근로자의 정신질병 피해 사례가 늘어났으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만 있어 타 질병은 산재 인정이 어려웠다.

이번 개정으로 텔레마케터, 판매원, 승무원 등 감정노동자가 고객으로부터 장시간 폭언을 듣거나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하는 등의 고객 갑질로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병이 생기면 산재로 인정받는다.

지난달 16일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스와로브스키 매장에서 여성 고객이 점원들을 무릎 꿇린 일로 해당 점원들이 큰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들도 산재 인정을 받을 길이 열린 셈이다.

우울병은 우리나라 정신질병 중 발병 비중이 가장 높은 질병이다. 적응장애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까지 포함하면 업무상 인과관계가 있는 대부분의 정신질병이 산재보험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적응장애는 사회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한 개인에게 일어나는 무질서한 행동 형태를 말한다.

이번 개정안에는 소음성 난청 특례평균임금 적용기준일을 다른 직업병처럼 진단서나 소견서의 발급일로 변경하고, 요양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산재의료기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고용부는 최근 고객 응대 업무를 맡는 감정노동자의 정신질병 피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이번 조치로 그간 어려움을 겪은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시간제 근로자 보상 강화

고용형태가 다양해지고 여성의 사회진출 및 투잡스(two jobs) 등의 확산으로 시간제 근로자가 지속적으로 증가(20153월 기준 209만명)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산재보상은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

그동안은 시간제 근로자가 재해를 당하면 재해 사업장의 평균임금만으로 산재보상을 받아 실질적인 생활 보장이 어려웠다.

앞으로는 산재보상 시 재해 사업장뿐 아니라 동시에 근무하던 다른 사업장의 임금도 합산해 평균임금을 산정하게 된다.

예컨대 A 사업장의 평균임금이 4만원이고 B 사업장의 평균임금이 5만원일 경우 기존에는 A 사업장에서 재해를 당하면 4만원 기준으로 산재보상을 해왔다. 앞으로는 9만원을 기준으로 산재보상이 이뤄진다.

다만 재해 사업장이 아닌 사업주에게는 개별실적요율이나 급여징수의 책임을 지지 않게 해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특수형태업무종사자에도 확대

개정안에 따르면 근로자와 비슷한 업무를 하지만 근로자 지위가 아닌 특수형태업무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도 확대된다.

지금까지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특수형태업무종사자는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 레미콘기사, 택배기사, 전속 퀵서비스 기사였다.

앞으로는 대출모집인, 카드모집인, 전속 대리운전기사가 추가된다. 보험료는 사업주와 종사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보험료의 대출모집인은 월 1만원, 신용카드모집은 7천원, 대리운전기사는 14천원 정도로 예상된다. 정확한 보험료는 기준보수액 산정 후에 산출될 예정이다.

단 여러 업체의 콜을 받아 일을 하는 비전속 대리운전기사는 ·소기업 사업주 특례에 추가돼 보험료는 본인이 부담하고 산재보험에 임의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출모집인 및 신용카드모집인 5만여 명, 대리운전기사 6만여 명 등 총 11만여 명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사업주의 부당한 압력을 받아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한다.

종사자는 적용제외 신청을 할 때 사업주에게 산재보험 적용에 대해 안내를 제대로 받고 신청을 하는 것인지 셀프 체크(Self-Check)를 해야 하고 개인 휴대폰으로 SMS 문자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감정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시간제 근로자 등 그동안 산재보험 적용에서 다소 소외됐던 근로자들의 산재보험 보호를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산재보험에 적응장애'우울병'을 추가하는 내용은 내년 1, 시간제 근로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 확대는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7월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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