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빨간 불' 4개월 최저 추락
국제 유가 '빨간 불' 4개월 최저 추락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0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석유 산업, 1986년보다 더 심각”

국제유가가 지난 22(현지시간) 미국의 원유재고량이 증가한 탓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67달러(3.3%) 떨어진 배럴당 49.1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유가가 5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42일 이후 처음이다. CNBC는 시장전략가들을 인용해 최근 움직임으로 볼 때 유가가 3월 저점인 42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세계 석유산업 최악

석유 애널리스트인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유가의 추가하락은 불가피하며 3월 저점에 초점이 모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상태에서 반등해야 할 것으로는 생각하지만 여러 요인들을 감안하면 여전히 하강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유가는 다음날인 23(현지시간) 또 떨어져 지난 331일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는 전날보다 74센트(1.5%) 하락한 배럴당 48.45달러에서 마감됐다. WTI 가격은 전날 3.3% 급락한 것을 비롯해 이달 들어서만 18% 폭락했다. 브랜트유 역시 배럴당 0.86달러(1.5%) 떨어진 55.27달러로 마감했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하락한 것은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지속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지난주(~717) 원유 재고가 250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초 애널리스트들은 원유 재고가 230만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석유 산업이 1986년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1985년 당시 9월 배럴당 32달러 수준이었던 국제유가가 1986810달러까지 떨어졌다.

OPEC의 카르텔이 붕괴되고 사우디가 증산에 나서면서 치킨게임이 시작됐지만 결국 1년 만에 OPEC이 감산에 합의해 급락세는 진정됐다.

모건 스탠리는 석유산업관련 보고서를 통해 유수출국기구, OPEC의 공급 과잉으로 석유 약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것이 석유산업 불황의 최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OPEC 석유 생산이 지난 2월 이후 공식 쿼터인 3천만 배럴을 하루 평균 150만 배럴 초과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전 세계 수요 증가분을 상쇄하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금 추세면 (세계 석유 산업) 하강세가 1986년보다 더 악화해 45년 이상이 되는 기간 중 최악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건 스탠리는 이와 관련, 이미 석유 업계가 1,300억 달러의 투자를 줄이고 7만 명을 감원했다고 밝혔다.

원유 재고 계속 쌓여가

로이터는 지난 22일 여러 명의 OPEC 소식통을 인용해 유가 약세에도 OPEC의 산유량 유지 방침이 불변이라고 관측했다. 알리살레 알-오마이르 알제리 석유 장관은 지난 21일 석유시장 균형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거듭 밝힌 바 있다. 로이터는 또 다른 3명의 OPEC 소식통도 유가 약세를 단기적으로 전망하면서 OPEC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고 전했다.

OPEC은 올해 2월 이후 원유 생산량을 하루 150만배럴 가량 늘렸다. 미국 세일가스 생산증가에 맞서 석유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물량공세를 퍼부은 것이다. 이후 북미지역 세일가스 생산이 둔화됐는데도 OPEC은 원유 생산을 줄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계속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원유 재고는 계속 쌓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7일 기준 원유 재고가 250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초 애널리스트들은 원유 재고가 230만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 선물 투자자들은 국제적 석유 공급과잉 현상은 당분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4일 종료된 한 주간의 미 원자재선물거래위원회(CFTC) 집계를 인용해 20일 이같이 보도했다.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투자는 이 기간에 순() (매수) 포지션이 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롱 포지션은 7.9% 줄었으나 쇼트(매도) 포지션은 4.2% 늘어났다. 시장이 유가 약세 지속을 전망한다는 의미다.

추가 하락 폭 작을 것

씨티 피쳐스 퍼스펙티브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팀 에번스는 블룸버그에 사우디가 산유량을 늘리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전체도 완연한 증산 추세라며 산유국들의 과잉공급으로 석유시장 (수급) 균형 회복이 갈수록 요원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배럴당 50달러가 무너지면서 유가가 앞으로 40달러대 초반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유가가 지난 6주 동안 20% 가까이 하락해 약세장의 조건에 가까이 갔다고 분석했다.

업계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밥 더들리 BP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 상트페테부그르에서 유가가 상당 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의 낙폭은 전보다 작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배럴당 96달러이던 것이 올해는 57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그나마 4월에 나온 전망치인 53달러보다는 높아진 것이다.

지난 4~6월 미국의 석유 수요 증가로 인해 유가가 17% 오른 것이 반영됐다.

모건스탠리 역시 유가 하락이 신규 투자를 제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요를 자극해 원유 가격이 느려도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 잉여 생산능력이 총 공급량의 2~3% 수준에 불과해 지난 198630%에 달했던 것에 비해 한참 낮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