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김승연 '과감한 주사위' 통했다
이부진, 김승연 '과감한 주사위' 통했다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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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기질로 ‘신의 한수’ 띄우고 광폭 행보·뚝심 경영 눈길

HDC신라면세점과 한화 갤러리아가 황금 티켓 두 장의 주인이 됐다. 서울 시내면세점 승부는 연합으로 뭉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그리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승리였다. 이들은 적과의 연합과 차별화된 입지라는 과감한 베팅 끝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대기업군은 2곳을 뽑는 이번 입찰에 7곳이 출사표를 던져 3.51의 경쟁률을 보였다.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들이 자존심을 건 열전 속에서 고배를 마셨다.

차별화 된 입지선정 결정적

지난 10일 서울 시내 대기업 신규 면세점으로 HDC신라(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와 한화갤러리아가 확정됐다. 서울 시내면세점 승부는 면세점 입지선정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호텔 신라는 지난 2월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용산 아이파크몰을 면세점 후보지로 전격 발표했다. 호텔 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HDC신라면세점이란 합작법인을 세우며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 나서자 예상치 못한 행보에 업계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먼저 HDC신라면세점은 용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형 면세점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내 놔 눈길을 끌었다. 같은 지역에 경쟁 업체가 없고 강북과 강남을 아우르는 입지가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용산 아이파크몰의 전체 면적은 65000(2만 평)으로 면세점 면적은 27400(8300)규모다. 또 대형버스 40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옥외 주차장을 큰 강점으로 내세워 주차 공간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다른 면세점 부지들과 차별점을 뒀다.

용산역이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철도 교통망의 중심에 있는 것도 관광객의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강점으로 꼽혔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낙점된 것 역시 여의도라는 지역적 안배가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군 두 곳 가운데 한 곳이 강북으로 정해질 경우 나머지 한 곳은 한강 이남으로 정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여의도와 강남을 각각 입지로 정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와 현대DF가 그 후보군이었다.

그러나 현대DF가 정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경우 롯데면세점 강남코엑스점과 상권이 겹치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이런 측면에서 63빌딩을 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선택은 파격적이었다.

여의도 63빌딩의 경우 인천공항 및 김포공항과도 가까운 거리에 있어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이 쉽다. 또 시내 중심부에서 떨어져 있어 주차공간이 넉넉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인근 한강고수부지를 주차장으로 활용해 100대 이상의 대형버스를 주차할 수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63빌딩에 172규모의 면세점을 내기로 하면서 아쿠아리움, 한강전망대 등 내부 시설을 새단장할 계획이다. 또 지역 활성화를 위한 관광 프로그램을 적극 마련할 예정이다. 이들은 36472규모의 대형 쇼핑문화 관광공간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부진, 공개적 광폭 행보

이번 입찰 경쟁은 대기업 총수 일가들의 대리전 양상을 보였다. 이 중 경영 리더십이 가장 빛났다고 평가받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

이 사장은 지난 9일 서울 면세점 사업자 선정 기업별 프레젠테이션(PT) 장소를 방문, PT를 진행하는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사장 등에게 특허를 따면 여러분의 덕이고 그렇지 못하면 내 탓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 사장이 국내 면세점 2위 업체인 호텔신라의 독과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을 잡는 신의 한수를 둔 게 황금티켓을 쥐게 된 결정타였다고 보고 있다.

이 사장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유커 관광객이 급감하자 지난달 29일에는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가 한국 관광 유치활동을 벌였다. 지난 2일에는 정 현대산업개발 회장·지방자치단체장과 함께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또 제주 신라호텔에 메르스 확진환자가 머물렀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제주로 날아가 호텔 영업을 중지했다. 하루 3억원의 손해도 감수했다. 고객에게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했고 이들에게 숙박비 전액을 환불, 항공권요금까지 보상했다.

이처럼 이 사장이 이례적이고 공개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서울면세점 유치전이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할 첫 번째 시험대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승연 뚝심 리더십 발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삼성그룹의 방위산업 부문 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한데 이어 이번에도 재계 순위에 앞던 롯데·SK뿐만 아니라 유통재벌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을 제치고 미래먹거리인 서울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서울시내 면세점 유치전 도전을 직접 결정하고 음지에서 대폭적인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서비스 부문도 어려운 시장 환경을 딛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여의도 63빌딩이라는 과감한 청사진을 내놓은 것도 김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이에 따라 한화갤러리아는 작년 말 신규 부임한 황용득 대표를 필두로 신성장 동력인 시내면세점 출점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한화갤러리아는 입찰초반만 해도 승자가 될 것으로 예측하는 이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신규 면세점 입찰 심사과정에서 짧은 기간 제주공항 면세점의 흑자 달성을 기록한 갤러리아의 경영능력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0146월 오픈한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으로 사업 첫해 흑자를 달성, 국내 면세 사업자 중 최단 기간 내 수익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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