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협박에 이재용은 괴로워”
“엘리엇 협박에 이재용은 괴로워”
  • 김진동 기자
  • 승인 2015.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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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미국계펀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을 놓고 대결했다. 1라운드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승인되면서 삼성이 승리했다.

지난 17일 삼성물산 이사회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계약서 승인의 건을 찬성 69.53%로 통과됐다. 이날 주총은 전체 의결권 주식 1억 6086만6417주의 83.57%에 해당하는 1억3054만8184주가 참석했다. 투표에는 위임장을 포함해 1억3235만5800주가 참석했다. 찬성한 주식수는 참석 주식의 69.53%인 9202만3660주다.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 합병에 반대하는 엘리엇 측과 합병에 찬성하는 주주들간 공방이 팽팽하게 진행됐다.

엘리엇의 법률대리인인 최영익 넥서스 대표 변호사는“엘리엇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모든 주주들에게 공정한 거래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라며“엘리엇은 경영권 승계 과정으로 이뤄지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확고하게 지지하지만 모든 주주들에게 공정하고 적절한 기대 수준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개회 발언을 통해“건설과 상사 모두 수익성이 정체되고 있다.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결정했다”며“합병은 건설 상사부분의 매출상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불러일으킬 것으로 제일모직의 패션·식음사업에도 진출해 2020년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혀 합병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이번 합병 결의로 양사는 오는 9월 1일 합병을 완료하고 자산 40조원, 매출 33조5000억원대의 초대형 기업으로 재탄생한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지배력 강화를 핵심으로 한 이재용 부회장 시대의 개막이 시작됐다. 이건희 회장이 1년 넘게 와병으로 경영부재 상태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조기 매듭지어지고 이재용 체제를 중심으로 한 그룹 안정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예상되는 삼성그룹의 예상 순환출자 지배구조는 다음과 같다. △이재용→삼성물산(합병)→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합병), △이재용→삼성물산(합병)→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합병),△이재용→삼성물산(합병)→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합병)등이다.

합병 후제2라운드 예고

합병은 통과됐다. 전쟁은 계속 될 전망이다. 이번 1라운드에서 패한 엘리엇은 삼성을 상대로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가 조정소송 등 다양한 법정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김선제 한국증권경제연구소연구소장은 “엘리엇은 삼성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것”이라며“삼성의 지배구조는 상당히 취약하다. 이재용 부회장으로 경영승계가 이뤄지는 과도기를 노려 엘리엇이 삼성을 공격한데는 단순한 투자이익을 챙기겠다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프리미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분쟁을 장기화로 끌고 가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방해할 수 있다”고했다. 그는“엘리엇의 목적은 돈이다. 삼성의 계획을 최대한 막으면서 자기 지분만 웃돈을 주고 사라고 삼성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인해 지분율이 2%대로 떨어지게 된다. 엘리엇은 삼성과 전쟁을 위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경영 간섭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속도는 물론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도 더디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하는데 들어간 매입금액은 6~7000억 원(평균 1주당 6만 3000원). 이 돈은 몇 년간 회수하지 않아도 될 만큼 현금 여유가 넉넉하다. 운용자산만 220억 달러이다. 칸 아이칸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엘리엇이 10~20%의 차익을 노리고 삼성과 싸움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엘리엇은 주주로서 상법상 제기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했다.

엘리엇이 장기전을 준비하면 서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는 설도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기업으로서 가치가 저평가 됐다. 최대주주 지분율도 높지 않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엘리엇이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장기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엘리엇은 지난 2001년 부도난 아르헨티나 국채에 투자해 아르헨티나 정부의 채무 재조정을 끝까지 거부하며 수년간 법정다툼을 벌였고 끝내 승리를 이끌어냈다. 아르헨티나는 미국 법원의 원금 상환 판결에도 불구하고 괘씸한 엘리엇에 원금상환을 거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갚을 돈은 있는데 갚을 의지가 없는 디폴트 아닌 디폴트 상태이다.

삼성, 경영간섭에 고심

삼성으로서도 고민이다. 합병승인으로 한고비를 넘겼지만 엘리엇이 끝까지 괴롭힐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계속 지분(합병후 지분 2.1%)을 정리하지 않고 남아서 주주권을 행사함으로써 삼성측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엘리엇측이 국가소송(ISD)을 제기할 가능성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삼성으로선 예상치 못한‘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지배구조를 조기 완착 하려던 삼성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이재용 체제도 한동안 수면 아래 머무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과 엘리엇의 2라운드에 어떤 전쟁이 펼쳐지고 누가 승리할 것이냐에 세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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