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도 없고 지휘도 못해 ‘사후약방문’ 주문만"
"정보도 없고 지휘도 못해 ‘사후약방문’ 주문만"
  • 한국증권신문 기자
  • 승인 2015.0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는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세월호의 엄청난 비극은 왜 발생한 것일까?. 또 메르스가 이토록 급속하게 퍼진 이유는뭘까?. 두 사태의 공통점이 있다.

미래에 닥칠 위험을 알고도 대비하지 않았다. 안이한 대응으로 위험을 키웠다. 위험을 관리하는 매뉴얼이 없었다. 이는 국가가 재난, 재앙, 전염병 등에 위기를 관리하는 시스템 부재에서 비롯된 인재라는 지적이다.

메르스 환자가 증가하며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초기대응에 실패하면서 격리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상당수 학교가 휴업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각종 행사는 발길이 뚝 끊어졌다. 이로 인해 경제적·사회적·정신적인 혼란이 커지고 있다.

메르스는 국내 방역시스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국내 첫 메르스 사태는 초기의 방역 공백 때문에 결정적으로 악화됐다.

방역의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다.

지난 541호 환자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인천공항에 들어왔다. 중동 국가에서 입국했다. 열이 나면 보건 당국에 메르스 의심신고를 하라는 방역 안내를 받지못했다. 그는 귀국한 지 일주일 만에 열이 나자 여러 의원을 거쳐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 폐렴이 낫지 않자 1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는 의료진에게 중동 방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의료진이 몇 가지 호흡기 바이러스 검사를 했지만 모두 음성이었다. 해외여행 여부를 캐물었다. 그는 바레인에 있었다고 했다. 의료진은 메르스 검사를 하려고 질병관리본부에 연락했다. 바레인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며 다른 바이러스 검사를 더 해보라는 답변만 받았다. 하루가 더 지체됐다. 20일 마침내 메르스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1호 환자는 응급실 격리 병상에 있었다. 응급실은 비어있었다. 다행히 접촉자도 적었다. 이후 환자는 국립의료원으로 보내졌다.

그가 메르스로 확진된 뒤, 역학조사관이 그의 행적을 추적했다. 1호 환자가 폐렴 증세로 40여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던 평택성모병원 8층 병동에 3일이나 입원해 있었다는 사실이 나왔다. 이때 방역시스템을 가동했어야 했다. 하지만 사령관인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국회 출석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보건 비서역할 하기에 바빴다.

전쟁 사령관이 전선에 있지 않고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금쪽같은 골든타임을 날려버린 것이다.

최초 환자와 14호 수퍼전파자 사이의 방역 공백 10일 때문에 1명이던 환자는 한 달 만에 165명으로 늘었다. 23명의 사망자와 1만명이 넘는 격리자를 양산했다. 정부는 첫 메르스 진단 후 며칠이 지나서야 메르스 중앙대책위원회를 꾸리기 시작했다. 컨트롤타워 없이 총리실, 복지부, 지자체 등마다 메르스 대응팀이 여러 개 나왔다.

의료진 A 씨는 방역시스템에 공백이 발생했다. 매뉴얼도 없고 컨트롤타워도 없었다. 환자와 병원, 보건당국 모두 메르스에 대해 잘 몰랐다. 대형 병원의 응급실과 진료실은 병을 고치기는커녕 악화시키고 확대 재생산하는 진원지가 됐다. 병원의 구조와 문화는 바이러스에 특히 취약했다. 의료진은 질병에 대한 지식과 비상 훈련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노출시켰다. 또 격리자가 수칙을 어기고 집 밖을 돌아다니는 시민의식 실종이 메르스 확진을 불러일으켰다면서 메르스였기에 그나마 이 정도이다. 탄저균이나 천연두였으면 대한민국 전체가 초토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염병 대처는 질병관리가 아니고 국가안보라는 것이다.

이번 메르스의 방역공백이 뚫리고 전국적으로 확산된 데는 콘트롤타워 부재 정보력 부재 정보공유 실패 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

정갑윤 국회의부장(새누리당울산 중구)재난상황 때마다 반복되는 국가위기대응능력에 대해 국민들이 실망하고 불안해 한다면서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을 재점검, 강화를 주문했다.

정 부의장은 선진국들은 감염병에 대한 국가차원의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존재해 대응매뉴얼에 따라 0.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정부가 적극 개입해 격리 등의 조치로 확산을 막는다고 말했다.

선진국은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에볼라 출혈열 환자가 발생하자 미질병통제센터장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전염병대응센터를 떠나지 않고 조기 방역을 통해 극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