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권력 '박' vs 미래 권력 '김', 투쟁 시작됐다
현재 권력 '박' vs 미래 권력 '김', 투쟁 시작됐다
  • 최남일 기자
  • 승인 2015.0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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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집권 3년차 미래권력에 경고 메시지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與野靑) 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거듭 시사했다. 만약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치권은 재의결에 들어간다. 이때 여당 내부의 반란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중반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국회와 충돌하면서 승부수를 던진 이유는 다른데 있다. 집권 3년차 조기 레임덕 현상을 막는 한편 미래권력(김무성 대표)에 대한 경고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수면아래서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 사이 투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與野靑)이 시끄럽다. 국회법 개정안 문제를 놓고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청와대가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시사가 단초가 됐다.

지난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법 개정안 중재안을 정부로 넘겼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대통령은 국회법 중재안을 넘겨받아 15일 뒤인 30일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개정안의 쟁점은 요구와 요청의 차이다. 국회는 국회법 개정안 내용 중 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한다에서 요구요청으로 수정했다. 강제성을 줄였다는 주장이다. 반면 청와대는 정부의 의무가 전제되는 한 정부의 행정권이 침해받을 수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17일 정의화 국회의장은 내가 어제(16)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거부권 행사를 안하는 게 좋겠다하는 요지로 전화를 했다. 상당히 완강한 반응을 보였다고했다.

앞서 16일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국회법 개정안에서) 한 글자를 고쳤다. 그렇다고 우리 입장이 달라질 수는 없다고 했었다.

그는 대통령의 거부권과 관련한 질문에 거부권 행사 시기라거나 구체적인 것은 결정된 사항이 없다. 다른 사항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거부권 행사는 거의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이다.

만약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시 당·청 관계와 여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를 감수하더라도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이 던지는 승부수이다. 절반은 성공했다. 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 체제를 견제하는 효과를 거뒀다.

박 대통령이 국회개정안을 놓고 청와대가 국회와 충돌한 이유가 있다. 중재안의 위헌요소 내포 외에도 집권 3년차인 박 대통령이 잔여임기 동안 국회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강한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갈등은 당·청과 계파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 사이에, 당내 소수의 친박 성향의원들과 다수 비박 의원들 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어느 한쪽도 섣불리 물러서기 어려운 형국이다 자칫하면 대통령이나 여당 지도부 어느 한쪽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문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로 다시 돌아온 이후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다시 국회에서 의결을 해야 한다. 이 법률안은 결국 법률로서 확정돼 효력을 갖게 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 만약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일부 여당 의원들이 법안 통과에 찬성표를 던져 실제로 가결될 경우 박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미 비박계 내부에서는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 시사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친박 대비박 충돌 조짐

 

여당 내 친박 대 비박의 정면 충돌조짐이 보인다. 친박계는 완고하다. 시행령 수정요구요청으로 고쳐도 위헌성은 마찬가지라는 청와대 주장의 판박이다.

17일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입법부에서 애매모호하고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넘기면, 집행을 할 행정부가 야당·여당·국회의장 누구 뜻을 따라야하는가라고 말했다.

비박계의 반격도 만만찮았다.

친이계 정병국 의원은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이고 국회에서 성의를 다했다글자 하나를 고쳤을 뿐이니 하는 식으로 입법부를 비아냥거리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비서들 행태를 보면 대통령을 모시는 자세가 아니다. 당내 분란, ·청 갈등은 어떻게 풀어 가려고 하는가라고 직격했다.

 

 

김 납작, 유입조심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로 돌아올 경우 재의결 여부 또한 고민거리다. 지금까지는 당청 관계의 파국을 막기 위해 재의결 상정 자체를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편이다. 그러나 야당이 이를 강하게 요구할 경우 거부할 명분이 많지 않다.

김무성 대표의 고민도 깊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가져올 후폭풍에 대한 고민이다. 당장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재론되며 당내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일부 의원들이 우리 모두가 같이 져야 할 책임이라며 유승민 책임론에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김 대표로서는 한쪽 팔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2017년 대선까지는 갈 길이 멀다. 여권의 유력대선 주자이지만 현재권력이 맞대응해선 이익이 없다.

현재권력은 대통령은 만들 수는 없지만 떨어트릴 수는 있다. 4대 사정기관을 손에 쥐고 있는 현재권력이 털면 안 털릴 인사가 없다. 때문에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청와대와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속내는 착잡하다.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당하며 불가피하다’ ‘당에서 위헌 소지에 대해 잘못 판단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18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우리는 (국회법 개정안이) 강제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찬성했는데 강제성이 있다고 보는 게 대세(大勢)”라며 국회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입법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느냐. 그러나 여러 헌법 학자가 위헌성이 있다고 해서 저희도 참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 김 대표는 대통령으로서 위헌성이 분명한데 그걸 결재할 수도 없는 처지라고도 했다.

 

중재안 없는 일촉즉발

 

여권 안팎에선 대통령의 거부권에 맞서 싸우는 것은 자멸(自滅)하는 길이란 공감대도 생기고 있다.

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의 거부로 돌아온 법률을 국회가 재의(再議)해 가결하면 대통령 탈당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여당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친박(親朴)계 의원뿐 아니라 비박(非朴)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런 기류가 있다.

이재오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여당이 그 법안을 재의에 부치는 것은 곤란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정훈 의원도 박 대통령이 위헌성이 있다고 넘긴 법안을 그대로 재의에 부친다면 당이 쪼개질 정도로 난리가 날 것이라며 그대로 재의에 부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국회법 개정안 논란으로 촉발된 여권 내 갈등이 수습불가로 치달을 경우, 내년 총선에 대한 전망에 따라 새누리당은 극심한 계파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요구와 요청은 호랑이와 고양이

 

새정치민주연합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비판과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당 원내 대책회의에서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 중재안 수용을 요구하며 “‘요구요청은 호랑이와 고양이처럼 현저히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역시 저는 대통령에게 공을 넘겼다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 여야와 국회의장까지 중재안을 낸 합의안을 존중하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표는 17일 회의에서 대통령이 국회 노력을 무시하고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메르스 컨트롤타워는 하지 않으면서 정쟁 컨트롤타워를 자초하는 결과가 된다국민은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에 몰두하는 청와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시 유승민 원내대표가 의결 정족수를 맞춰주겠다는 정치적 약속을 했다는 이종걸 원내대표 발언이 보도되면서 여야 원내대표 측이 이를 부인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18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합의로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려는 데 대해 핵심은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를 불신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3대 국회 이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모두 14번 있었다. 이 가운데 국회가 대통령 뜻에 맞서서 법률안을 재의·가결한 경우는 16대 국회 때 딱 한 번 있었다.

지난 200311월 처리된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이었다. 당시 국회가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인 데다 집권당마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갈라졌기에 가능했다. 여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맞서 재의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는 얘기다.

국회법 개정은 당분간 수면아래 들어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의 조기종식이 국정 최우선 과제로 등장한 만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문제를 논의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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