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 폭탄 예고...일감몰아주기 전방위 조사
공정위, 과징금 폭탄 예고...일감몰아주기 전방위 조사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0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대 그룹도 예외 없이 일감 몰아주기 조사 대상
▲ 정재찬 공정위원장

앞으로 불공정거래를 하다 적발된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적은 과징금을 내는 사례가 사라질 전망이다.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개선하기 위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기업이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과징금의 상당액을 감경 받는 바람에 중소기업이 더 많은 과징금을 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형평성 논란이 있어 왔다. 최근 대대적인 조사에 나선 공정위는 10대 그룹에 대해서도 예외를 두지 않고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기업, 더 가벼운 처벌

 

공정위는 지난달 국책사업인 천연가스 주배관 12차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해 17천억원 규모의 공사를 나눠먹은 건설업체 22곳을 제재했다.

당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총 1746억원으로 현대건설이 36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견 건설업체 한양이 315억원, 중소업체 삼보종합건설이 694000만원을냈다.

한양과 삼보종합건설의 경우 현대중공업(692천만원), 두산중공업(625천만원), GS건설(614천만원), 한화건설(578천만원)보다 더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대기업은 적자를 이유로 과징금을 얼마 내지 않는데 중소업체는 자본금보다 더 큰 돈을 토해내기도 한다며 불만을 제기해 왔다.

법 위반 정도가 크게 차이 나지 않음에도 대기업이 중소·중견업체보다 결과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된 것은 기업의 실제 납부 능력을 고려해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는 공정위 규정 때문이다.

 

형평성 논란 최소화

 

공정위는 매번 솜방망이 처벌지적을 불러일으키는 과징금 고시 조항을 지난해 2월 손봤다.

3년간 당기순이익 가중평균이 적자일 때 과징금 총액의 50%를 초과해 감액토록 한 규정을 없앤 것이다. 또한 단순히 자금 사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과징금을 깎아주지 않도록 명시했다.

그러나 작년 8월부터 시행된 개정 고시는 이전 사건에는 소급적용이 안된다.

지난 20092012년 벌어진 주배관 담합 사건은 기존 규정에 따라 과징금이 결정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배관 사건에 예전 고시를 적용하다 보니 대기업들이 최대 7090%까지 감경받았다새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출했다면 6070억원 정도에 그친 곳도 300억 가까운 액수를 물어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공정위가 현재 조사 중인 불공정거래 사건 중 일부는 34년 전 발생해 종전 부과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형평성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런 점을 고려해 개정고시 시행 전 사건에 대해서는 재무상태를 이유로 과징금이 과도하게 깎이지 않도록 종전 규정을 최대한 엄격히 운용할 방침이다.

또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지나친 과징금 때문에 경영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 부과시 형평성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능한 요인을 모두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10대그룹, 예외 없어

 

앞서 공정위는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10대 대기업집단(그룹)에 대해서도 예외를 두지 않고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김학현 부위원장은 28일 대기업의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조사와 관련해 “10대 그룹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10대 그룹도 일감 몰아주기 조사 대상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당연하다. 허들(장애물)을 넘을 수 있다면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김 부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가 몇몇 기업의 본보기 조사가 아니라 재계 전반에 대한 조사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4대 그룹을 포함해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와 관련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는데 나중에 보니 법원에서 이긴 사건보다 (공정위가) 패소한 사건이 많았다철저히 준비해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는 기업만 조사하겠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재계가 일감 몰아주기 관련 공정거래법 규제조항이 현저한’ ‘상당한등 표현의 모호성을 띠고 있다고 우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정위도 향후 모호한 규정에 의한 혐의 입증의 어려움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공정위는(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회사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이 187개사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상당수의 재벌 그룹 계열사가 대상에서 빠져나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는 평을 들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지난 214일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공정위는 최근 들어서야 한진그룹과 현대그룹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늦장을 부린다는 지적과 함께 재계 서열 30위권 내외 중견 대기업만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최근 공정위가 성역 없는 조사, 전방위적인 조사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재계에 서늘한 긴장감이 밀려오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