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근혜 딴지 정치, 金무성 견제 카드
朴근혜 딴지 정치, 金무성 견제 카드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0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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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공무원연금 개정안 통과 주문…보건복지부 메르스 초기 대응실패
▲ 박근혜 대통령

국회는 없다. 차라리 없어야 한다는 게 민심이다. 국가 방역체계가 구멍 나고 민생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인데도 싸움질만 하는 국회에 대한 비난이다. 국회법을 놓고 티격태격 싸우며 상대방 발목잡기에 혈안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이 같은 국회의 공전(攻戰)은 박근혜 대통령의 말에서 시작됐다.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 연금 개혁안과 국회법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의사를 밝히자 국회는 자중지란이 일어났다. 여당의 경우 친박과 비박 간 계파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국민건강이 위협받고 민생경제가 파탄 날 지경에 이르렀는데 대책마련은 커녕 싸움질만 일삼는 국회에 대해 차라리 해체하라는 국민들에 성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벼랑 끝 정치의 늪에 빠진 정국에 대해 분석한다.

임시국회가 시작됐다. 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다. 쟁점은 황교안 총리 후보자 청문회(8-10),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 강화, 5월 국회에서 처리 못한 민생·경제 법안 등이다.

여의도는 임시국회를 앞두고 야·야간 전운(戰運)이 감돌았다. 하지만 메르스 바이러스라는 초강력 핵탄두가 국회를 강타하면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국회에 대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메르스 확산으로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는 정부의 부실대응이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529일 통과)논란에 휘말는 바람에 메르스 환자가 처음 발생한게 지난 달 20일인데도 불구하고 초기 대응에 소홀히 대처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책임론이 정부당국은 물론 청와대, 정치권에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 통과를 최우선 과제로 주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당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통과의 전제 조건으로 장관 해암건의안을 내세워 문 장관을 압박했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메르스 현안 보고를 위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 때도 메르스 보고는 뒷전이고 문 장관의 거취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었다.

실제 문 장관이 메르스 문제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고 나선 시점이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한 병원에 입원 중이던 메르스 의심환자(58·)가 사망한 직후였다.

사태가 이쯤 되다 보니 청와대, 정부, 정치권에서 비난을 비껴나갈 구멍이 없다. 공무원 연금개혁안, 국회법이 도대체 뭔데 국민의 안전보다 더 중요하냐는 난이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민생은 뒷전인 채) 서로 욕하고 손가락질하면서 분열하고 있다면서 집권여당은 정부·청와대에 협력은커녕 불통에 빠져있다. 야당은 매번 상대방의 발목을 잡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력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야의 정쟁에 시발이 됐던 공무원연금개혁안, 국회법 등이 박 대통령의 거부의사로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1일 김무성·문재인 대표의 공무원 연금개혁안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반드시 먼저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라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반대의사를 냈. 청와대의 반발에 부담을 느낀 새누리당이 한발 물러서면서 6일 공무원 연금 개혁안은 무산됐가까스로 지난 61일 새벽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 시행령에 대한 수정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이는 정치권의 파문을 확산시켰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선 계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2일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는데, 6월 임시국회의 파행은 온전히 청와대의 책임이라고 경고했다.

야당은 거부권 행사문제와 6월 국회 일정을 연계하는 대응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부담이 많다. 메르스 정국으로 국민정서가 불안한 상황에 국회파행으로 인한 민생법안이나 경제활성화법 통과가 무산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

친박과 비박의 계파갈등으로 비화됐다. 친박계는 국회법 개정안처리 여야 합의 당사자인 유승민 원내 대표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이 국회법 개정안은 안 된다고 유 원내대표에게 전했는데도 묵살하고 강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지난달 공무원 연금 개정이 무산된 마당에 또 다시 미뤄질 경우 현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이 물 건너 갈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다소 무리가 있어도 일단 처리한다는 방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원내 지도부는 당내 율사 출신들에게 시행령 수정·변경권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의 내용이 위헌인지 판단을 구한 결과 위헌성이 없다는 답이 대세인 점을 확인하고 합의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로서는 일종의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협상 실패를 이유로 친박계로부터 사퇴를 요구받는 상황에 내몰렸다.

게다가 청와대가 당정협의 중단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당청관계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박 대통령이 탈당 할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당청관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자기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그런 것(탈당)을 할 수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되는 상황에 이르면 박 대통령이 자신의 의지 표명을 위해 탈당을 결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조순형 전 자유선진당 고문은 대통령이 당 지도부를 만나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가 아니면 그 전에 여야가 재협상을 하든가 결정하는 게 먼저라며 ·청이 단일화한 입장을 만들고 야당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만나 직접 담판하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했다.

 

 

vs 정치권 변수는 메르스 해결

 

청와대와 정치권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변수가 생겼다. 메르스이다. 청와대와 정치권이 갈등을 빚는 동안 메르스는 전국으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전국민이 공포에 빠졌다. 감염자는 1차 감염자부터 2, 3차 감염자까지 나왔다. 격리 수용자는 이미 지난 3일에 세자릿수를 넘어 지금도 계속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내부 갈등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메르스 사태 해결에 집중하자는 지도부의 목소리도 소용없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수습을 하는데 유승민 원내대표가 용기있는 결단으로 결자해지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친박계 이정현 최고의원도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요소가 다분하다. 행정법에서 부령, 시행령 등이 많아 지연돼 나중에 국민들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많다면서청와대에서 거부권에 대한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 명쾌하게 이 부분은 바로 잡아줘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유 원내 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과정에서 청와대와의 소통했던 내용 등을 당비공개 회의를 통해 밝히고 거듭 사퇴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한편 재보선 실패의 책임론에서 벗어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한마디 하고 나섰다.

문 대표는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하는 일(국회법 개정안)에 딴지를 걸면서 정치적인 갈등을 키우는데 관심을 보이고, 메르스 문제에 대해선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도의 정치적 계산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의 반대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행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199815대 국회에서 박 대통령은 안상수 의원(현 창원시장)과 공동발의로 정부는 정당한 이유 없으면 국회 요구를 따라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더 강력한 개정안에 동참했다. 지금의 개정안과 일맥상통하다는 것.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반대하는 것은 집권 3년차를 맞아 레임덕 조기화를 막고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권이 비박으로 넘어간 것은 오래전. 지난해 김무성 대표가 친박 서청원 최고의원을 꺾고 당대표로 당선됐다. 이어 원내대표에 비박 유승민 의원이 당선됐다. 이런 상황이라면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쥔 비박계의 공천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친박계가 국회입성을 실패하면 박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이유에서 박 대통령이 비박을 견제하는 이유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 정치에 매번 당하는 쪽은 김무성 대표다. 박 대통령은 차기 유력한 여권 내 대선주자인 김 대표를 견제함으로써 조기 레임덕 현상을 막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김 대표는 새줌마라는 키워드로 4·29재보선 압승의 주역으로 여·야 차기대선 주자에서도 선두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박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타격을 입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중국에서 개헌론을 꺼냈다가 박 대통령에게 한 소리를 듣고 사과했다. 이후 김 대표의 행보에 박 대통령은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에 번번이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이다. 이때마다 친박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결집하는 효과를 박 대통령은 거뒀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현직 대통령은 살아 있는 권력이다. 현직 대통령은 누구를 당선 시킬 수는 없지만 누구를 떨어트릴 수 있다면서 대선 때까지는 숨을 죽이고 자신을 낮추고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2년 이상 남았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해야만 당청 관계가 역전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은 벌써 2016년에 가있다. 메르스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도 안중에 없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가진 자와 뺏으려는 자 간의 수면아래 전쟁만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국민들은 정부와 정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만약 메르스 대응이 실패할 경우 박근혜 정부는 물론이고 야·야의 행보는 엇갈릴 것이다.

최후의 승자는 메르스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는 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김무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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