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대첩‘합종연횡’러시
면세점 대첩‘합종연횡’러시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0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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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을 둘러싼 삼성그룹 3세와 롯데그룹 2세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면세점 쟁탈전이 한창이다.

과거 이부진 사장은 주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호텔롯데 사장과 대립각을 이뤘다. 이제 대결구도는‘이부진-신동빈’으로 성별을 넘어섰다.

최근 이부진 사장은 면세점 사업권을 따기 위해 현대가와 손 잡았다.‘독점 논란’으로 한걸음 물러서 있던 신동빈 회장에게 비상등이 켜졌다.

깜짝 빅딜 카드

15년 만에 신규 허가되는 서울시내면세점을 둘러싸고 이를 차지하기 위한 유통 대기업들간의 수싸움이 시작됐다.

범 현대가와 삼성가가 전격적으로 손을 잡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생겨났다.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합작 카드’를 꺼내들었다.

두 회사는 초기 자본금으로 각기 10억원씩을 투자해 면세점 업체인 HDC신라면세점㈜을 세우고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획득을 공동추진키로 했다.

사장단구성도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한다. 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의 백화점인 용산 아이파크몰 4개 층을 리모델링해 최소 1만2000㎡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최대 면세점인 롯데월드면 세점(1만1000㎡)보다 큰 규모다. 이번 합작 사업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초 정 회장 측의 제안으로 실무진 간 접촉이 시작됐다.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 말쯤 아이파크몰 내 정회장 집무실에서 정 회장과 이사장이 직접 만나 협작사 설립에 합의했다.

“신의 한수”

두 회사의 제휴는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윈·윈(win win) 모델’의 전형이라는 평이다.

용산 아이파크몰의 입지 등에 는 자신이 있었지만 면세점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는 현대산업개발로서는‘면세점 노하우’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실제로 지난 6일 관세청이 발표한 서울·제주시내 추가 면세점 특허심사 배점을 보면‘관리역량’(250점)과‘업의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정성 등 경영능력’(300점)의 비중이 가장 크다.

이에 따라 국내뿐 아니라 외국계 면세 사업자를 만나며 사업 파트너를 물색해 왔다. 이번 호텔신라와의 합작은 소속 직원들도 깜짝 놀랄만한 결과였다.

호텔신라는 반대로 국내 2위의 면세점인 신라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백화점 등 국내유통망과 서울 시내에 면세점용 건물이 없다는 게 흠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비해 아이파크몰은 대형버스 100대가 주차할 수 있는 옥외주차장을 갖췄고 관광특구인 이태원과 용산공원, 남산공원을 끼고 있다.

게다가 최근 광주까지 완전 개통한 호남선KTX를 비롯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ITX청춘, 경의중앙선에 공항철도와 신분당선이 예정돼 있다.

유일한 성장 동력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의 합작을 통해 독과점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현재 호텔 신라는 롯데면세점과 함께 국내면세점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한다.

현재 서울시내에서는 6개의 면세점이 있는데 운영 주체별로 나눠보면 ▲ 롯데 3곳 ▲ 신라1곳 ▲ 워커힐 1곳 ▲ 동화 1곳 등이다.

더구나 호텔신라는 지난 2월 끝난 인천공항면세점·제주시내면세점 전쟁에서 상대적으로 롯데에게 밀려 입지가 좁아진 큼 서울시내 추가 면세점 유치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었다.

불붙은 면세점 쟁탈전 속에 기업 간 협력은 더욱 활발해졌다. 현대백화점 역시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모두투어와 손을 잡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공동 출자를 발표한지 일주일 만의 합작 소식이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까지 면세점 사업에 열을 내는 이유는 유통업 중 유일한 성장 동력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10년 4조5000억 원에서 2011년 5조3000억 원, 2012년 6조3000억 원, 지난해 8조3077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동빈의 선택

이제 남은 것은 면세점 1위 업체인 롯데의 선택이다. 롯데는 서울 시내 6개의 면세점 가운데 이미 절반인 3곳의 사업권을 갖고있다.

‘독점논란’을의식해머뭇거리던 롯데는 입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호텔신라 등의 움직임에 고무되면서 최근 참여 쪽으로 거의 입장을 정리했다.

최근 호텔신라는 세계 1위 기내면세점 사업자 디패스를 인수했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공들였던 세계 6위 면세점 WDF(World Duty Free)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롯데는 오는 12월 특허가 만료되는 소공동·잠실면세점도 수성을 장담할 수 없게되면서 고심에 빠졌다.

롯데 관계자는“6월 서울 시내면세점 쟁탈전에서 떨어진 대형유통업체들이 올해 12월 있을 2개의 서울 면세점 사업권에 나설것이 분명하다”며“30년 운영했던 소공동·잠실 면세점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우리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쟁탈전에 나서는 당위성을 설명했다.

롯데는 신규 사업권 면세점 부지로 김포공항(롯데몰)·동대문(롯데피트인)·신촌·이태원·신사동 가로수길 등을 검토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앞서 인천공항면세점의 경우 이미지와 해외진출 측면에서 중요했지만 거액의 입점 수수료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는 썩 구미가 당기는 물건은 아니었다”며“서울시내 면세점의 경우 수익성까지 충분해 유통업체라면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향후 서울시내 면세점을 둘러싼 유통 대기업간의 신경전은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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