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당국 '부패와 전쟁'...증시 투자심리 '위축'
사정당국 '부패와 전쟁'...증시 투자심리 '위축'
  • 김진동 기자
  • 승인 201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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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대상 기업 주가 폭락 투자 심리 위축...“저가매수 기회”분석도 나와

코스피가 2030선을 넘어섰다.

미국 중앙은행 연준(FBR)의 통화정책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 인상 폭을 절반(당초1.125%→0.625%)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 게 호재가 됐다. 양적축소를 우려했던 투자자들에 우려가 사라졌다.

증시는 훈풍을 맞이했다. 국내증시도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도 2030선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금은 주식을 살 때가 아니다”는 게 한국증권의 견해다.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대형사건이 연이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 국세청, 공정위이 시퍼런 사정의 칼날을 꺼내 들었다. ‘부패와의 전쟁’이다. 대기업이 타깃이다. 포스코에서 시작된 사정은 SK, 동부, 신세계, 경남기업, 롯데, 금호아시아나, 한국타이어, 동아원, 중흥건설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사대상 기업의 주가는 추풍낙엽이다

20일 서울정부종합청사에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사정당국 모든 부처의 차관급 인사들이 모여 부패 척결을 위한 관계부처 특별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는 법무부, 경찰청,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부패척결과 관련된 각 부처 차관, 차장,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법무부는 대기업과 자원비리 수사 현황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논의했다. 국세청은 기업과 자영업자들 간에 만연한 탈세 행위 근절 방안을 수립한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 및 대·중소기업 간에 불공정거래 해소 방안을 마련 중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각종 금융회사들의 대출비리를 포함한 부패 행위를 없애는 방안을 만들 예정이다.

사정기관 전체가 나서 ‘부패와의 전쟁’에 나선 상황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패척결을 표명한데 나온 조치들이다.

<재계 긴장 만일사태 대응마련>

재계는 바싹 긴장하고 있다.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운 사정당국이 대기업을 전방위 압박하는 형국이다. 수사선상에 오른 대기업뿐만 아니라 나머지 기업들도 사태추이를 예의 주시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응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포스코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어 15일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조성한 비자금을 정 전 회장 등이 유용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압수수색 이후에는 전·현직 임원들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추가로 포스코가 2007년 경북 포항에 파이넥스 공장을 지으면서 50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 수사는 동부그룹으로 이어졌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자녀들에게 거액의 돈을 건넨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사실 검찰은 지난해부터 김 회장 일가에 대한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해 자금 흐름을 추적해왔다.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김 회장 관련 계좌에서 자녀들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로 수십억원이 송금된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롯데, 신세계, 경남기업, 동아원 등도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사정의 칼날이 MB정권과 인연을 갖고 있는 기업들로 좁혀지면서 한국타이어 등에 대한 수사설도 제기되고 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위다. 이 대통령의 삼녀 이수연의 남편이다

 

포스코 연관 철강-건설업종 주가하락 전이 현상


사정당국의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했다.

포스코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자 전 계열사의 주가가 하락했다. 이로 인해 코스피 철강금속 업종시세까지 약세를 보이는 전이현상이 나타났다.

철강 뿐 아니다. 검찰수사에 핵으로 포스코건설이 자리 잡은 탓인지 건설주들의 주가도 힘을 못 쓰고 있다. 여기다 SK건설, 경남기업, 중흥건설까지 잇따라 수사선상에 오른 것도 한몫 거들었다.

업계에선 이미 수사를 받고 있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4~5개 대기업들도 내사중이라는 소문이 흉흉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는 얼어붙었다. 투자자들은 미국발 증시훈풍도 결국 남의 이야기다. 다만 금리인하 약발을 받은 삼성, 현대차 등만이 상승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투자자들은 고민한다. 위기는 기회라는 주식격언처럼 지금이 기회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선제 한국증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투자자 입장에선 당분간 검찰수사에 방향을 보면서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정권차원에서 부패와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기업들의 리스크관리 능력에 따라 악재를 딛고 주가가 반등하느냐 아니면 낙폭을 키우느냐가 달려있다. 대기업들은 리스크를 잘 견디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중견기업들은 위기에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는 대기업들은 악재를 벗어나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지만, 중견기업의 경우 기업의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과거에 비슷한 이슈가 있었던 기업들도 검찰수사가 진행될 당시 단기 악재로 작용, 주가가 급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경영진들이 구속되는 등 정점을 찍었을 때는 오히려 주가가 반등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김 연구위원은 “수사를 받는 기업은 악재가 처음 불거진 당시에는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으나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간 낙폭을 모두 회복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이전보다 시가총액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기업의 투명성 제고에 보탬이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태원 회장이 구속돼 있던 2005년 SK는 그해 주가가 6% 하락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6년에는 39%나 올랐다. 비자금 의혹을 샀던 현대글로비스도 정몽구 회장이 구속됐던 2006년에는 59% 급락했지만 2007년에는 130%나 상승했다. 오리온 주가는 2010년말 38만6000원에서 2011년 말 67만원대로 솟았고 2012년에는 110만원을 넘기도 했다. CJ 역시 이슈가 불거진 2013년 5~6월 주가는 급락했다. 이재현 회장 구속이 이뤄진 7월에는 오히려 주가가 반등했다.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기업들이 대해선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의 경우 수사로 인해 주가가 하락한 것은 저가 매수에 기회일 수도 있다.

증권업계에선 “현재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저가매수의 기회일수도 있다”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이제 투자는 투자자의 몫이다. 무엇보다 기업가치와 실적전망을 보고 가치투자를 하는 것이 해답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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