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사 마무리…공통점은 ‘위기 돌파’
대기업 인사 마무리…공통점은 ‘위기 돌파’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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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진에 빠진 재벌그룹들,‘ 조직안정속 변화’
▲ 이재용 부회장, 허창수 회장, 권오갑 사장, 권오준 사장, 장동현 사장

주요 대기업 임직원 인사가 마무리 되고 있다. 기업 연말 인사의 키워드는 ‘안정 속 도약’이다. 인사 폭을 최소화해 조직 안정을 꾀하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에 대해선 ‘젊은 피’를 수혈하기도 했다. 이들 대부분은 과감한 인사 혁신보다는 위기 극복을 위한 조직 안정화를 택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움직임의 차이는 있었지만 ‘위기 돌파’라는 공통 카드가 대기업 연말 인사를 관통한 것. 한편으로는 후계 구도를 정비하는 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인사 폭 슬림화

삼성그룹 2015년 임원(사장단 포함) 승진자 규모는 356명이다. 이는 지난해 승진자 규모 483명에 비해 127명이 줄어든 수치다. 무려 26%가 감소한 셈이다.

올해 부회장 승진자는 없었고 사장 승진 3명, 부사장 승진 42명, 전문 승진 58명이었다. 신규 임원인 상무 승진자는 253명으로 지난해보다 79명이 감소했다.

삼성은 지난 2008년에 이어 6년 만에 2000여명의 계열사 임원들의 임금까지 동결했다. 어려운 시기에 임원들이 솔선수범하자는 취지로 내년 임금을 인상하지 않기로 하고 개별 통보를 진행 중이다.

어느 때 보다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GS그룹 역시 조직 안정을 꾀했다. 지난 6월 대규모 조직 개편을 고려해 임원 승진규모를 최소화했다. 특히 처음 임원을 단 상무 승진자는 지난해 29명에서 올해 16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인사 시기를 앞당기는 기업들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9월 권오갑 사장 체제로 바뀐 지 한 달 만인 10월 중순 일찌감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3사 임원 262명 중 31%인 무려 81명을 줄이는 한편 조선 3사의 영업조직을 통합하는 등 부서도 432개에서 406개로 축소했다.

포스코도 이전과 달리 이달 말 201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포스코는 매년 3월 정기주주총회 이후 정기임원인사를 실시했었다. 올해부터는 내년 사업계획 일정에 맞춰 인사 공백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사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3, 4세 경영체제 강화

주요 대기업 임원인사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기업 오너가의 승진 여부도 눈길을 끈다.

첫 테이프는 LG가 끊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점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36) ㈜LG 시너지팀 부장의 승진이다. 그는 2006년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한 뒤 8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해에는 부장을 단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명단에서 빠졌지만 좋아진 실적을 고려해 경영 승계를 염두에 둔 구 회장의 포석으로 해석된다. LG는 이번 인사에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업부장 대부분을 유임하며 신뢰를 표시했다.

가장 많은 승진이 이뤄진 곳은 LS그룹이다. LS전선 구자균 부회장이 회장으로, LS전선 구자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LS엠트론 경영을 맡게 됐다. 두 사람 모두 작년 승진대상이었지만 JS전선의 원전 납품 비리 사건 해결을 위해 승진을 고사했었다.

GS그룹에서는 GS홈쇼핑 허태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막내 동생인 허 부회장의 승진은 허 회장 다음으로 빠르다. 둘째ㆍ셋째 형인 허진수ㆍ명수 부회장은 만 59세에 부회장이 됐다. 허 부회장은 올해부터 GS건설 등기임원도 맡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이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상무로 직행했다.

한화그룹의 경우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이 2010년 입사한 데 이어 4월에는 차남 동원 씨가 한화L&C에 입사해 현재 ㈜한화 디지털팀장을 맡고 있다. 삼남 동선씨는 10월 한화건설에 입사했다. 김 실장의 경우 올해 말 인사에서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릴지도 주목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앞서 2월 최한영 현대자동차 상용담당 부회장이 물러난 데 이어 4월에는 설영흥 현대차 중국사업총괄 부회장이 퇴진했다. 10월에는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이삼웅 기아자동차 사장도 잇따라 물러났다.  

특히 50대의 우유철 현대제철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시대를 염두에 뒀다는 의견이 많다.

성과주의 파격인사도

일부 기업들은 신임 임원들의 평균연령도 다소 낮아져 세대교체를 가속화했다는 평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한 첫 임원 인사에서 신임 임원들의 평균연령은 46.7세로 2014년의 47세보다 더 젊어졌다. 2012년의 평균나이는 47세, 2013년 46.9세로 최근 4년간 가장 젊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1일 이뤄진 사장단 인사에서도 나타났다. 2015년 삼성의 신임사장단 평균연령은 53.7세로 지난해(54.3세)보다 낮아졌다.

삼성은 이번 인사에서 30대 해외 현지인의 본사 임원 승진이라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 상무로 승진한 삼성전자 실리콘밸리연구소의 프라나브 VP는 올해 33세에 불과하다.

SK그룹은 50대 초.중반의 젊은 CEO들이 대거 주요 계열사를 맡았다. 1963년생으로 동갑인 장동현 SK텔레콤 사장과 박정호 SK C&C 사장은 현재 그룹 내 주요 CEO나 부문장보다 연배가 낮다. 특히 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SK텔레콤을 51세 사장이 이끌게 됐다는 사실은 파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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