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무용의 현주소를 묻다, '발화하는 몸'
한국 현대무용의 현주소를 묻다, '발화하는 몸'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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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의 2014년 국내안무가초청공연 <발화하는 몸>이 오는 11월 14일(금)부터 16일(일)까지 사흘 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올해 초청된 안무가는 국내외에서의 왕성한 활동을 통해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두 명의 중진 안무가 노정식과 김성용으로, 각각 신작 <상처>, <KAYA-Unspeakable>을 선보인다. 국내 무용 기반을 토대로 성장한 무용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두 안무가를 통해 한국 현대무용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연은 ‘발화하는 몸’을 주제로 몸을 바라보는 두 안무가의 시선을 진중하면서도 때로는 위트 있게 담는다. 동시대 무용에서 몸이란 미적 대상이나 대상을 실어 나르는 도구가 아닌 삶을 지속적으로 재발명하는 토대임을 전제로 한다. 기존의 안무 방식인 몸을 표현이나 재현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 문화적 사회적 발언을 생산하는 주체로 다루는 것이다. 그간 견고하게 지켜오던 이분법적 패러다임인 몸과 정신, 언어와 육체의 인위적 경계를 흩뜨리며 언어보다 강력한 몸의 발화를 표현한다.

노정식의 <상처>는 우리들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받은 상처와 기억에 관한 작품이다. 사회적, 역사적 상처들과 기억들이 어떻게 몸에 각인됐고 그것이 어떠한 외피를 가지고 다시 환원되는가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여기서 피해와 가해의 입장이 때때로 변하고 타자화되는 관계성에 주목한다. 타자의 시선과 개인이 만들어내는 몸의 역학에 대해 노정식이 던지는 직관적 질문은 우리가 하나의 사건 안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를 탐색하며 몸의 언어로 실험된다.

육체를 바라보며 마음과 그 이상을 읽어낸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러한 안무가의 의문에서 출발하는 김성용의 <KAYA-Unspeakable>은 몸에 대한 동양적 해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태국어로 몸을 뜻하는 ‘kaya’는 서구적 관점에서의 몸에서 벗어나 동양적 몸에 대한 담론을 다루고 있다. 보이는 것과 인식되는 것, 감지되는 것의 혼재 속에서 정신과 몸의 균형 혹은 불균형의 과정을 추적한다. 몸의, 몸에 의한, 몸을 위한 안무가의 탐색이 몸의 진리에 다가선다.

두 안무가는 국립현대무용단의 2014년 시즌 주제 ‘역사와 기억’으로부터 작품을 구상했다. <발화하는 몸>이라는 공연명이 말해주듯 두 작품 모두 ‘몸’으로부터 출발해 기획, 제작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산출물이다. 지난 6월부터 리서치, 무용수 워크숍, 프로덕션 등의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지고 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무용예술가들이 자신의 작업 과정에서 요구하는 각기 다른 필요와 요구들을 국립현대무용단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과 시스템을 통해 다각적으로 지원한다”며 “이를 통해 안무가에게 최적의 창작환경을 제공하고 작품 제작을 위한 시스템을 공유함으로써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문의)02-3472-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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