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女인턴 자살로 리더십 '위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女인턴 자살로 리더십 '위기'
  • 최남일 기자
  • 승인 2014.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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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女인턴 정규직 미끼 '갑질'...조직적인 성희롱‧성추행 만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곤혹스럽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중소기업 간 갑을 관계를 바로 잡아야 할 중소기업중앙회가 비정규직인 20대 여성에게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갑(甲)질'행위를 하고, 성추행과 성희롱을 해서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0일, 자살한 권00(25)씨의 유족들은 자살 사건의 책임을 물어 중소기업중앙회 000부장 등 3명과 중소기업 CEO 3명에 대해 성희롱 가해자로 검찰에 고발한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9월 2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중소기업CEO스쿨에서 보조업무를 하던 인턴사원 권모(25)씨가 해고를 당한지 1달만에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했다. 고인이 남긴 유서에는 다니던 회사 측에서 간부와 관계자들에게 여러 차례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한 내용을 적혀 있었다. 또한 회사 측은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면서 두달, 세달 쪼개기식 계약을 연장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권씨는 인천지역 사범대를 최우등생으로 조기 졸업하고 서울 명문 사립대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하던 중에 권유를 받아 중소기업중앙회의 SB-CEO스쿨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게 된다. 권씨는 SB-CEO스쿨에서 맡은 업무는 운영업무를 담당하는 보조이다. 하지만 명칭은 전문위원이다. 그녀는 최고지도자 과정이 열릴 때 마다, 수업이 있을 때 마다, 매일 업무 보조를 하고 뒷풀이 회식자리에 참석했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 사장을 비롯해 중앙회 00부장 등으로부터 성추행, 성희롱, 스토킹을 당했다. 그녀가 해고된 데는 한 중소기업 사장의 성추행 사실을 견디다 못해 회사측에 알린게 화근이 됐다. 이 중소기업 사장은 회식자리에서 성관계를 뜻하는 속어를 쓰면서 브루스를 추자고 추근됐다. 이날 그녀는 학교수업까지 빠졌다. 이 중소기업 사장의 성추행 사실을 회사측에 알리자 간부들의 태도가 급변했다. 결국 권씨는 지난 8월 해고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계약직 근로자가 2년이 지나면 정식직원으로 채용하거나 해고해야 한다. 법적대응을 위해 노무사를 찾았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계약연장 과정에 문서가 아닌 구두 약속했기 때문에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권씨가) 견디다 못해서 상사에게 성추행, 성희롱 사건을 고했다. 그 이후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결국은 근로계약 만료 4일전에 예정되어있던 정규직 전환도 탈락하게 됐다"면서 "박사과정까지 공부한 젊은 여성인데, 그것도 7번이나 쪼개기 계약을 당하면서 얼마나 낭패감과 모멸감이 심했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성희롱, 성추행, 참 참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 그 모든 걸 참았다. 결국은 이제 성희롱, 성추행을 신고 받았으면 이걸 엄격하게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될 중소기업중앙회가 이걸 은폐하고 따돌림하고, 결국은 정규직전환도 탈락시켜버렸다. 그 모멸감에 참 고인이 겪었을 그 고통은 저도 자식을 둔 부모로서 참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고 분노했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중앙회는 홈페이지에 '삼가 고인의 명복일 빕니다'는 팝업을 띄어 "고인의 성희롱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적극 협조하여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에 대한 비난에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을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인턴사원에게 행한 '갑질'에 대한 비난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300만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1962년 설립된 경제단체이다. 세계적인 시계업체인 로만손의 회장인김기문 회장의 중소기업중앙회장 임기는 내년 2월까지이다.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물밑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터진 성희롱, 성추행 사건은 임기말 김 회장에 치적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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