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VS최경환 전쟁 내막
김무성 대표VS최경환 전쟁 내막
  • 심요섭 기자
  • 승인 2014.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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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권력·현재권력 누가 더 쎌까?

새누리당내 계파갈등이 심각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충돌했다. 쟁점은 재정건전성 문제였다.

김 대표는 비박계를 아우르는 집권여당의 수장이다. 최 부총리는 친박계를 대표하는 박근혜 정부의 실세다. 대권 1순위인 김이 미래 권력이라면, 최는 박을 등에 엎은 현재 권력이다. 김 대표는 경선을 통해 서청원 최고의원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당권을 쥐었다. 이어 친이(친 이명박계)를 흡수해 당을 장악했다.

당의 주류였던 친박이 밀리는 양상이다. 양측의 충돌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김무성 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김 대표와 최 부총리가 국가 재정건전성을 놓고 또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내년도 예산안 설명을 위한 국회 기재위와의 당정협의 직후 국회의원회관에 있는 김 대표 방을 찾았다.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 같은 것은 올해 몇조가 펑크가 나느냐”면서 “그것을 국가부채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인데, 계산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부총리가 “국제적 기준은 일반 정부 재정만(포함시킨다)… 그런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 부총리의 답에 김 대표는 “(나라마다) 상황이 다른데 국제기준이 어딨느냐”면서 “공기업이 문제가 되면 국가 예산으로 메워야 하니까 (국가부채에) 넣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1일에도 김 대표는 국가부채에 공기업부채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바 있다. 최근 담뱃세 인상 추진과 관련해서도 김 대표가 “담배 연기 냄새를 너무 맡기 싫다. 이번 기회에 최 부총리 담배를 끊어요”라고 지적했다. ‘애연가’인 최 부총리는 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날 김 대표와 최 부총리는 목소리를 높이거나 얼굴을 붉히지는 않았지만 국가 재정건전성과 관련한 국가부채 성격을 놓고 이견을 다시 노출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비주류 출신의 김 대표와 친박(친박근혜) 핵심의 최 부총리간 향후 긴장된 당·청관계의 단면을 보인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김 대표가 최 부총리에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은 이날 뿐 아니다. 최근 김 대표는 민생행보 도중 경기부양과 관련, “최경환 부총리의 ‘초이노믹스’만으로는 어렵다”며 “노사가 서로 양보하는 타협이필요한데 초이노믹스에는 그것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16일에도 정부의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는 최 경제부총리의 경기 부양책인 이른바 ‘초이노믹스’의 핵심사항 중 하나다.

최 부총리는 가계채무를 놓고서도 정부부채만 국가부채로 여기는 것에 대해 김 대표는 공기업 부채와 연기금 등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양측이 사사건건 갈등 양상이다.

국문호 정치평론가는 “김 대표가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에 딴죽을 걸고 나선 것은 1차적으로 ‘청와대에도 할 말은 하겠다’는 전대 당시 약속을 지킨 것으로 분석된다. 2 차적으로는 당대표 선출에 이은 7·30 재보선 압승으로 대권의 기반을 마련한 김 대표가 미래권력을 위한 행보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비박계가 사실상 장악한 집권여당과 친박계로 짜여 진 정부를 대표하는 인사 간의 파워게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미래권력과 현재권력의 권력암투가 시작된 것으로 풀이 된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조차 최 부총리도 대권을 꿈꾸고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비박계가 당을 장악하면서 친박 카드로 최 부총리가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 부총리도 기회만 있으면 ‘김무성 견제’를 시도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9월 김 대표가 주도하는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모임이 친일·왜곡 논란이 불거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주저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를 초청해 ‘좌파척결’을 역설한 특강을 들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가 강하게 비판했다.

양측의 갈등은 소강상태에 빠졌다. 오는 7일부터 3주간으로 예정된 국정감사를 앞두고 최 부총리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자칫 갈등이 국정감사로까지 이어질 경우 최악의 상태로 치달릴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최 부총리는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사이가 좋으며 다툰 적도 없다”면서 “공기업부채 관련해서 싸웠다는 말도 많았다. 김 대표도 전적으로 밀어주겠다는 등 인식 공유를 했다”고 했다. 이어 “저는 정부 입장으로써 돈을 풀어서 경제를 살리려하는 입장이고 국민의 대표로서 돈 좀 아껴 쓰라고 하는 말은 당연한 것이다. 당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휴화산이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 국정감사와 내년 예산안 결정 때까지는 이런 상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정계의 한 관계자는 “김무성 체제의 새누리당이 박근혜 정부와 선을 그을 경우, 당내 친박계의 반발도 예상할 수 있다”면서 “당·청 관계의 재편에 따라 당내 계파 간의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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