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사찰, 현실로?
사이버 사찰, 현실로?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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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사적인 내용 다 봤다, 심각한 사이버 검열”...경찰, 카카오톡 해명에도 논란은 계속... 네티즌 ‘불안’

‘사이버 사찰’ 파문이 일어났다. 경찰이 집회에 관한 수사를 벌이면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45)의 카카오톡 계정을 압수수해 3,000여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친구 개인 정보와 대화 내역을 수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검찰은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 수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건까지 이어지자 네티즌들은 보안이 안전한 해외 SNS로 갈아타는 사이버 망명까지 저울질하고 있다.

“사이버 사찰 당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6개 시민단체들이 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대한 압수수색은 단순한 광범위한 감시·사찰 행위이며,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사이버 검열”이라고 밝혔다. 개인의 범죄 증거 목적이 아닌 정보 수집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이 날 정진우 부대표는 "카카오톡의 사적인 대화 내용을 경찰이 다 봤다"며 “우려했던 사이버 사찰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통보한 압수수색 내용을 보면 지난 5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과 대화 상대방 아이디 및 전화번호, 대화일시, 수발신 내역 일체 등이 포함돼 있었다.

정 부대표는 지난 6월10일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공관 인근에서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10 만민공동회’를 주도하고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6월 30일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는 정 부대표를 구속기소했다. 앞서 종로경찰서는 6월16일 법원으로부터 정 부대표의 5월1일~6월10일 사이의 카카오톡 내용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다음날인 17일 집행했다. 이 사실은 정 부대표에게 지난달 16일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6월 10일 당시 지인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엔 지인들의 개인정보와 정치적 입장이 담겨 있었다”며 “친목을 도모하는 대화방에서부터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임의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방까지 광범위하게 압수수색 범위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정 부대표는 “카카오톡 대화 저장 기간이 최장 7일임을 아는 경찰이 왜 한 달이 넘는 기간의 모든 대화에 영장을 신청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금카드 비밀번호도

정 부대표가 공개한 압수수색 범위 내 카카오톡엔 가족과 초등학교 동창에서 정당, 시민사회 활동가까지 여러 사람들이 참여한 대화방이 존재했다. 초등학교 동창 15명이 모인 대화방에서는 동창모임 관련 이야기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반감 등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 대화를 나눴다. 정 부대표와 배우자의 대화방에서는 현금카드 비밀번호, 재판과 관련해 변호사와 나눈 이야기 등 내밀한 이야기가 오갔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압수수색 집행일(17일)엔 이전 대화는 다 삭제됐고 6월10일 대화만 압수할 수 있었다”며 “5월1일부터 모든 대화에 대해 영장을 신청한 것은 정 부대표의 집시법 위반 혐의가 그 시기부터 이어져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정 부대표가 지인들과 나눈 대화 내용을 살펴본 것은 일반적인 수사 과정”이라며 “정 대표가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불법 시위 모의와 지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카카오톡 압수수색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정 부대표에게 사전 통보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대상을 통신사인 카카오 회사로 봤기 때문이며 압수수색 사실을 알려줄 의무는 회사에 있다고 반박했다.

“실시간 모니터링 불가능”

주식회사 다음-카카오의 법률 대리인인 구태언 변호사는, 카카오톡의 실시간 모니터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일 구 변호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카카오톡의 검열 논란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은)법률적-기술적으로 모두 불가능하다. 영장이 있더라도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대화를 수사기관에 제공할 기술적 설비를 만들어놓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 휴대폰 감청 사례를 비롯해 카톡이 제공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들여다볼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다음 카카오는 서버와 이용자 메신저 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메시지가 서버에 저장되는 기간은 평균 3~7일이며 삭제 이후 복구 할 수 없다"며 경찰이 영장을 청구하며 한 달 치를 요구해도 제공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은 일반 문자메시지·e메일 등과 달리 압수수색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의 대화 내용까지 모두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사이버 검열 논란은 지난 18일 검찰이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발족하면서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한 직후 이뤄진 조치로 당시 회의에는 안전행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 카카오톡, 네이버, 다음, 네이트의 간부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카카오톡이 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그동안 카카오톡은 검열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불안한 네티즌들이 카톡 대신 해외 모바일 메신저를 찾기 시작하면서, 사이버 망명은 더 크게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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