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열린 우리당’...새정치 미래 없다
‘도로 열린 우리당’...새정치 미래 없다
  • 김광국 기자
  • 승인 2014.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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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박영선 의원이 취임 약 5개월 만에 원내대표 직에서 사퇴했다. 예고된 수순이다.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의 권한으로 지난달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하자 당내에서 강한 반발이 일었다. 이를 계기로 박 원내대표는 3일간의 잠적 끝에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까지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는 '시한부 원내대표'를 수용했다. 박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로 잠재돼 있던 계파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야권의 불협화음이 시작됐다.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반노무현)의 계파갈등이다.  2일 박 의원의 사태로 당 대표와 원내 대표 선출 문제까지 겹치면서 갈등 수위는 한층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후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장에 신기남 의원을 임명했다. 후임 원내대표 선거는 오는 9일을 넘기지 않도록 선거관리위원회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선관위는 구성했지만 후임 원내대표 합의 추대 가능성도 열려있다. 당내 논의를 통해 후보군이 1인으로 압축된다면 합의 추대할 수 있다는 예기다. 선관위에 2인 이상이 후보등록 할 경우 경선으로 원내 대표를 선출하게 된다.

현재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꼽을 수 있는 인사는 노영민·우윤근·이종걸·최재성 의원 등이다. 이중 문재인 의원과 가까운 의원은 우윤근·노영민 의원이다. 정세균계인 최재성 의원은 범친노로 분류된다. 이종걸 의원은 김한길계 혹은 소신파로 비노이다.

당내에선 정책 위원장을 맡았던 우윤근 의원이 후임 원내대표로 거명되고 있다. 우 의원이 박 전 원내대표와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나섰기 때문에 새누리당과 협상에서 연계성을 가지고 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새정치의 갈등 쟁점은 전당대회 룰이다. 차기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비대위원들 사이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모바일투표의 재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모바일 투표는) 문제 있는 게 아니다. 개표 확인 작업이 까다로운 점 등을 보완하면 그(모바일 투표)처럼 간단명료한 게 어디 있나”라고 모바일투표 도입에 불을 지폈다.

문 위원장의 모바일 투표 발언에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 중인 비노 후보자들을 긴장시켰다. 실제 비노는 2012년 당대표 경선 때 김한길이 “당심서 이기고 모바일심에서 졌다”는 말했다. 그 만큼 비노진영에선 모바일투표에 공포감을 갖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박지원 비대위원은 “문 비대위원장에게 공사석에서 발언을 조심하라 말씀드렸다”면서 “(모바일 투표는)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모바일 투표는 결집력이 높은 친노(친 노무현)계에 유리하다는 것. 문 위원장의 모바일투표 재도입 발언은 곧 비노가 당권을 잡겠다는 의미라는 지적이다.

모바일투표제 도입은 야권의 내부 경선 때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문제다. 모바일투표 시행과 관련해 친노 진영에선 ‘전국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비노 진영에선 ‘당원도 아닌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준다면 오히려 당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재인 의원으로선 모바일 투표에 긍정적 반응이다. 문 의원이 광화문에서 단식을 이어가는 동안 친노 외곽부대를 비롯한 적극 지지층을 상당수 결집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9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실시한 정례조사에서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만19세 이상 휴대전화가입자 1천명을 대상으로 새정치연합 지지층과 무당층 499명을 대상으로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부겸, 문재인, 박주선, 박지원, 안철수, 이인영, 정동영, 정세균, 추미애 아홉 사람 중에서 차기 당대표로 가장 적합한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39.7%가 문재인 의원을 꼽았다.

뒤를 이어 안철수(15.7%), 김부겸(7.1%), 박지원(5.2%), 정동영(3.8%), 추미애(2.8%), 정세균(2.0%), 박주선(1.8%), 이인영(0.7%)순으로 나타났다(무응답 : 21.2%).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서는 ‘문재인(47.8%) vs 안철수(19.2%)’로 문재인 의원이 28.6%p 앞섰고, 무당층에서도 ‘문재인(35.2%) vs 안철수(13.8%)’로 문 의원이 21.4%p 여유 있게 앞섰다.

 

<꺼꾸로 가는 당, 누가 당권 질까>

누가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되던 새정치는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전당대회 룰 등 민감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원내대표와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계파갈등까지 불거질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비대위의 조직구성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혼선 끝에 문희상 의원을 위원장으로 문재인·박지원·인재근·정세균 의원으로 구성된 비대위가 구성됐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 여러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문희상 위원장은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고 했다. 중도파 의원들은 문의원장을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 문희상을 중심으로 범 친노 진영의 담합체제를 위한 틀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에서 ‘아프리카 부족장회의’ ‘쌍문동 체제’(김영환) ‘계파독과점’(정동영) 등 범 친노 담합을 우려하는 거친 표현이 흘러나오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문희상은 조조다. 누구보다 당의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위원장을 맡아 초재선 몇 명 데리고 비대위를 하면 결과가 뻔하다. 그래서 당내 계파별 대주주(문재인·박지원·인재근·정세균)를 직접 끌고 들어가 추후 ‘공동 연대책임’을 지우겠다는 의미다. 당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 쎈 주주들이 당을 정리하고 자신은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다”고 지적이다.

각 계파마다 차기 전대를 향한 노림수를 적절히 활용하겠다는 물밑 복안이다. 비대위에 참여하는 주주들의 생각에는 차이가 있다. 문재인 의원은 제안을 덥썩 물었다. 반면 박지원·정세균 의원은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탐색과 신경전을 동시에 수행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문 의원은 비대위 첫 발언부터 “유족을 설득하겠다” “정치적 인생을 걸겠다”등의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향후 책임을 져야 할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박지원·정세균 의원은 원론적인 발언을 하면서 문 위원장 등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대위에 얼굴을 못 내민 중도 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들도 비대위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대표할 수 있는 비대위원의 추가 선임을 요구했다.

민집모의 한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는 완전히 계파 대표 의원들의 모임이다. 계파강화위원회, 계파현실위원회, 계파활성화위원회”라며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이어 “우리의 요구가 계속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앞으로 비대위의 결정을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어제(1일) 문희상 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는 비교적 이러한 움직임과 거리를 두면서 미래를 도모하겠다는 분위기이다. 두 전 대표는 비노와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전당대회까지 탐색전을 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 내부에서조차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당의 미래가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새정치민주연합 진보 개혁적 성향의 초재선 의원이 주축이 된 '더 좋은 미래'가 수권 전략 수립을 위한 싱크탱크 '(가) 더 미래 연구소' 출범을 공식화했다.

우상호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가장 큰 문제점은 꿈을 잃은 거"라며 "지금 대한민국 의원들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꿈 속에서 직책을 수행하는지 모르겠다, 진보 전체의 위기는 공동의 꿈이 없다는 거"라고 진단했다.

그는 "계파가 왜 문제인가, 공동의 계획이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 당 특정 주자를 중심으로 모여있는 계파는 정책을 내놓은 게 없다, 싸움 집단으로 변질된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우 의원은 "2017년 대선은 절대 개인전이 될 수 없다, 그동안은 유능한 개인이 훌륭해서 당도 만들고 대통령도 됐지만 우리 당에 지금 그런 사람이 있나"라고 반문한 뒤 "문재인 후보도 '노무현의 비서실상?' 그걸로 어떻게 대통령이 되나, 새누리당도 이제 위대한 개인이 없다, 그러면 다음은 단체전"이라고 규정했다. "당이 인재를 키우고 생각을 키워 집단을 보고 투표하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더 미래 연구소' 설립준비 위원장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을 지낸 최병모 변호사가 맡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더 좋은 미래 소속 의원 22명과 각 분야 전문가 25명이 준비위원단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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