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초이노믹스’ 신드롬 앓이 중
한국은 지금 ‘초이노믹스’ 신드롬 앓이 중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4.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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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투자 어려운 환경, 규제 완화ㆍ투자활성화 대책 긴요...긴급 경제민생법안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 적극적 행보

‘초이노믹스’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경제기획부 장관은 취임 후 한 달여 만에 각종 정책을 제시했다. 현재까지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15일 임명 직후 ‘7ㆍ24 경제정책방향’ 등을 통해 각종 경기부양책을 제시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효과는 시장에서 바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최 부총리는 경제민생법안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광폭행보’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정치적으로 봤을 때 최 부총리에게는 ‘기회’다. ‘초이노믹스’ 성공 여부에 따라 ‘경제 전문가’ 각인될 가망성 크다. 다만, 중장기 구조개혁의 청사진을 함께 그리지 못한다면 한계에 봉착한다는 약점이 도사리고 있다.

경제살리기 ‘총력’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인사청문회 당시 “경제정책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시장과 국민에게 명확하게 제시하고 속도감 있는 집행으로 정책 신뢰를 회복하겠다. 취임하면 일주일에서 열흘 내에 경제체질 강화와 성장잠재력 확충방안 등의 생각을 담아 발표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 회복에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 경기 상황만 보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필요하고, 나름의 복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솔직히 제조업 쪽에서는 대규모로 국내에 투자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서비스업 쪽 투자가 많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 완화나 투자활성화 대책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명된 이후 총 41조원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게다가 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부동산 대출 규제는 물론 영리병원 허용, 카지노 신설 등을 담은 투자활성화 대책도 발표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파괴력은 엄청났다.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각종실물지표에서 지난달 전체생산은 전달보다 0.2% 늘어났다. 소비도 증가했다.

고용지표도 긍정적으로 전환됐다. 2월 이후 감소하던 취업자 수는 5개월 만에 반등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부진했던 소비도 조금씩 살아났다. 급기야 살아난 경제불씨를 살리기 위해 지난달 26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긴급 경제민생법안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야권과 금융권에서는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집값이 오르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한국경제는 LTV와 DTI 규제 완화는 가계부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반대입장을 보였다.

이렇듯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에 대한 찬성과 반대여론이 동시에 들끓고 있다. 하지만 반대여론은 ‘초이노믹스’가 단기적으로 성과에 그 힘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계 인적 네트워크 막강

최 부총리는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했던 1985년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에 입학해 1991년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러한 이력으로 인해 최 부총리의 인적 네트워크도 막강하다.

박근혜 정부에는 현재 위스콘대 출신들이 주요직에 포진하고 있다. 경제팀을 이끌 투톱이 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유정복 인천시장, 윤상직 산업통상지원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유승민 의원 등이 근무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대구고’ 동문회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대구고 재경동문회 회장을 오랫동안 맡으면서 활발한 동문 활동을 펼쳐왔다. 동문들도 17대 총선에서 처음 출마했을 때 선거운동사무실 개소식에 대거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통령과의 인연

최 부총리가 정치권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은 2002년 이회창 대통령 후보 경제특별보좌관을 맡으면서 부터다.

그리고 2년 뒤인 2004년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박 대통령은 탄핵 역풍과 불법 대선 자금 수사로 어려움을 겪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이끌었을 당시 최 부총리는 국회에 입성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경제보좌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넘게 동고동락하면서 신뢰관계가 두터워졌다. 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당시 초선인 최 부총리를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겼을 만큼 최 부총리는 전폭적인 신임을 얻었다.

특히 박 대통령이 경선 패배로 비주류의 길을 걸을 때에도 최 부총리는 박 대통령 편에서 묵묵히 일했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장관 ‘입각’을 박 대통령이 허락하기도 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최 후보자가 장관직에서 물러나자 “고생했다”, “잘하고 나와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으로 복귀한 최 부총리는 박 대통령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를 치밀하게 진행했다. 그 결과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비서실장으로 기용되면서 ‘친박 실세’임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친박 2선 후퇴론’이 불거지자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며 물러나 내홍을 수습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에는 여당 원내대표로 당에서 힘을 보탰다. 더 나아가 박 대통령과 단독 대면 보고를 할 정도였다는 게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경제’로 승부수 띄워

박근혜 정부는 인사 참사와 함께 세월호 참사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국정지지율도 40% 중반으로 떨어졌다.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았다. 더구나 끊임없는 교체설에 시달려온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대체할 카드도 필요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믿을만한 인물을 기용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측근들을 대거 기용해 국면전환을 노려야 된다”는 것이다.

결국 정국 전환을 위해 최 부총리를 기용해 위기탈출을 모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각종 경제정책을 내놓으면서 전문가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았다. 위축돼 있던 경제주체들의 심리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인 출신답게 ‘정치적 리더십’도 발휘했다. 지난 7월 ‘초이노믹스’를 발표하면서 국면전환을 시도한 시점은 재보선을 1주일 남겨뒀을 때다. ‘야권 단일화’로 여당이 불리해지는 구도가 되자 기자회견을 연 것 아니냐는 비평이 흘러나왔다. 실제 세월호 침몰 참사 등으로 여당이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압승’이었다. 야권에서는 “최 부총리의 ‘초이노믹스’ 때문에 패배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또 지난달 26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을 때 새정치민주연합을 압박했다.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장외 투쟁’은 물론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어 청와대로선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 부총리가 경제활성화 입법 촉구를 호소하고, 민생법안 분리 처리를 강조하며 박 대통령을 돕고 야권을 압박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도 힘을 보탰다. 박 대통령은 2기 내각 첫 국무회의에서 “금융과 재정을 비롯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 경제 살리기를 위한 총력전을 펼쳐달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세월호 참사 수습 이후 경제 살리기에 정권 차원의 역량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자연스럽게 최 부총리에게 힘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최경환 내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최 부총리에게 사활을 걸었다. 최 부총리가 좋은 성과를 내면 박근혜 정부도 큰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성과를 낸다면 ‘인사참사’, ‘세월호 참사 대응’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종식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초이노믹스’가 실패할 경우의 위험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조기레임덕’까지 올 수 있는 상황이다. 규제완화 등에 대한 각종 부작용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지지기반이 흘릴 수 있다. 더구나 여당 내 비주류인 김무성 대표 등으로 급격히 힘이 쏠릴 뿐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 자명하다.

현재 최 부총리 개인적으로 가장 ‘중대한’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3선 의원, 원내대표, 장관까지 역임한 그가 ‘초이노믹스’ 성공을 통해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김무성 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정몽준 전 의원 등이 대권 후보로 꼽히지만 앞서가는 이들이 없다.

따라서 초이노믹스’ 성공 여부가 박근혜 정부는 물론 최 부총리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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