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식민사관의 감춰진 맨얼굴
[신간] 식민사관의 감춰진 맨얼굴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제의 식민 지배는 한국인에게 축복이다’, ‘일본과 한국은 조상이 같다’, ‘기왕에 지배당할 바엔 조상이 같은 일본에게 지배당하는 것이 낫다’. 듣기만 해도 피가 거꾸로 치솟는 이런 말은 일제 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우리 민족의 혼을 말살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엉터리 주장이다. 하지만 해방 70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주장들이 버젓이 행세하고 있다면 믿겠는가?

『식민사관의 감춰진 맨얼굴』은 그동안 역사 관련 문헌 사료와 정보를 독점하고 ‘소설’ 수준의 주장을 해온 국사학자들이 학계에서 주류로 행세하며 국민들을 농락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일본 극우파의 주장을 전파하는 충격적인 현실을 고발하고, 철저한 사료 고증을 통해 식민사학자들의 실체를 낱낱이 까발린다.

식민사학자, 그들의 가면을 벗긴다

간도는 원래 중국 땅이었고, 독도는 일본 땅이 될 것인가? 이대로 가다가는 간도는 원래부터 중국 땅이었고 독도는 이제 일본 땅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우려스러울 정도로 중국과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역사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일본의 억지와 동북공정이라는 중국의 역사 왜곡이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자행되는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역사관을 갖고 대처해야 할 것인가? 올바른 역사 인식이 다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진짜 한국사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속 시원한 책이 나왔다.

『식민사관의 감춰진 맨얼굴』은 짧지만 비장함마저 감도는 ‘머리말에 갈음하여’를 통해 책의 성격과 집필 이유에 대한 선명한 선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경기중·고, 서울대를 거쳐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초일류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평생을 이른바 ‘주류’로 살아온 저자가 왜 주류 사학에 반기를 들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도 이 땅의 고대사 체계는 일제 조선총독부가 만든 허위와 악의 결정”이며, “필자는 식민사학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사를 배우는 학생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짓된 정보로 국민은 현혹시키고 있는 ‘얼굴은 한국인, 정신은 극우 일본인’인 이들이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우리 역사를 축소, 폄하하기에 여념이 없는 참혹한 현실이 지은이로 하여금 이 책을 쓰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진실, 식민사학은 왜 한사군을 중시하는가?

중학교 국사 시간의 추억을 되살려보자. 고조선과 한사군에 대해 배울 때 우리가 달달 외워야 하고 시험에 꼭 나왔던 한나라가 고조선 땅에 설치했다는 한사군의 위치였다. 왜 우리 국사 교과서는 반만년 역사 중에 불과 몇 십 년, 길어야 몇 백 년 존속했던 한사군을 그토록 중시해야만 했을까?

『식민사관의 감춰진 맨얼굴』을 읽으면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는 듯한 진실을 깨닫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고조선 대신 한사군을 그토록 강조한 것은 일제 강점기 때 조선총독부의 기획이며, 그들의 노림수는 우리 민족이 자체 발전 능력이 없으며 중국(한나라)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서 비로소 발전했다, 즉 우리 민족의 근원을 뿌리째 뒤흔드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였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식민 통치의 일환으로 일제가 택한 전략이 우리 역사의 축소와 왜곡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해방 이후에도 주류 사관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식민사관이란, 한마디로 식민 통치자의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말한다. 우리 민중이 일제의 압제에 항거하여 들불처럼 일어났던 3·1운동 이후에 박은식 선생이 쓴 『한국독립운동지혈사』가 은밀히 유통되어 대대적으로 읽히자 우리 민족의 역사의식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한 조선총독부는 전략적으로 우리 역사 왜곡, 날조를 진행시켰는데, 그것이 해방 후에도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이어져왔다.

『식민사관의 감춰진 맨얼굴』은 크게 2가지를 이야기한다. 하나는 식민사관의 계보이고, 다른 하나는 쟁점별 식민사관 비판이다.

1부에서는 식민사관의 계보, 즉 조선총독부가 기획한 ‘역사 날조’ 과정을 낱낱이 밝히고, 거기에 적극 협조하여 일신의 영달을 꾀한 ‘매국노’ 식민사학자들을 실명으로 비판한다. 살아서 일본인 역사학자에게 ‘사랑’받고 죽어서도 ‘한국 역사학계의 태두’로 떠받들리는 이병도를 비롯하여 신석호, 이기백, 노태돈, 서영수, 송호정 등 현재 주류 국사학계와 강단을 장악하고 식민사관을 전파하고 있는 ‘무늬만 한국인’ 사학자들이 줄줄이 지면에 소환된다.

2부와 3부는 식민사학의 주장을 쟁점별로 조목조목 비판한다. 가장 크게 훼손한(자료가 많이 없으므로 조작이 쉽고, 근원부터 부정, 축소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므로) 고조선과 삼국 시대의 역사를 둘러싼 쟁점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식민사학자들이 주장하는 낙랑 평양설, 패수(고조선과 한나라의 국경이었던 강)와 갈석산의 위치 비정 등이 왜 엉터리인지, 왜 엉터리일 수밖에 없는지를 문헌 고증을 통한 ‘근거를 가지고’ 반박한다.

역사는 소설이 아니다, 식민사관은 사료에 근거해서 답하라

『식민사관의 감춰진 맨얼굴』에서 충격적인 대목은 또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워왔던 ‘절대적 교리(?)’ 수준의 역사 지식이 전혀 근거가 없거나, 심지어 사료를 조작하여 만들어낸 ‘소설’ 수준의 왜곡이라는 놀라운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삼국사기』의 초기 기록을 믿을 수 없다는 ‘『삼국사기』 초기 기록 불신론’과 한 나라가 설치한 군현인 한사군이 한반도 내에 있었다는 ‘한사군 한반도설’ 등인데, 『식민사관의 감춰진 맨얼굴』은 이런 식민사학자들의 주장에 대해 역사적 사실이 일어났던 당대를 살아갔던 중국 사관들이 작성한 『사기』, 『수경』, 『후한서』, 『산해경』 등의 고대 문헌 구절을 제시하며 조목조목 논박한다.

『식민사관의 감춰진 맨얼굴』은 우연히 한국 고대사에 흥미를 느껴 혼자서 역사와 한문 공부를 시작한 한 역사연구가가 역사 서술의 기본인 당대의 역사서들을 들춰보다 다다른 ‘한국 고대사의 진실과 식민사관의 폐해’에 대한 비장한 결의의 결과물이다. ‘역사가 바로 서야 민족이 바로 선다’는 절대적인 명제가 흔들리는 오늘, 『식민사관의 감춰진 맨얼굴』은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하는 국민이라면 반드시 알고 기억해야 할 ‘진짜 한국사’에 눈을 뜨게 해줄 역사서로 부족함이 없다.

저자 황순종/ 펴낸 곳 만권당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