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 소독약 논란, 식약처 "인체무해"
카스 소독약 논란, 식약처 "인체무해"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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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인체 무해한 성분"...소비자는 반신반의,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려, 식약처 ‘늦장’도 비판

최근 오비맥주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소문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됐다. 민원이 잇따라 접수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정밀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해당 냄새는 ‘산화취’인 것으로 밝혀졌다. 식약처에 의하면 “맥주 유통 과정에서 맥아의 지방성분과 맥주내 용존 산소가 산화반응을 일으켜 난 냄새 때문”이라는 것이다. 식약처는 산화취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의 의구심은 커져가는 상황이다.

“먹어도 괜찮다”

지난 6월 말부터 SNS를 중심으로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글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글에는 '올해 6월에서 8월 사이에 생산된 카스 제품은 마시면 안 된다', '가임기 여성은 무조건 피하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맥주 판매의 성수기인 7월 들어 소문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카스 일부 제품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이어지자, 식약처는 소비자가 신고한 제품과 시중 유통제품 등 총 60건을 수거해 정밀 검사를 실시했다.

식약처는 26일 브리핑에서 “냄새의 원인인 산화취 성분 T2N(trans-2-nonenal)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현행 식품첨가물공전에 합성착향료로 등재돼 있다”면서 "산화취는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오비맥주에 원료 및 제조공정 관리에 철저를 기하도록 시정 권고했다"고 전했다.

시중 유통제품 대부분은 T2N 함량이 100ppt 이하로 검출됐으나 일부 소비자 신고 카스 제품에서는 민감한 사람이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인 100ppt의 3배인 303ppt가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냄새가 햇빛에 의한 일광취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광취의 원인 물질인 'MBT'가 대부분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처는 또 오비맥주 3개 공장의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세척 후 잔류염소농도 관리 등이 기준대로 이행되고 있어 냄새의 원인이 소독약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괜찮다지만 불안”

식약처가 "산화에 따른 냄새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대중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이날 "맥주 유통 중 고온에 노출되면 맥주 원료인 맥아의 지방성분과 맥주 속의 용존산소가 산화 반응을 일으켜 산화취의 원인 물질인 '트랜스-2-노네날'(T2N)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안만호 대변인은 “카스 맥주의 경우 용존 산소량이 250ppb로 다른 맥주에 비해 2배를 넘어 산화 작용 및 산화취 발생 가능성이 높은데도 일부 도매업소의 경우 맥주 표면 온도가 40도에 이를 정도로 맥주를 함부로 방치하는 등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냄새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용존 산소량이 많은 제조 과정 요인, 더운 날씨, 야적같은 유통과정이 결합해 소독약과 비슷한 냄새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식약처는 "물류센터, 주류도매점, 소매점, 음식점 등에서 맥주를 더운 날씨에 야적하는 등의 고온에 노출시키는 일이 없도록 오비맥주와 주류도매점 등에 요청했다"고 부연했다.

결국 식약처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고 용존 산소량 관리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제재 등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아직도 미심쩍다는 반응이다.

정명섭 중앙대 교수(식품공학과)는 "산화취가 위생상의 문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원래 식품에서 나지 않던 냄새가 난 것이니 품질 관리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측은 올해 월드컵에 대비해 카스 생산량을 늘렸지만 예상과 다르게 판매가 부진해 재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원인을 추측했다.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분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유통 과정을 포함한 제품의 전반적인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소독약 냄새 논란이 계속되자, 오비맥주는 8월 1일부터 카스 맥주의 용존 산소량을 당초 250ppb에서 120ppb로 낮춰 맥주 생산을 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에도 발효탱크를 세척하던 중 세척제가 제품에 섞여 백만 병 이상을 자진 회수한 바 있다.

“왜 이번 여름만?”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T2N은 젖은 종이, 가죽, 볼펜잉크와 같은 냄새’가 난다. 민감한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농도는 100ppt 수준이다. 이번에 신고된 일부 제품에서는 이 수준의 3배인 303ppt의 T2N이 검출되기도 했다.

식약처 설명대로라면 소비자가 제기한 여러 가지 이상한 냄새 가운데 산화취와 비슷한 냄새의 원인은 밝혀졌지만, 상당수가 제기했던 소독약 냄새의 원인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식약처 브리핑에 배석한 정 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양조학 전공)는 "맥주 중에서도 이번에 논란이 된 라거 종류는 냄새가 짙지 않아 산화취가 두드러질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 산화취를 소독약 냄새로 오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인형 동국대 화학과 교수는 “소독약 냄새는 염소계 화학 물질의 냄새이고 (산화취와는) 전혀 다른 냄새다. 산화취가 만약 원인이라면 왜 이번 여름만 유통 보관에 문제가 생겼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는 제조업체가 잔류염소 관리는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소독약 냄새는 소비자 착각일 거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수거 맥주에 대한 잔류염소 검사가 빠져 원인 규명에 의문이 남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식약처의 더딘 대응도 논란을 키우는데 일조했다는 평이다. 맥주 소독약 관련 민원이 6월 18일 처음 제기됐고, 관련 민원이 40여 건 이상이나 접수됐다. 식약처는 두 달이 지나서야 정밀 검사에 나서 ‘늑장 대처’라는 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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