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
전 세계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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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릴레이 기부, 논란 속 열기 확산
▲ '아이스버킷 챌린지' 에 참여한 배우 조인성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아이스버킷(얼음물 샤워) 챌린지’ 열풍이 뜨겁다. 현재 이 캠페인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정치인, 인기 연예인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본래의 취지와 달리 이벤트성 행사로 변질되고 있다는 일부 반응도 흘러나온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이 새로운 모금 운동을 주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기부문화’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미국 루게릭병 협회(ALS)에서 루게릭병 치료법과 환우들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의 일환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캠페인이다.

한 사람이 얼음물을 뒤집어쓴 후 다음 대상자 세 명을 지목한다. 대상자로 지목받은 사람들은 24시간 이내에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인증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야 한다. 아니면 100달러(약 10만 원)를 미국 루게릭병 협회에 기부해야 한다.

미국 방송 CNBC는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새로운 기부 모델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이 얼음물 샤워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단순한 행동이다. 거기에 누구보다 빠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결합했다.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동참하는 기부문화는 SNS와 결합해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는 나날이 높아졌고 이제는 새로운 사회현상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비영리단체 재무를 가르치는 브라이언 미텐도프 교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좋은 일이라면 바보짓도 한다'는 말을 입증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미텐도프 교수는 "기부를 이끌어내는 일반적 모델은 자선단체의 취지에 열정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거나 사람들이 취지에 공감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사람들이 정보를 듣고 기부하는 대신 재미를 느껴 동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캠페인은 지난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립자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급속 확산됐다.

하지만 근육이 수축되는 고통을 묘사하기 위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행동이 일부에서는 너무 재미 위주로 번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판도 일고 있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가 선택적으로 파괴되면서 사멸하는 질환으로, 병이 진행되면서 호흡근의 마비까지 오게 돼 수년 내에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논란 속 뜨거운 열기

외신도 이 캠페인에 관한 호평과 부정적인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대해 기부행위에 재미를 더해 전 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자선단체 활동에 '발상의 전환'을 불러왔다는 호평과 함께 '위선과 낭비일 뿐'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캐나다 방송 CBC는 ‘SNS로만 목소리를 높이고 실제 사회운동에는 무관심하게 구는 게으른 행동주의(슬랙티비즘ㆍslacktivism) 논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캠페인의 근본 목적은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ALS에 대해 알리고 기부를 받는 것인데 본연의 목적을 잃고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매체 바이스 기고자인 아리엘 파데스는 "얼음물 샤워 이벤트에서 가장 불편한 부분은 기본적으로 이타심의 가면을 쓴 나르시시즘적 행위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네티즌들은 유명인들의 얼음물 샤워를 두고 ‘인맥 홍보, 과시 행위다’ ‘홍보를 위한 이벤트’라는 등의 쓴 소리를 내고 있다. 아예 트위터에 '노아이스버킷챌린지'(NoIceBucket Challenge) 해시태그를 붙이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아이스버킷에 참여한 몇몇 여자 연예인들은 노출 논란으로 비난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스버킷 챌린지 참가자로 지목받은 사람이 늘어날수록 열기를 더해가는 모습이다. 루게릭 요양 병원 건립을 위해 설립된 승일희망재단도 아이스버킷 챌린지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는 방문자수 폭증으로 접속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인 가수 션은 “루게릭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돼 감사한 일이다. 요양병원 건립에 작은 희망을 찾은 것 같다”고 전했다.

“취지 벗어나선 안 돼”

최근 캠페인 참가자들은 스턴트맨처럼 위험한 행위를 곁들이면서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켄터키주 캠벨스빌대학에서는 21일 대학생들의 얼음물 뒤집어쓰기 현장을 정리하던 소방관 4명이 감전 사고를 당해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는 캠페인에 참여한 10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일간지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전날 캐머런 랭카스터(18)는 스코틀랜드 인버키딩의 폐채석장 절벽에서 24m 아래 물웅덩이로 뛰어내렸다가 익사했다.

랭카스터의 시신은 4시간의 수색 끝에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절벽에서 뛰어내리기 전 아이스버킷챌린지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자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사고로 ‘아이스버킷 첼린지가 과도하게 흐르고 있다’는 논란이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주도한 코리 그리핀(27)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핀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친구를 위해 이 캠페인을 고안했다. 그의 사망 소식은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알려졌다.

논쟁도 있지만 루게릭병을 향한 관심이 환기되는 것은 분명한 지금, 뒤늦게 밝혀진 그의 사망 소식에 네티즌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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