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세대, 책 두께도 바꿨다
SNS세대, 책 두께도 바꿨다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0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설 두께가 얇아지고 있다. 장편과 단편 사이, 경장편(중편)이 잇달아 나오는 추세다.

인터파크도서(book.interpark.com)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소설 중 250쪽 이하로 출간된 신간 종수를 조사하니 5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과 비교하면 금년에는 약 38%가량 출간 종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인터파크도서 등록 기준, 고전∙근대문학 재출간 및 성인소설 제외) 1년새 신간이 7.9% 감소했다는 최근 보고(※ 한국출판문화산업 ‘2013년 출판산업 동향 보고서’)를 감안하면 실제 체감지수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발표된 주요 신간 소설만 봐도 이러한 경향은 뚜렷하다. 최근 출간된 배명훈의 『가마틀 스타일(은행나무)』은 124쪽이고, 7월 문학동네가 내놓은 이종산의 『게으른 삶』과 정지향의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는 각각 152쪽, 160쪽이다. 언뜻 시집이나 에세이로 착각할만한 두께다.

이 외에도 정이현의 『말하자면 좋은 사람(200쪽)』, 이외수의 『완전변태(240쪽)』, 허지웅의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172쪽)』, 은희경의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172쪽)』 등 인기작가의 신간들 역시 가벼운 두께로 출간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인터파크도서 문학인문팀 기라미 MD는 “경쟁력 있는 몇몇 작가의 신간을 빠른 시간 안에 출간하고자 하는 출판사의 입장과 SNS 등 단문에 익숙해지며 긴 호흡의 작품을 소화하기 힘들어하는 독자들의 독서 습관이 두루 맞물리게 된 결과”라며 “초판 소설 뿐만이 아니라 기존 소설을 리뉴얼해 내놓은 개정판 및 인문서 역시 얇고 가벼워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 문학동네, 민음사, 창비 등 주요 출판사의 고전문학 및 개정판이 한결 가벼워진 디자인으로 출간되고 있으며 최근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사이토다카시 『내가 공부하는 이유(220쪽)』, 설민석 『전쟁의 신 이순신(232쪽)』, 서은국 『행복의 기원(208쪽)』 등 인문 서적의 가벼운 분량도 눈길을 끈다.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몇몇 출판사는 경장편 소설을 시리즈로 묶어 출간 중이다. 민음사는 윤고은 『달고 차가운(204쪽)』, 조해진 『아무도 보지 못한 숲(192쪽)』 등 ‘오늘의 젊은 작가’ 경장편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출판사 은행나무도 배명훈의 『가마틀 스타일』을 시작으로 30~40대 젊은 작가들을 선정해 매월 한 편씩 원고지 300~400장 분량의 중편소설을 펴내는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를 기획, 정기적인 출간을 예고 했다. 젊은 독자들이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듯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 김혜나, 이기호 등 13명의 문인들로 진용을 구성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