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보훈병원 영안실 운영권 전쟁 ‘전모’
중앙보훈병원 영안실 운영권 전쟁 ‘전모’
  • 하상인 기자
  • 승인 2014.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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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군경회vs신생용사촌 “이권이 얼마 길래 아군끼리 전쟁치루나?”

국가를 수호하던 국가유공자들이 죽어서 운다. 국가유공자들이 사망하면 국가보훈처 산하의 보훈공단이 운영하는 병원 영안실에서 장례수속을 밟는다. 이곳 영안실 운영권을 놓고 국가유공자끼리 볼썽사나운 싸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 ‘대한민국상이군경회’(회장 김덕남)와 ‘상이군경회 본부직할 신생특별지회’(회장 박부웅)가 중앙보훈병원 영안실 운영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온갖 법정소송은 기본이고 인원을 동원해 대치하는 사태까지 벌이고 있다. 신생특별지회는 이곳 영안실을 30년간 운영해 왔다. 상이군경회는 영안실 운영을 위해 정관을 뜯어고쳐 지회를 없애고 보훈병원과 운영계약을 맺었다. 상이군경회가 골리앗이라면, 신생특별지회는 다윗이다. 한 치 양보 없는 양측의 싸움을 생중계한다.

2014. 6. 26.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중앙보훈병원은 전쟁터와 같은 전운이 감돈다.

병원 입구엔 수 십대의 차량이 서 있다. 상이군경회 소속 조끼를 입은 수백 명이 병원의 영안실 입구를 가로막고 있다. 언제든지 처 들어 갈 자세다. 반대편에는 신생특별지회 소속인 휠체어를 탄 두 명의 국가유공자와 이십여 명에 ‘특수전연맹’이라는 검은색 티셔츠 차림에 남자들이 영안실 입구를 지키고 서있다.

양측 모두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이다. 이들은 지금 적이 아닌 아군끼리, 전쟁도 아닌 이권 때문에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사회로부터 질타가 쏟아진다. 대의(大義)가 함몰 됐다는 지적이다.

상이군경회와 신생특별지회 간의 전쟁은 중앙보훈병원 영안실 운영권 때문.

신생특별지회가 지난 84년부터 30여 년간 운영해 온 영안실의 운영권을 빼앗기 위해 상이군경회가 나서면서 양 측의 갈등이 시작됐다.

상이군경회는 신생특별지회를 없애기 위해 시나리오를 짰다. 2013년 6월 18일 특별지회 설치요건 상실에 관한 규정을 수정했다. 2013년 11월 27일 상이군경회이사회는 수정된 개정안을 통해 신생특별지회를 폐지하는 내용의 이사회 결의를 했다. 특별지회가 없어지면 보훈병원과의 영안실 계약을 할 수 없기 때문. 이를 보훈병원에 통보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6일 신생특별지회와 계약만료 기간 15일 남겨둔 상황에서 상이군경회는 직접 보훈병원과 계약을 체결한다. 이 계약을 빌미로 신생특별지회는 하루아침에 사업권을 빼앗기게 된다.

신생특별지회는 계약의 부정성을 지적했다. 상이군경회와 보훈병원이 영안실 운영계약을 맺기 3일전부터 상이군경회 소속 회원 150여명이 병원과 병원장실 앞에 서 있는 강압적인 상황에서 하우송 원장이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상이군경회는 병원장을 감금한 상태에서 강압적인 계약은 없었다고 강조한다.

자신들은 3개월 전에 병원과 만나 신생특별지회와 계약연장을 해서는 안 돼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했다.

또 중앙보훈병원의 한 관계자는 “계약은 합당했다. 보훈처가 신생특별지회가 특별지회로서 요건 불충분으로 계약할 수 없는 상태라는 공문을 보냈다. 우리는 공문의 지시대로 계약한 것 뿐”이라고 했다.

이들의 주장은 허무맹랑한 괴변이라는 게 신생특별지회의 반문이다.

박부웅 회장은 “상이군경회가 계약만료 3개월 전에 병원을 방문해 이사회에서 특별지회 폐지됐다며 신생특별지회와의 계약연장을 이야기한 것은 월권이다. 또한 보훈병원도 특별지회 폐지에 대해 법원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결론이 나지 않았다. 계약만료 15여일 남겨놓고 타사와 계약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고 했다.
상이군경회는 지난해 11월 27일 이사회를 열어 특별지회를 폐지한다는 내용의 이사회 결의를 했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13일 서울고등법원은 상이군경회의 ‘특별지회 폐지에 대한 이사회의 개정 결의’에 대해 정당한 절차를 밟아 선출한 이사들의 이사회가 아니므로 개정 결의가 효력 없다고 판결한다.

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신생특별지회를 상대로 낸 ‘부동산명도단행가처분 신청’까지 기각한다. 보훈병원이 상이군경회와 계약에 문제가 있음을 판결로 말한 것이다.

박부웅 신생특별지회 회장은 “김덕남 회장이 거수기 이사를 세워 상이군경회를 사유화했다. 임원선거과정을 거치지 않고 김 회장이 추천한 이사들로 박수로만 승인했다. 이것이 북한의 김정은 일당이 하는 인사나 다를 바 없다”면서 “이런 이유에서 법원이 이사회 개정결의가 잘못됐음을 판결한 것”이라고 했다.

상이군경회는 신생특별지회에 불공정한 경영이 지회폐지에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본부의 지시와 감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것.

김형배 상이군경회 사무총장은 “상이군경회가 장례식장 수익금에 대해 감사를 3번 요청했다. 신생특별지회에서 이에 대해 모두 거절했다”면서 “신생특별지회가 상이군경회의 지시와 감사를 거부해 특별지회 폐지를 개정을 결의했다”고 했다.

상이군경회는 항소심 재판부까지 신생특별지회에 손을 들어주자 당황한다. 법무법인 세종의 자문을 받아 특별지회 폐지 개정에 대해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총장은 “항소 법원의 패소가 (이사회 이사들이)정당하지 못한 선출 방법이 원인이었다. 찬성하는 이사들이 박수를 치고 넘어갔기 때문”이라며 “현재 (법무법인 세종의 자문을 받아) 정당한 선출 방법으로 다시 이사회를 꾸려 특별지회 폐지 개정을 했다”고 했다.

상처입은 상이군경회와 보훈처

이번 사태로 상이군경회·보훈처·보훈병원이 상처 입었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 부정한 이사선임과 정관개정이 잘못됐음이 드러났다. 또한 보훈처는 상이군경회의 부정한 정관개정을 바탕으로 보훈병원에 신생특별지회와의 계약할 수 없다는 공문을 내려 보낸 한심한 행정을 보여줬다. 여기에 보훈병원은 특별지회 폐지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고, 사전협의가 없어 묵시적 갱신기간이던 계약만료 15여일 남겨두고 타사와 계약한 나쁜 갑질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의 상황은 진퇴양난이다. 특히 상이군경회는 특별지회를 폐지하고 계약하면 끝날 것이라고 알았는데 법원 판결이라는 복병을 맞았다. 판결로는 지고, 그렇다고 무력으로 접수하기에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국가유공자로서 정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권싸움으로 비춰지면 사회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이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이군경회 측에선 특별지회를 폐지하고 보훈병원 영안실 운영권을 빼앗아 오겠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이런 이유에서 양측의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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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해 헌신한 보훈가족을 섬기겠습니다.”

이것이 국가보훈처의 설립목적이다. 하지만 보훈처가 국가유공자를 위해 설립된 것이 아니라 보훈처를 위해 국가유공자가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는 국가보훈처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실제 국가보훈처는 국정감사의 단골손님. 매 국정감사 때마다 보훈처 직원들의 일탈 행동이 문제가 되고 있다.

보훈처는 산하기관에 막대한 예산을 뿌린다. 산하기관은 다시 이 예산을 이용해 보훈처 직원들의 복지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 국정감사에서 보훈처 직원들이 상이군경회 등 산하기관으로부터 전액, 또는 부분 해외 출장비를 지원받아 공무 국외여행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의 해외출장 내역은 전통안마, 골프라운딩, 쇼핑관광 등이 들어 있었다.

보훈처직원과 산하기관과의 커넥션은 결국 국가유공자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친다. 회원들을 위해 쓰여야 할 재원이 로비에 쓰여 회원 복지가 자연히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런 이유에서 국가보훈처가 국가개조를 위한 첫 번째 척결대상이 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한 목소리다.

A씨는 “보훈처 직원과 산하기관의 커넥션은 심각하다. 보피아(보훈처+마피아)가 곳곳을 장악하고 있다”면서 “상이군경회가 신생특별지회에 영안실 운영권 강탈 사건에도 보훈처가 있다. 감독기관의 역할을 부정한 채 상이군경회의 불법을 눈감았다. 영안실 운영권을 빼앗기 위한 사업승인을 내주고, 지회 폐지도 승인했다. 이것을 보훈병원에 공문으로 내려 보내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보훈처가 보훈가족을 섬기겠다는 설립목적에서 벗어난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스스로 없어져야 할 기관임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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