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형백화점 ‘갑질 논란’ 부추겨
공정위, 대형백화점 ‘갑질 논란’ 부추겨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0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해 유명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납품업체에 판촉사원 인건비와 각종 대내외 행사비용을 부담시켜 오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0억 원대의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해 초 대규모 유통업법을 시행한 이후 첫 제재였다.

공정위는 재작년 9월부터 신세계·롯데·현대 등 3대 백화점과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3대 대형마트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여, 바겐세일 및 상품권 증정 행사와 판촉사원 파견 등의 비용을 납품업체들한테 부당하게 전가한 것을 적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봄 바겐세일 행사를 하면서 관련 비용의 60%를 납품업체들한테 부담시켰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체들한테 판매촉진 비용의 50% 이상을 부담시키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또 롯데백화점은 2012년 1~5월 중에 제일모직 등 60개 입점업체들에 신세계, 현대 등 경쟁 백화점의 매출자료 등 경영정보를 부당하게 요구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봄 가격할인 행사를 하면서 납품업체들한테 관련 비용을 과도하게 전가했고, 홈플러스는 판촉사원의 파견 비용을 납품업체한테 부당하게 전가했다. 롯데마트도 가격할인 행사와 상품권 증정 행사의 비용을 납품업체한테 과도하게 전가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이 납품업체들한테 부당하게 전가한 비용은 400억~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납품업체에 대한 부당한 비용전가는 불합리한 판매장려금 부과와 함께 대표적인 불공정행위로 꼽힌다. 공정위는 ‘대규모 유통업 분야에서 판매장려금의 부당성 심사에 관한 지침’을 제정해, 대형 유통업체들이 판매 촉진 노력과 상관없이 납품업체들한테서 받는 기본장려금 등을 모두 금지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법 위반 업체들에 대한 솜방망이 제재로 법 제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롯데백화점이 경쟁사 경영정보를 부당하게 요구한 납품업체들의 관련 매출액은 400억원을 넘는데, 과징금은 45억7300만원에 불과했다. 법정 최고한도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 셈이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경우엔 법 위반 행위로 얻은 부당이득보다도 과징금이 적어 제재 실효성마저 의심받았다. 홈플러스의 경우, 납품업체들한테 부당 전가한 판촉사원 인건비는 모두 17억원인데, 공정위의 과징금은 13억원으로 3분의 2 수준이다. 또 롯데마트가 납품업체들에 부당 전가한 골프대회 비용은 6억5000만원인데, 과징금은 3억3000만원으로 절반에 그쳤다. 공정위는 또 법 시행 이후 첫 제재라는 점을 이유로 검찰고발도 하지 않았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이 이 날 대한상의 조찬간담회에서 “부적절한 과징금 깎아주기를 지양하고 고발을 확대해 솜방망이 처벌 논쟁을 차단하겠다”고 강조한 것을 무색하게 만든다.

또한 공정위는 애초 신세계(광주신세계 포함), 현대백화점(한무쇼핑 포함), 이마트를 바겐세일 행사 및 상품권 증정행사 비용의 50% 이상을 납품업체들한테 부당하게 부담시킨 혐의로 함께 제재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20일 전원회의에서 자정을 넘기는 격론 끝에 ‘재심사’ 결정을 내려 논란을 빚었다.

그동안 신세계그룹은 갑의횡포, 일감몰아주기, 노조 불법사찰 등 갖은 문제에 휘말리면서 ‘불공정의 대명사'로 각인됐다. 특히, 골목상권 침해로 정용진 부회장은 국감에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날선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심사지침으로 유통업계의 '갑' 신세계그룹 등, 대형 백화점 업체의 불공정행위에 제동이 걸렸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김태홍 동양증권 연구원은 14일 “백화점의 경우 전체 거래방식 중 특약매입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여서 심사지침의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