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자회사는 ‘황금알 낳는 거위’
지주사, 자회사는 ‘황금알 낳는 거위’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0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주회사들이 자회사들에 대한 ‘컨트롤 타워’의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자회사들로부터 수수료 수익만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경제개혁연구소가 국내 50개 일반지주회사의 2010~2013년 수익구조를 분석한 결과, 전체 영업수익 25조원 중 브랜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11.45%(2조9000억원)로 나타났다.

모호한 ‘수천억’ 수수료

8일 경제개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브랜드 수수료는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60%인 30곳에서 받고 있었다. 연평균 브랜드 수수료가 가장 많은 회사는 LG였고, 다음으로 SK, GS, CJ, 풀무원홀딩스 등의 순이었다.

보고서는 “브랜드 수수료를 책정하는 기준은 회사마다 매우 상이하며 상당수의 회사가 근거가 모호한 기준으로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SK는 지난 4년간 자회사들로부터 1,790억원의 브랜드 수수료를 받았다. 회사 영업수익의 22%가 브랜드 수수료에서 나온 것이다. 이 회사의 사업 보고서를 보면 브랜드 수수료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회사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고만 적혀 있고 자세한 기준은 공시하지 않고 있다. LG와 GS도 브랜드 수수료로 자회사들로부터 연평균 2,645억원과 679억원을 각각 거둬들였다.

SK 및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자회사들은 ‘SUPEX추구협의회 운영비용 분담’을 이유로 SK이노베이션에 별도 비용까지 지급하고 있다.

SUPEX추구협의회는 “SK 계열회사간 Synergy 제고 및 Global 성장을 위한 공동투자기회 확보”를 위해 출범한 기구다. 지주회사인 SK가 담당하던 업무를 이관 받아 지주회사가 해야 할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가 33.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K의 자회사이자 중간지주회사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텔레콤과 함께 SUPEX추구협의회의 공동간사 역할을 하고 있고, SUPEX추구협의회의 운영경비 회계를 도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개혁연은 ‘SK그룹의 지주회사 체계에서 최종 지주회사인 SK의 역할이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SK가 수취하는 브랜드수수료는 “브랜드의 가치제고 및 육성, 보험활동”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그리고 수수료의 산정기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부족한 상태다.

LG의 영업수익은 배당수익 42%, 브랜드수수료가 44% 그리고 임대수익 13%로 구성되어 있다. LG는 각 자회사들과 상표권사용계약을 체결하고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수수료는 상표권을 사용하는 회사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결정된다고 사업보고서에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

GS의 영업수익은 배당수익 57%, 브랜드수수료가 25% 그리고 임대수익 17%로 구성되어 있다. GS도 각 자회사들과 “GS심볼” 및 “GS”에 대한 상표권”에 대해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그 금액은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공제한 금액의 0.2%이다.

CJ는 5 개의 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 중 영업수익 중 브랜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로 전체 영업수익의 55%가 브랜드 수수료이다. CJ 역시 수수료의 기준은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공제한 금액으로, 수수료율은 가장 높은 0.4%(대한통운의 경우 0.2%)이다. LS의 경우 영업수익의 7.43%를 자치하는 기타수익은 지주회사가 제공하는 교육용역에 대한 대가이다.

지주회사들은 브랜드 수수료와는 별도로 정보기술(IT) 서비스, 경영관리, 경영자문용역 등의 명목으로도 수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수입 수수료’ 또는 ‘용역 수익’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 명확히 무엇에 대한 대가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은 지난해 발생한 ‘기타매출’ 2800억원이 자회사로부터 걷은 수수료로 추정되지만 어느 부문에서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지주회사 규제 필요

1999년 공정거래법에서 지주회사를 허용한 이후 정부는 지주회사 설립 및 전환을 촉진하기 위 한 각종 혜택을 주었다. 현재 총 127개(금융지주회사 포함)의 지주회사가 존재한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체제가 제도도입 취지에 맞게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근거는 지주회사 평균 부채비율이 매우 낮고 (자)손자회사에 대한 지분률도 법률상 요건을 크게 상회하는 등 지주회사 체제를 이용한 지배력 확장의 우려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이 일반 대기업집단보다 단순투명한 출자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제개혁연의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우리나라의 지주회사들은 이러한 지주회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또,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역시 유사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중 규모 또는 수익 측면에서 가장 큰 것이 은행이다. 그런데 은행은 행장이 통제하고 금융지주회사 회장은 나머지 금융계열회사를 통제하는 형식으로 기이한 형태로 업무 분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행장과 회장이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 등 지주회사제도의 도입 취지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주회사를 허용한 이후 지금까지 정부는 지주회사제도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유력한 수단으로 규정하고 지주회사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관련법률 개정 등 많은 혜택을 부여해 주고 있다. 그러나 지주회사의 운영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가 없었을 뿐 아니라, 그 운용에 대해 자세히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들은 자회사들과 무형의 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해당 거래의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아 그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러한 특성은 불공정거래의 가능성 및 자회사와 지주회사 주주들간의 이해상충의 문제 등을 발행시킨다고 경제개혁연은 우려했다.

경제개혁연은 이러한 문제를 일부 보완하기 위해 수익항목에 대한 공시 강화 및 브랜드수수료 등을 통한 부당지원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 그리고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를 제안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