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유병언 전 회장 일가와 관련한 수상한 금융거래에 대해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유병언 전 회장 일가가 지난 2010년부터 2년동안 우리은행 계좌를 통해 계열사 등과 수십차례 수상한 금융거래를 진행하는 동안 우리은행이 이를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전체 거래액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는 일정 금액 이상의 금융 거래나 횟수가 잦은 등의 의심 혐의 거래가 발생하면 금감원에 그 사실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검찰과 국세청, 금융당국이 전방위적으로 유병언 일가 재산 찾기에 나서자 뒤늦게 관련 보고를 했다. 무려 3~4년간 의심 거래 보고를 누락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의심 혐의 거래에 대해 금융당국에 제때에 즉시 보고를 하지 않았다"며 "유병언 일가가 다른 은행에서도 거래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현재 은행들을 상대로 보고 누락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시에는 현장 직원이 의심 거래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아마도 그때는 정상적인 거래로 판단해 별다른 보고의 필요성을 생각하지 못했다가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일괄 관련 내용을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유병언 전 회장 일가와 청해진해운 관계사 등의 금융사 여신은 3747억원이다. 이 중 은행 비중이 전체의 90%인 3033억원이다. 은행권 여신 중 우리은행이 빌려준 돈은 926억원에 달한다.
 

장희부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