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의 e톡]‘백혈병 산재 논란’에 삼성이 응답하는 ‘진짜’ 이유
[박기자의 e톡]‘백혈병 산재 논란’에 삼성이 응답하는 ‘진짜’ 이유
  • 박종준 기자
  • 승인 2014.0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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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신문] 삼성전자(005930)가 백혈병 등 직업병 논란에 대해 사실상 처음으로 공식적인 입장 시사를 내비쳐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이 무엇인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준식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은 14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옥에서 '반도체 백혈병 가족 측 제안에 대한 삼성전자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백혈병 가족 측의 제안을 11일 공식 접수했다이른 시일 내에 삼성전자 경영진이 이 제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김 부사장은 관련 유족 측의 사과 요구에 대한 경영진의 입장 표명은 물론 보상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전해 이전 입장보다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 표시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삼성전자반도체 직원이었던 황유미씨가 지난 20073월 사망하면서 시작된 백혈병 산재 논란에 대해 지난 2010415일 기자들을 초청해 '반도체 제조공정 설명회'를 개최하고 유가족 및 반올림 측과 협의를 통한 보상안 마련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부사장급 경영진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번 삼성 측의 경영진을 통한 공식 입장발표는 꼭 6년 만으로 재계 등 일부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최고 경영자인 이건희 회장의 결심이 선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을 정도인 것.

다만 앞으로 나올 삼성 측의 공식입장 수위는 반올림 등이 요구하고 있는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백혈병의 산재 관련성에 대한 답변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전부터 삼성은 사업장에서 발생한질병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 등은 내놓은 바 있는 상태이지만 이것이 직업병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이번 삼성전자 측의 입장 발표의 진짜 이유는 최근 심상정 의원(정의당)의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 및 서신에 대한 답변 형태로 이뤄졌다.

실제로 심 의원은 지난 9일 피해자 가족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와 삼성이 삼성 백혈병직업병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의원실 보좌관을 통해 삼성전자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심 의원이 접수한 제안서에 대한 답신을 국회 심상정 의원실로 전달했다.

심 의원은 서한을 통해 백혈병직업병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자 및 가족들과의 합의 하에 제3의 중재기구를 구성해, 중재기구에서 마련한 방안에 따라 피해자 및 가족들에 대한 보상을 실시하는 한편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제3의 기관을 통해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화학물질 취급 현황, 안전보건관리 현황 등에 대한 종합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직업병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삼성전자가 회사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다 백혈병 등 직업병에 걸려 목숨을 잃거나 투병 중인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에 대해 마침내 인지하고, 이에 대한 사과 및 보상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뜻을 밝힌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저와 반올림이 제안한 내용들이 수용되어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삼성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생명을 존중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진정한 일류기업으로 나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결자해지의 자세로 조속한 시일 내에 전향적이고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삼성전자 측이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친 배경에 대해 일부에서는 유가족 측의 오랜 노력과 기다림은 물론 심 의원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조력 역할도 한몫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또한 최근 제2롯데월드,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등과 계열사 사업장에서 잇따라 산재 사고가 일어나면서 대기업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도 삼성이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화성 사업자 등에서 잇따라 불산사고 등이 발생하자 지난해 3, 경영진인 권오현 부회장이 직접 나서 대국민사과를 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백혈병 논란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한정애 민주당 의원, 심 의원 등에 의해 지적된 바 있다.

또한 얼마 전 관련 영화도 제작돼 상영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삼성그룹 사업구조 개편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세의 경영승계 작업이 가속화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일부에서는 재계 1위 삼성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도 커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이전에 걸림돌을 털어버리고 가겠다는 포석도 깔린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각이다.

그 연장선에서 이건희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얼마 전 호텔 출입문을 택시로 들이받은 사고를 낸 택시기사에게 4억원의 배상액을 면제해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벌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한 사례로 언급되며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경제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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