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사나 다름없는 대승물류 등 통해 비자금 조성
[한국증권신문/조문영 기자] 검찰의 칼끝이 강덕수(64) 전 STX그룹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중국 다렌 현지취재를 통해 강덕수 전 회장이 자신의 개인회사를 통해 1000억원 비자금을 조성해 해외에 빼돌린 정황이 담긴 장부를 단독 입수해 공개했다. 그간 소문으로만 제기됐던 강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일부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강덕수 전 stx회장 |
앞서 2013년 12월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강회장이 2009년 당시 STX중공업의 이사회에 관여해 회사에 500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검찰은 2월 17일 STX그룹과 강 전회장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당시 서울 중구 STX남산타워 (주)STX 및 STX조선해양, 팬오션 등 사무실에 수사팀을 보내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내부 보고서 등을 확보했다. 또한 3월 2일 국세청으로부터 STX그룹 세무조사 관련 자료를 받아 정밀 검토를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일 시사저널은 ‘강 전 회장이 ST다렌조선을 통해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STX다렌조선 임직원을 수사대상으로 지목하면서 STX비자금 사건은 해외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샐러리맨 신화를 만든 강 전 회장에 대한 신뢰는 땅 끝까지 곤두박질 쳤다. 경영권을 잃었다. 그는 계열사 부채 상환을 위해 자택까지 처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강 전 회장에 책임 있는 행동에 동정론이 일었다. 하지만 강 전 회장이 해외 계열사를 통해 수천억원 비자금을 만들어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덕성 논란이 제기됐다.동정론은 곧 비난으로 바뀌었다. 모럴헤저드 논란으로까지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수백억원에 세금을 탈루하고 해외에 머물며 카지노를 출입하며 호화롭게 지내는 대주건설 허모 회장이나 다를바 없다는 지적이다.
STX다렌조선 협력사들도 강 전 회장의 이중성을 비난했다.
협력사 대표들은“다롄에서 챙겨간 돈만도 1000억원이 넘는다. (강 회장이) 회사 빚 갚을 돈이 없어 아파트를 내놓았다는 것은 한마디로 쇼”라며 지적이다. 해외로 빼돌린 비자금만으로 기업을 회생시킬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협력사 대표들은 강 전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 STX다롄의 자금줄을 쥐고 있는 핵심업체 2개사가 모종의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바로 대승정공(배관제작업체)과 대승물류(운송 및 소모품납품업체)이다. 두회사는 강 전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강 전 회장이 87.45%의 지분을 보유한 포스텍이 대승정공과 대승물류의 지분을 각각 100%와 53.68%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 강 전 회장은 포스텍을 통해 두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대승정공과 대승물류의 경영은 강 전 회장의 인맥과 친인척이 맡고 있다. 대표이사는 쌍용그룹 시절부터 강 전 회장과 인연을 쌓아 온 최모 씨고, 전무는 강 전 회장이 처남인 배모 씨다. 실질적인 경영과 자금관리를 최 대표가 아닌 배전무가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를 통해 수천억 원대의 비자금을 만들어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시사저널은 <STX다롄조선과 계열사 간 내부 거래 장부>를 입수하고, STX다렌조선이 계열사에 일감몰아주기와 단가올려주기를 통해 비자금을 만든 정황이 포착됐다고 공개했다.
실 예로 STX다롄은 2010년 9월 계열사인 대승정공과 파이프(배관)가격 단가 상승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전에 거래했던 ㄷ업체에 비해 19%비싸게 계약을 했다. 게다가 STX조선해양의 진해조선소에 공급되는 파이프 단가에 비해서도 5%가 높다.
이 계약으로 인해 2010년부터 STX다롄의 배관 단가가 294만 7843.53위안(한화로 약 5억2000만원)에서 350만6513.78위안(약 6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대승정공은 2010년부터 해마다 STX다롄과 배관 단가 인상 계약을 맺었다. 게다가 공정 단가나 운송비를 몇 배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승물류는 STX다롄과의 거래만으로 연 매출을 1조원 이상을 올렸다. STX다롄의 회사 버스에서부터 공장 직원이 사용하는 장갑
한 켤레까지 대승물류를 거쳐 STX다렌에 납품됐다. 대승물류는 앉아서 돈을 버는 구조였다.
대승물류는 STX다롄과 거래할 때 납품 단가를 2~3배 부풀려 책정하면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승정공과 대승물류는 강 전 회장에 자금줄 역할을 했다. 회사가 어려워진 뒤에도 제 주머니채우기는 멈추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비리가 저질러지는 과정에 전혀 감사 등 필터링을 거치지 않았다. STX다롄조선이나 대승 등이 모두 강 전 회장의 개인 회사이기에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승의 이니셜 'DS'가 강덕수 전 회장의 이니셜과 같고, 대승하겠다는 뜻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STX다롄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대승정공과 대승물류가 2007년부터 최소 1000억원가량의 자금을 빼돌렸고 이것이 모두 강 전 회장의 수중에 들어 갔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STX다롄조선은 2007년 STX그룹 이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다롄(大連) 시 528만9256㎡(160만평) 부지에 약 3조원을 투자해 만든 초대형조선소다. STX다롄건설∙STX다롄엔진 등 13개 계열사와 40여 개 협력 업체가 참여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은 STX다렌조선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조선업 불황이 이어지고 STX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지난해 4월부터 조업이 중단된 상태다.
STX다렌조선은 조선업 불황보다 기업주의 모럴헤저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강 전 회장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이 어러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제 잇속만 챙긴 CEO의 모럴헤저드가 만든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이다.
검찰의 칼날은 멈추지 않는다. 회사와 강 전 회장의 자택까지 압수하고 국세청에서 세무서류를 받았다. 확실한 정황을 잡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 지금 강 전 회장으로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STX사태가 어디까지 번질 것인가에 세인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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