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강덕수 전 회장 "수천억원대 비자금 해외로 빼돌렸다"
STX강덕수 전 회장 "수천억원대 비자금 해외로 빼돌렸다"
  • 조문영기자
  • 승인 2014.0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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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사나 다름없는 대승물류 등 통해 비자금 조성

[한국증권신문/조문영 기자] 검찰의 칼끝이 강덕수(64) 전 STX그룹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중국 다렌 현지취재를 통해 강덕수 전 회장이 자신의 개인회사를 통해 1000억원 비자금을 조성해 해외에 빼돌린 정황이 담긴 장부를 단독 입수해 공개했다. 그간 소문으로만 제기됐던 강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일부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덕수 전 stx회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의혹을 받고 있는 강 전 회장이 계열사를 이용해 20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잡고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3년 12월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강회장이 2009년 당시 STX중공업의 이사회에 관여해 회사에 500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검찰은 2월 17일 STX그룹과 강 전회장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당시 서울 중구 STX남산타워 (주)STX 및 STX조선해양, 팬오션 등 사무실에 수사팀을 보내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내부 보고서 등을 확보했다. 또한 3월 2일 국세청으로부터 STX그룹 세무조사 관련 자료를 받아 정밀 검토를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일 시사저널은 ‘강 전 회장이 ST다렌조선을 통해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STX다렌조선 임직원을 수사대상으로 지목하면서 STX비자금 사건은 해외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샐러리맨 신화를 만든 강 전 회장에 대한 신뢰는 땅 끝까지 곤두박질 쳤다. 경영권을 잃었다. 그는 계열사 부채 상환을 위해 자택까지 처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강 전 회장에 책임 있는 행동에 동정론이 일었다. 하지만 강 전 회장이 해외 계열사를 통해 수천억원 비자금을 만들어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덕성 논란이 제기됐다.동정론은 곧 비난으로 바뀌었다. 모럴헤저드 논란으로까지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수백억원에 세금을 탈루하고 해외에 머물며 카지노를 출입하며 호화롭게 지내는 대주건설 허모 회장이나 다를바 없다는 지적이다.
STX다렌조선 협력사들도 강 전 회장의 이중성을 비난했다.
협력사 대표들은“다롄에서 챙겨간 돈만도 1000억원이 넘는다. (강 회장이) 회사 빚 갚을 돈이 없어 아파트를 내놓았다는 것은 한마디로 쇼”라며 지적이다. 해외로 빼돌린 비자금만으로 기업을 회생시킬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협력사 대표들은 강 전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 STX다롄의 자금줄을 쥐고 있는 핵심업체 2개사가 모종의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바로 대승정공(배관제작업체)과 대승물류(운송 및 소모품납품업체)이다. 두회사는 강 전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강 전 회장이 87.45%의 지분을 보유한 포스텍이 대승정공과 대승물류의 지분을 각각 100%와 53.68%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 강 전 회장은 포스텍을 통해 두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대승정공과 대승물류의 경영은 강 전 회장의 인맥과 친인척이 맡고 있다. 대표이사는 쌍용그룹 시절부터 강 전 회장과 인연을 쌓아 온 최모 씨고, 전무는 강 전 회장이 처남인 배모 씨다. 실질적인 경영과 자금관리를 최 대표가 아닌 배전무가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를 통해 수천억 원대의 비자금을 만들어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시사저널은 <STX다롄조선과 계열사 간 내부 거래 장부>를 입수하고, STX다렌조선이 계열사에 일감몰아주기와 단가올려주기를 통해 비자금을 만든 정황이 포착됐다고 공개했다.
실 예로 STX다롄은 2010년 9월 계열사인 대승정공과 파이프(배관)가격 단가 상승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전에 거래했던 ㄷ업체에 비해 19%비싸게 계약을 했다. 게다가 STX조선해양의 진해조선소에 공급되는 파이프 단가에 비해서도 5%가 높다.
이 계약으로 인해 2010년부터 STX다롄의 배관 단가가 294만 7843.53위안(한화로 약 5억2000만원)에서 350만6513.78위안(약 6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대승정공은 2010년부터 해마다 STX다롄과 배관 단가 인상 계약을 맺었다. 게다가 공정 단가나 운송비를 몇 배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승물류는 STX다롄과의 거래만으로 연 매출을 1조원 이상을 올렸다. STX다롄의 회사 버스에서부터 공장 직원이 사용하는 장갑
한 켤레까지 대승물류를 거쳐 STX다렌에 납품됐다. 대승물류는 앉아서 돈을 버는 구조였다.
대승물류는 STX다롄과 거래할 때 납품 단가를 2~3배 부풀려 책정하면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승정공과 대승물류는 강 전 회장에 자금줄 역할을 했다. 회사가 어려워진 뒤에도 제 주머니채우기는 멈추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비리가 저질러지는 과정에 전혀 감사 등 필터링을 거치지 않았다. STX다롄조선이나 대승 등이 모두 강 전 회장의 개인 회사이기에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승의 이니셜 'DS'가 강덕수 전 회장의 이니셜과 같고, 대승하겠다는 뜻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STX다롄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대승정공과 대승물류가 2007년부터 최소 1000억원가량의 자금을 빼돌렸고 이것이 모두 강 전 회장의 수중에 들어 갔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STX다롄조선은 2007년 STX그룹 이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다롄(大連) 시 528만9256㎡(160만평) 부지에 약 3조원을 투자해 만든 초대형조선소다. STX다롄건설∙STX다롄엔진 등 13개 계열사와 40여 개 협력 업체가 참여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은 STX다렌조선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조선업 불황이 이어지고 STX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지난해 4월부터 조업이 중단된 상태다.
STX다렌조선은 조선업 불황보다 기업주의 모럴헤저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강 전 회장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이 어러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제 잇속만 챙긴 CEO의 모럴헤저드가 만든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이다.
검찰의 칼날은 멈추지 않는다. 회사와 강 전 회장의 자택까지 압수하고 국세청에서 세무서류를 받았다. 확실한 정황을 잡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 지금 강 전 회장으로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STX사태가 어디까지 번질 것인가에 세인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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