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이 조건식 현대아산사장 ‘재기용 카드’를 다시 꺼내든 이유
현정은 회장이 조건식 현대아산사장 ‘재기용 카드’를 다시 꺼내든 이유
  • 박종준 기자
  • 승인 2014.0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증권신문] ‘구관이 명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이 세 번의 실패는 없다는 각오로 대북사업을 이끌 수장에 조건식 전 현대아산 사장을 재기용했다.

현대아산은 지난 3일 조건식 현대아산 고문을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현대아산 경영에서 물러난 지 꼭 4년 만이다. 이는 현대건설 출신으로 이전까지 현대아산 대북사업을 총지휘하던 김종학 사장이 임기 만료됐기 따른 후임 인선이다.

말 그대로 돌아 돌아다시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된 조 사장은 잘 알려진 대로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차관까지 지낸 북한 분야 전문가로, 지난 2008년 현대아산 사장으로 기용된 바 있다.

사실 관료 출신이었던 조 사장이 현대아산의 수장에 오를 때만 해도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때 조 사장을 현대그룹이 기용한 배경은 당시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금강산관광사업과 대북사업 위축을 정면돌파해보겠다는 복안이 깔린 것이었다.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이 정부의 통일정책 등과 관련이 깊은 만큼 이전까지 통일부 고위직을 지내고 전문가로 통하는 조 사장을 기용해 활로를 찾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던 것. 그만큼 현대아산이나 현 회장은 조 사장에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조 사장 재임 기간 금강산관광 사업 등이 신통치 않았다.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기간 현대아산의 유일한 대북사업이자 밥줄이었던 금강산관광 사업이 중단되고 말았던 것.

조 사장이 사장에 선임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던 지난 20087, 금강산 관광객이었던 박모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는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현대아산이나 조사장은 손도 쓰지 못하고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무너져가는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을 그저 눈뜨고 지켜봐야 만 했다.

실제로 현대아산도 눈덩이 손실을 떠 앉아야 만 했다. 지난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소떼 방북을 계기로 지난 1999년 초, 대북사업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회사로 설립된 현대아산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저책등의 수혜로 지난 2007년까지 만 해도 197억원 이익을 내기도 했으나 이후 남북관계 경색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작년 3분기에만 100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대그룹은 또 하나의 묘수 찾기에 나섰다. 그 타개책의 하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학 동창으로 유명한 장경작 전 롯데호텔 사장을 현대아산 사장에 앉힌 것이 그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남북 정치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다보니 금강산관광 사업 등이 정부와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는 현대그룹 최고경영진의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큰 상과를 거두지 못했다. 장 사장 재임 기간, 바람과는 달리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되는 양상을 띠었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카드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은 현대건설 출신의 김종학 부사장을 수장으로 영입한 것이었다.

현대아산은 지난 20128월 영입했던 김 사장을 지난해 3월 장경작 사장 퇴임과 함께 단독체제로 전환했던 것. 다행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전까지 급속히 경직국면으로 치닫던 남북관계가 다소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6월 남북 간 대화무드가 조성되더니 얼마 전 34개월여 만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금강산에서 열리는 등 국면전환이 모색되고 있다. 현대아산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켜진 것이다.

이때 현대아산은 전사적으로 상봉행사 지원에 앞장서 눈길을 끌기도 했을 정도다. 모처럼 현대아산에 활력의 기운이 움트는 모습이다. 그만큼 현대그룹이 이산가족상봉 행사에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현대아산 내지 현대그룹에게는 금강산관광 사업은 물론 개성관광 사업 등 대북사업이 다시 열리는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 전 사장은 건설 브랜드 런칭 등 '전공'을 잘 살렸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현대아산의 전공은 건설보다는 대북사업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현대그룹과 현정은 회장은 이참에 금강산관광 사업 등 대북사업 지휘봉을 다시 조 사장에게 쥐어줬다. ‘이제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상황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이는 현 회장이 최근 재도약 선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대아산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최근 남북관계 개선의 청신호가 켜지는 등 이전 조 사장이 재임 시절이야 불가항력의 제반 현실이 엄연해 제대로 능력발휘를 못했더라도 이번에는 사정이 나아지고 있는 만큼 구원투수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따라서 구관이 명관조 사장을 재기용한 현대그룹이 앞으로 금강산관광 사업 등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조건식 신임 사장은 이달 19일 열리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경제산업부

온‧온프 종합경제지 한국증권신문(www.ksdaily.co.kr) / 자매지 인터넷 스탁데일리(www.stockdaily.net)/ 월간 CEO 플러스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bodo@ksdaily.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