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통합거래소, 하부구조 검토필요
기획-통합거래소, 하부구조 검토필요
  • 공도윤 기자
  • 승인 200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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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거래소, 하부구조 검토 필요 증권예탁원, “우리가 청산·결제업무 전문기관” 증권거래소·선물거래소·코스닥증권시장이 통합된다. 지난 11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증권거래법개정안’, ‘선물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일부 수정안을 의결한 후 대부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제 국회표결만 마무리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법안은 확정, 실행된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이 반대하고 있지만 지난 11일 재정경제부 장관이 직권을 이용해 강제 통합 조항을 넣어 거래소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연내 통과가 멀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하부방안에 대한 심도적인 체계가 잡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법안이 통과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는 것이다. 증권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통합 거래소법을 졸속 처리하려 하고있다”고 반발, 재경위 수석 전문 위원실에서도 “법안의 완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통합거래소’ 추진 자체는 많은 부분 합일점을 찾았지만 구체적인 세부방안을 살펴보면 증권거래소와 증권예탁원의 거센 충돌은 진전이 없다. ◆ 청산·결제 놓고, 증권예탁원 VS 증권 거래소 대립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이부분이다. ‘청산·결제기능을 거래소에서 분리시켜야 하는가’, ‘누가 운영을 해야 하는가’가 통합거래소 출범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중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황건호 메리츠증권 대표는 “통합을 한다 안한다는 문제보단 하부구조를 어떻게 경영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각 기능별로 전문성을 가진 기관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예탁원 측은 “청산·결제 기관이 분리되는 것이 선진화로 가는 길이며 예탁원 중심의 청산·결제만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증권예탁원 이명근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문제는 단순히 기관의 밥그릇 싸움이 아닌 진정한 국내 자본 시장의 장래를 생각하는 계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통합거래소 추진은 ‘일정 규모를 갖춰 세계적인 증권전문 시장으로 거듭 나겠다’는 목적에서 제안됐다. 한국증권연구원은 “3사 통합 후 거래소는 시가총액 세계 10위에 올라서며(현재 거래소 14위, 코스닥 31위) 선물시장은 세계 1위(현재 주식선물 세계4위, 옵션선물 1위)를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매매체결·청산·결제·전산 등 시장의 하부 기관을 기능별로 통합하는 것은 분명 거래비용을 절감하는 일이다. 현재는 각 기관별로 매매 체결·청산을 별도로 하고 있어 중복투자에 따른 낭비가 발생. 특히 증권 청산·결제제도는 기구의 별도운영에 따른 비효율과 제도의 안정성 취약, 결제위험에 대한 체계적 관리 미흡 등 시스템의 선진화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높다. ◆ 정부, 진정한 시장 효율 증대를 위해 꼼꼼한 하부구조 분석 필요하다 통합거래안이 처음으로 제시됐던 지난 3월만 해도 증권예탁원은 통합거래소에 대한 긍정적입장도 반대한다는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당시의 제시안을 살펴보면 금융발전심의위원회(금발심)는 3개 통합 방안을 제시하며 청산결제기능, 자율규제기능은 거래소에서 분리하기로 결정했었다. 이후 5월과 8월에 걸쳐 두 번의 수정이 있었지만 ‘청산·결제기능은 거래소에서 독립 한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11월이다. 확정된 정부 법률안은 매매·청산·결제 그리고 규제기능까지 통합거래소에 전가시켰다. 실질적으로 모든 권한을 거래소에게 넘긴 것이다. 현재 증권시장의 청산·결제는 증권거래소 시장을 제외한 전 시장인 코스닥 증권시장, 제3시장, ECN시장 및 장외채권시장을 증권예탁원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예탁원 측의 주장은 “1974년 예탁원이 설립되고 청산·결제 개념이 도입된 이후 예탁원은 청산·결제기관으로 30여년간 전문성을 키워왔다”며 “통합시 예탁원이 청산·결제 업무를 맡아야만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업무 진행이 가능하다”고 전한다. 반면 거래소는 “증권거래법은 증권거래소를 ‘청산결제기구’로 명시하고 있다”며 “현행과 같이 거래소가 청산결제책임을 지고 예탁원에 ‘증권 및 대금의 수불업무’를 위임하는 것이 법리에 맞다”고 말한다. 그러나 예탁원은 “증권거래법상(제173조의 3, 예탁원 영위업무 등의 금지) 증권결제기관은 증권예탁원으로 규정돼 있다”며 “예탁원이 아닌 자는 유가증권을 예탁 받아 그 유가증권의 수수에 갈음해 계좌 간 대체로 결제하는 업무를 영위할 수 없다”고 대응한다. 양측이 부딪히는 부분은 이뿐 만이 아니다. 통합거래소의 독점 폐혜 막아야 예탁원 일평균 3000억원 절감 VS 거래소 연평균 2000억원 절감 ▲“청산결제 기능을 거래소에서 분리하는 것이 글로벌 기준”’이라는 예탁원에 반해 거래소는 “글로벌 기준은 예탁원을 청산기관으로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맞서고, ▲“일평균 3000억원의 유동성 절감 효과가 있다”는 예탁원의 주장에 거래소는 ▲“오히려 통합되면 전산비용·거래수수료·회원가입비 인하로 연간 최대 2000억원 비용절감이 우리 쪽에서 난다. 오히려 예탁원이 청산업무를 수행하려면 일평균 300만건의 매매체결 데이터를 수신, 이를 처리할 시스템의 재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또다시 예탁원은 “▲청산·결제는 전산으로 이뤄져 오히려 증권거래소가 새로운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별도의 인력을 고용해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며 다시 한번 대립한다. 효율성의 문제에 대해서도 거래소는 “▲주문-매매-청산결제가 일괄 자동처리 돼 추가 비용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지만 예탁원은 “증권거래소시장 뿐만 아니라 장외시장, 국제 시장 등 어느 시장에서 매매를 하더라도 매매이후 모든 업무창구가 예탁원으로 단일화 되면 이용자 편의가 극대화 되고, ▲지급결제시스템, 해외증권예탁결제시스템 등과 연계해 동북아 금융 중심지로 발전 가능한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 분쟁은 끝없이 이어져 거래소는 “▲ 현재 3개 거래소는 각 연간 4666조원(증권거래소 2932조원, 선물거래소 1440조원, 코스닥 294조원, 제3시장은 포함되지 않음)거래소 2932조원 규모의 청산·결제를 맡고 있다. 현물시장에서 거래소의 규모가 가장 크고, 선물시장의 청산·결제 경험이 없는 예탁원이 시장의 모든 청산·결제 업무를 맡는 것은 무리다”라고 맞대응한다. 그러자 예탁원은 “▲청산·결제업무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전산으로 이뤄진다. 우리는 밥상에 젓가락 하나 더 놓는 격”이라며 “현재 증권예탁원이 코스닥·ECN·장외시장의 매매와 청산 그리고 거래소의 예탁결제기능 모두를 담당하고 있다. 오히려 예탁원이 거래소의 청산·결제 기능만 넘겨받으면 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 거래소는 “▲예탁원이 예탁관리위험과 결제보증위험을 동시에 부담해 결제 불안정성이 증대된다”고 주장. 예탁원은 “▲예탁관리위험은 거래소의 매매체결위험과 같이 일반적인 운영상 위험에 해당되며, 또한 결제보증위험은 결제기금 징수 등에 의해 관리하는 별도의 체계를 갖고 있다. 회원이 연대하는 방식과 청산기능 수행주체가 책임지는 두가지 방식이 존재하는데, 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 ECN 등은 미국, 일본 등과 같이 회원 연대보전방식을 채택해 도덕적 해이 및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가 가능하고 예탁원에 의한 통합청산결제시 거래정보가 집중돼 리스크의 사전통제가 용이, 예탁증권까지 포괄하는 청산결제제도의 운영으로 증시 선진화가 가능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어느 한쪽도 물러서질 않는다. 가장 뜨거운 논쟁이 이는 것은 ‘선진 글로벌 체계가 무엇인가’이다. ◆ 증시 선진국들의 청산·결제시스템 운영방법 예탁원은 “대다수의 선진국이 매매거래를 거래소에서 분리하고 있다”며 증권시장 인프라 구조 보고서를 제시한다. 예탁원 주장에 의하면 40개국(OECD 회원 29개국, 아시아 11개국) 중 50%가 증권예탁원이 현물시장의 청산·결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스위스, 포르투칼, 헝가리를 포함한 20개국은 매매는 거래소가 청산·결제는 증권예탁원이 맡는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아이랜드 등의 7개국은 청산 이행보증 기능은 ‘청산기관’이 맡고, 청산의 차감기능과 결제는 증권예탁원이 맡는다. 네덜란드, 벨기에, 일본, 프랑스, 인도네시아 외 9개국은 청산은 별도의 청산기관이 맡고 결제는 증권예탁원이 하고 있다. 다만 베트남은 거래소가 청산 이행보증과 차감 업무를 맡고, 결제만 증권예탁원이 맡고 있다. 현·선물시장 통합 결제 또한 폴란드, 헝가리, 터키에선 증권예탁원이 맡고,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는 별도의 청산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1987년 미국의 Brady 보고서는 1987년 블랜먼데이 때 발생했던 결제리스크의 원인이 현물시장과 파생상품 시장의 결제기구가 분리 된 점을 지적하고 통합필요성을 제기한 적이 있다. 런던거래소도 “매매기능과 청산·결제활동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 그리고 미국은 1997년 금융개혁위원회의 금융개혁보고서를 통해 ‘청산결제기능’과 ‘매매거래기능’을 분리 할 것을 권고, 이후 1999년 미국 의회와 SEC가 DTC(증권예탁원)과 NSCC(청산기구)를 통합하도록 조치해 통합 청산·예탁결제 기구인 DTCC를 출범했다. 이후 미국은 DTCC는 출범이후 최저 23%~50% 저렴한 비용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맞서는 거래소의 주장은 “한국의 경우, 거래소가 1개로 통합돼 별도의 청산기구가 불필요 하다”고 분석한 후, 덧붙여 “청산기능과 시장관리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별도의 청산기관인 경우에도 대부분 거래소의 100% 자회사로 예탁원이 선물시장에서 청산업무를 수행하는 사례는 없다”며 충돌한다. ◆ 양측을 제외한 전문가들도 의견도 확인해 보자. 통합거래소법 소관 상임위인 재경위는 11월 21일 법안검토 보고서를 통해 “통합 거래소법은 시장 자체를 통합하는 게 아니라 현존하는 개별 시장의 거래 구조는 유지한 채 시장의 지배구조만을 통합하자는 것이 원래 통합의 취지다. 그러나 주식회사로 전화되는 과정에서 현 법안은 거래비용의 감축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고 경우에 따라선 거래소의 독점에 의한 비효율로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거래소 통합방안이 전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의 일부내용만을 반영하는 등 완결성이 떨어진다”며 “진정한 배려만이 졸속 입법이란 비난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이상빈 교수는 “증권시장은 매매체결과 청산 결제 예탁 등 소위 증권시장 하부구조로 나뉘어 진다.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경쟁체제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통합에 따른 독점 폐해는 지배 및 소유구조개선을 통해 방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불공정거래 수법이 점차 지능화 되는 만큼 시장의 공정성 확보측면은 긴급하다”고 지적한다. 국민대 홍정훈 교수는 “청산과 매매는 반드시 이해 상충 문제를 발생시킨다. 거래소가 모든 권한을 가진다면 거대한 독점기업의 비효율성이 드러날 것이다. 따라서 청산기능은 거래소에서 분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발심과 금융개혁위원회도 보고서를 통해 매매기능과 청산결제기능을 분리할 것을 제안했고 증권학회 또한 22개 주요 증권회사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77%가 청산·예탁결제기관의 단일화를 원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 통합 거래소의 설립 시초 목적을 살려라 시각의 차이에 따라 양측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확실한 결론은 통합거래소 출범의 원 목적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관이 어디이며, 비용절감 효과가 가장 큰 방안이 무엇인지는 꼼꼼히 따져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다. 또한 시장에선 이번 법안통과에 대해 “정치 논리에 휩싸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한다. 처음 선물거래법과 부산 선물 거래소가 탄생한 것도 정치 논리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사실, 거래소 통합은 ‘정치공략’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오고 있다. 부산거래소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대성 공략에 따라 1999년 설립됐고, 2000년 선물 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한 정부는 지수 선물 시장을 2004년 1월 부산에 넘기기로 결정된 사안이기도 하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당시 모든 대통령 후보가 영남권 표를 의식해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것인 선물거래소의 탄생이다. 이때 학자나 선물회사가 모두 반대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이후 선물시장의 운영은 곧 지지부진해 졌다. 그렇지만 부산지역 정치인, 경제인, 시민단체들이 2000년 총선을 계기로 또 다시 선물시장 이전을 강력히 요구했고 그 결과, 당시 증권거래소에서 잘 운영하고 있는 주가지수선물거래를 굳이 부산으로 옮길 생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11월 선물거래법 시행령’은 개정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9월부터 증권예탁원 앞에 세워진 노조 시위 천막은 아직도 추운 거리에 홀로 서있다. 두 기관은 이해관계의 충돌 폭도 크고, 그만큼 조정과 합의도 쉽지 않지만 관계기관과 유관기관의 의견수렴이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 속에 ‘속행’되는 법안 통과는 모두가 우려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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