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삼킨 공룡 “이젠 가맹점주가 죽이기”
골목상권 삼킨 공룡 “이젠 가맹점주가 죽이기”
  • 이동로 기자
  • 승인 2012.10.16
  • 호수 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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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제빵 프랜차이즈 급성장 폐단 ‘속출’

빵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재벌가 딸들이 서민업종인 베이커리를 운영해 온 사실이 국민정서를 자극해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철수한데 이어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빵업체들이 골목상권을 죽이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부신 호텔신라 사장(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아티제’의 지분을 넘겼고, 정성이 이노션 고문(정몽구 현대차회장 장녀)도 '오젠‘의 문을 닫았다. 또 롯데신격호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씨도 자신이 설립한 ’포송‘을 ’매일유업‘에 매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빵집‘ 논란은 진행형이다.

[가맹점 죽이기 심각]
프랜차이즈 제빵업체들이 골목 빵집을 몰아내고 급성장하면서 가맹점에 인테리어 부당 계약 강요 등에 피래가 속출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낸 자료를 보면 2009년 말 3855곳이었던 제빵 분야의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지난해 말 5883곳으로 2년 새 무려 2000곳으로 증가했다. 제빵 프랜차이즈도 `대기업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 SPC그룹의 파리크라상과 CJ그룹의 CJ푸드빌 등이다. 이들은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면서 2009년 1조15억원인 매출이 지난해 1조5733억원으로 57.1% 급증했다. 221억원이던 순이익은 442억원으로 배로 증가했다.
가맹점 수는 1762개에서 2675개으로 약 1000개가 증가했다. 파리바게뜨는 제빵, 치킨, 피자, 음식점 등을 통틀어 프랜차이즈업계에서 가맹점 수가 가장 많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 브랜드을 운영하면서 같은 기간 매출이 5877억원에서 7382억원으로 늘었다. 가맹점 수도 1063개에서 1401개로 2년새 40% 성장했다.
두 회사의 가맹점 수를 합치면 4천76개로 전체 제빵 프랜차이즈 가맹점(5883곳)의 70%에 달한다.
대기업의 제빵 프랜차이즈의 고속성장은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골목 상권을 위협한데 이어 가맹본부들은 신규 가맹점에 특정 인테리어업체를 강요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점주가 개별적으로 시공하더라도 감리비 등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 파리바게뜨가 이런 명목으로 받는 돈은 가맹점당 330만원, 뚜레쥬르는 500만원에 달한다.
해당 업체관계자는 "인테리어업체는 개방형 입찰로 가맹점이 직접 계약해 본사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면서 "현재 국내 제빵시장은 포화상태이다. 이런 이유에서 국외 매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는 신도시ㆍ신 상권에만 새로 점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가맹점에 정기적인 리모델링을 강요한 혐의로 다음달 파리크라상을 제재할 방침이다.
개별 가맹점의 수익성 악화를 고려하지 않고 가맹점 수를 급격히 늘리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제 제빵 프랜차이즈는 200개 가량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가맹점 간 간격이 좁아져 브랜드 희소성이 떨어지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매출이 줄어드는 부작용마저 발생하고 있다.
김기준 민주통합당 의원은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창업전선에 나서는 사람들이 쏟아지는데 대형 프랜차이즈의 횡포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공정위의 철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
유통재벌의 빵집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달 초엔 신세계 유통계열사들이 신세계 에스브이엔에 대해 판매 수수료 책정이나 임대 과정에서 부당지원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2009년부터 신세계SVN의 매출 성장이 둔화되자 부당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세계 계열사 이마트·에브리데이리테일·신세계백화점 매장 내에 입점한 신세계SVN·조선호텔 브랜드의 판매수수료를 낮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부당지원을 했다.
사장단 회의 등에서 허인철 경영지원실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이마트와 에브리데이리테일 등을 통해 신세계SVN 베이커리를 지원할 것을 강조하고 지시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고, 특히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도 판매수수료율 결정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신세계 측은 “인정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어 신세계의 ‘빵집경영’은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전망이다.
신세계는 신세계 에스브이엔(SVN)이라는 제빵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1996년 이마트 분당점에서 1호점을 열었고, 현재는 이마트에 135개(데이앤데이 111개, 밀크앤허니 24개), 신세계백화점에 9개(달로와요) 등 모두 144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지난해 256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를 비롯해 롯데로까지 번질 태세이다.
롯데는 지난 1월 장선윤씨가 운영하던 포숑의 철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동반성장을 위한 정부정책과 소상공인 보호라는 국민 여론에 적극 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가 제빵 사업을 접은 것은 아니다. 롯데는 포숑과는 별개로 롯데브랑제리를 통해 제빵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롯데브랑제리는 롯데쇼핑이 지분 90.54%를 가지고 있는 그룹 계열사로, 롯데마트·롯데백화점·롯데슈퍼 등 그룹 내 유통 계열사 점포에 입점하는 형식으로 131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브랑제리의 매출 906억원 가운데 롯데 계열사를 통한 매출이 544억원으로 60%에 달했다.
유통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제빵 사업을 키우고, 유통사들은 점포 내 베이커리 브랜드를 활용해 고객 유인 효과를 누리는 '내부거래'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로드숍(길거리 매장)도 적극적으로 늘려 10개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롯데가 백화점에 고작 7개 매장을 운영하는 포숑 매각으로 생색을 내면서, 매장이 20배나 많은 롯데브랑제리에 쏠릴 수 있는 비난의 화살을 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무분별할 출점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초토화한 유통재벌들이 자사의 유통채널을 활용해 빵 장사까지 하는 데 대해 지나친 탐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격에 많지 않게 서민 업종으로 돈을 버는 데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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