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CB소송 이건희 상고 포기한 내막
에버랜드 CB소송 이건희 상고 포기한 내막
  • 한국증권신문 기자
  • 승인 201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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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이례적인 상고 포기. 경제개혁연대“상고포기 환영”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인수과정에 개입해 제일모직에 손해를 끼쳤다는 고등법원 판결의 상고를 포기하면서 130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지난달 22일 대구고법 재판부가 제일모직에 130억원을 배상하도록 한 판결에 대해 상고기한인 12일까지 상고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96년 경영권 승계의 목적으로 계열사인 제일모직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인수를 포기하도록 해 손해를 끼쳤다며 13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바 있다.
이로써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주주들을 모집하여, 지난 2006년부터 진행했던 제일모직 주주대표소송이 원고주주들의 최종 승소로 6년 만에 마무리되었다.

[1996년 저가전환사채 발행...16년만에 종지부]

사건은 1996년 10월경 에버랜드가 주주배정 방식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에버랜드의 주주는 중앙일보, 제일모직, 이건희, 제일제당 등이었는데, 주당 7700원이라는 헐값에 전환사채를 발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일제당(2.94% 지분 보유)을 제외한 (법인)주주들은 실권했다.
실권된 부분을 이재용 등 이건희 회장의 자녀가 인수하게 된다. 이건희 회장은 당시 에버랜드의 이사이자 제일모직의 이사로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저가 발행과 제일모직의 실권에 주도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에 대해 2000년 곽노현 등 법학교수 43인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을 통한 편법상속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김용철 변호사 양심선언이 신호탄된 셈]
장기간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던 검찰은 지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 이후 개시된 삼성특검의 수사대상이 되었다.
삼성특검은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 등에 대해 전환사채의 헐값 발행에 따른 에버랜드에 대한 배임행위만을 문제 삼아 기소했다.
제일모직 등 법인주주들의 이사들이 저가로 발행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실권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인주주로서 입은 손해를 산정하기 어려워 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혐의 결정을 했다.
대법원은 지난 2009년 5월 건희 회장 등의 배임 혐의에 대해 여러 사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전환사채가 헐값에 발행되었다는 사실, 주주배정?실권?제3자 배정 등의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과 그룹비서실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배정을 통해 법인주주들에게 선택의 기회가 부여됐다는 형식적인 논리에 근거한 무죄 선고였다.

[시민단체, 주주대표소송 제기]
경제개혁연대는 형사고발 외에 2006년 4월 주주대표소송의 방식으로 제일모직 주주 3명을 원고로 하여 이건희 회장 등 당시 제일모직 전현직 이사와 감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청구금액은 제일모직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실권하지 않고 인수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인 137억여 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2011년 2월 18일, 이건희 회장과 유현식 전 대표이사, 제진훈 전 이사의 업무상배임행위와 임무해태를 인정하여 청구금액 중 130억여 원을 배상하도록 하는 사실상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건희 회장 측은 제일모직에 전환사채 인수포기를 지시한 사실이 없고,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면서 이재용 남매에게 회사의 지배권을 이전할 목적이 아니었으며,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은 것은 경영판단이었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지난 8월 22일 선고에서 “이건희 등이 직접 또는 비서실을 통해 제일모직에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보아 이건희 회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더 나아가 “에버랜드 전환사채는 피고 이건희의 장남 등에게 조세를 회피하면서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이건희 등의 주도로 이루어졌고,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제일모직에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도록 한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 측이 시한인 9월 12일까지 상고하지 않음으로써 이 판결은 최종 확정되었다.
[삼성일가 위해 불법 인정 계기]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법원이 이재용 씨로의 지배권 승계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 비서실이 주도적으로 개입한, 조직적인 배임행위에 의한 것임을 최종적으로 확인해준 것”이라며 “회사와 주주의 이익보다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저지른 수많은 불법행위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삼성특검은 부실수사 내지 사실상 봐주기 수사로 일관해 왔는데, 이에 대해서도 법원이 그 결론을 뒤집은 것으로 과거 검찰과 삼성특검의 직무유기를 확인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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