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이모 상무 자살 사건 ‘전모’
LG유플러스 이모 상무 자살 사건 ‘전모’
  • 박태현 기자
  • 승인 2012.08.28
  • 호수 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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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 질책 후 “실적 압박감 심했나?”

구본무 회장 질책 이후 사업 재편 움직임
LTE사업 집중 IPTV사업 실적 압박 ‘심각’

LG그룹(003550)이 심상치 않다.

지난 7월초 구본무 LG 회장이 임원세미나를 통해 “시장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만큼 사업 전반을 다시 점검하라”는 질책이 쏟아진지 한 달 만인 지난달 LG유플러스(032640, 이상철 부회장)에서 IPTV부문을 담당해 온 고위급 임원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 임원의 자살 배경이 그간의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7시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모 아파트에서 LG유플러스 이모 상무(45)가 투신해 숨졌다.

이 상무는 출근한다며 집을 나와 곧바로 자신이 살던 아파트 옆 동 14층으로 올라가 몸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상무는 숨지기 직전 친척에게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 흔적은 없었다”며 “평소 유가족들에게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해 온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 상무는 투신 당일 오전 사장단에 실적 관련 업무보고를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LG측에선 이 상무의 자살에 난감해 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LG유플러스측은 “(사장단 업무보고는) 일상적인 보고 차원의 회의로 이씨는 영업부문 상무가 아니어서 실적 압박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신사간 가입자 유치를 위한 과열된 경쟁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통신3사는 인터넷 망을 기반으로 한 IPTV 가입자 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인 바 있다. 2007년 서비스 출시 이후 초창기 가입자 유치를 늘리기 위해 보조금 지원을 통한 경품 마케팅 경쟁을 벌였다.
현재 통신3사의 IPTV 시장점유율(6월 기준)은 KT의 올레TV(62%), SK브로드밴드의 BTV(22%), LG유플러스의 마이LGTV(16%) 순이다. 가입자(5월 기준)는 KT(310만명), SKB(100만명), LG유플러스(89만6000여명)순이다.

이는 KT 등 경쟁사가 콘텐츠 확보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시장점유를 확대한반면 LG유플러스는 LTE(롱텀에볼루션)사업 비중을 확대, IPTV사업에 지원을 축소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동료들은 사업초기부터 IPTV사업을 이끌어 왔던 이 상무에게 실적 압박이 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LG유플러스의 한 직원은 “보조금 등 지원이 축소된 상황에서 경쟁사와 시장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며 압박이 컸을 것”이라며 “함부로 사인을 추정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고인이 지인들에게 실적과 관련한 어려움을 여러 차례 호소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LG유플러스측 입장은 다르다. 올해 초부터 LTE관련 사업에 집중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IPTV부문과 관련한 실적 압박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실제 LG유플러스는 1조3500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12월 전국 84개 주요 도시에 LTE망을 구축한 데 이어 올해 3월 889개 군·읍·면 지역과 고속도로, 지방국도 등을 포함한 전국 네트워크를 설치했다. 현재 가입자는 310여만명(23일 기준)으로 SK텔레콤(450만명)보다는 적지만 만년 3위에서 ‘확고한 2위’로 올라섰다.

LG 구조조정 진행형?

LG는 현재 구 회장의 질책성 발언 이후 주요 계열사들이 사업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조만간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PDP A2공장을 폐쇄하고, PDP 모듈 생산을 A3 공장으로 일원화한다. PDP 사업을 축한 이유는 이 시장이 침체의 길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LG이노텍(011070) 역시 디스플레이 사업부의 생산기지인 광주공장을 하반기 차량용 텔레매틱스와 노트북용 무선 통신 부품 기지로 전환한다. 텔레매틱스를 비롯해 차량용 전장부품 사업을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LG 계열사들의 사업 다각화에 대해 LG측은 구조조정과는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들의 사업 다각화는 그 기업들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수단”이라며 “순수한 의미의 사업 다각화로 보면 된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명철 재계3.0 소장은 “이 상무의 자살이 스트레스와 연관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대기업 임원들은 실적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특히 구조조정이나 사업재편 등이 있을 때에는 좌불안석이다. 임원은 엄청난 연봉을 받는 만큼 직급에 따른 책임도 더 막중하고 실적 스트레스도 심하다.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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