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vs 카드사, ‘마일리지’ 신경전
대한항공 vs 카드사, ‘마일리지’ 신경전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4.23
  • 호수 8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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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우월적 지위 남용 또?

대한항공이 신용카드사에 판매하는 항공 마일리지의 가격 인상 요구에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카드사들은 대한항공이 대형 가맹점 카드 수수료가 인상될 것을 대비해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고 대기업의 횡포가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중소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이 거센 가운데 마일리지 가격마저 인상될 경우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카드사에게 마일리지당 15원 안팎으로 판매하던 대한항공 마일리지 가격을 최소 1원 이상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카드사들은 연간 1200~1300억원 상당의 마일리지를 항공사로부터 구입, 회원의 결제 실적에 따라 제공하고 있다. 마일리지 가격이 인상될 경우 카드업계에서는 연간 8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국내 카드사들은 연간 약 1300억원을 국내 항공사에 지불하고 있다”며 “마일리지 가격 인상은 카드사 수익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가격 인상이 끝나면 다른 항공사까지 올릴 가능성이 커 협상에 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일리지 인상, 여신법 개정 대비책?

카드사들은 대한항공이 연말부터 시행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대비, 선제공격을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된 여전법에 따라 대한항공의 수수료율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개정된 여전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카드 수수료율은 업종에 따라 1.5%~4.5%가 적용되고 있어 현재 1.5%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 대한항공은 수수료율 개편 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가격 인상이 개정된 여전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대기업의 횡포라며 지적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같은 방법으로 대기업들이 카드사로부터 수수료 인상분을 빼앗아 간다면 카드사들은 소규모 가맹점의 수수료만 깎아주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간 1조원 이상을 카드로 받고 있는 대한항공의 경우 수수료율이 0.5%만 올라도 50억원이 더 들 것”이라며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일리지 가격을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에서 제휴를 끊으면 마일리지를 대체 공급할 곳이 마땅찮다”며 “대형 공급자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카드사 ‘마일리지 혜택 축소’…소비자만 ‘봉’

대한항공과 카드사 간의 마일리지 논쟁은 소비자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카드사들이 항공사의 마일리지 가격이 오르자 무이자 할부 카드결제 금액에서는 마일리지를 쌓아주지 않는 등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축소하는 방침을 세운 것.

삼성카드는 오는 8월부터 무이자 할부로 결제한 금액에 대해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중단키로 했고, 외환카드도 9월부터 일부 카드를 대상으로 무이자 할부 마일리지 적립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에도 현대자동차가 카드사들을 압박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수수료율을 대폭 낮췄고, 카드사들은 고객의 부가서비스를 축소한 바 있다.

이에 소비자와 카드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한항공은 카드 수수료율과 마일리지 가격 인상은 관계가 없다며 해명하고 나섰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지난 2004년부터 마일리지 가격을 동결해오다 물가와 유가 상승을 반영해 가격조정에 나선 것”이라며 “마일리지 가격협상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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