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씨티은행장, ‘소통부재’에 “노조 뿔났다”
하영구 씨티은행장, ‘소통부재’에 “노조 뿔났다”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4.09
  • 호수 8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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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권 최장수 경영자 연임위기?
노사갈등·고배당 논란 해소 가능할까


하영구 씨티은행장의 리더십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고배당 논란 등으로 한차례 곤욕을 치렀던 하 행장이 이번에는 노조와 연봉제문제 등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것.

은행권 ‘최장기 최고경영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하 행장이지만 동시에 붙은 ‘소통부재’라는 딱지는 내부적으로 노조와 대립각을 세웠고 대외적으로 금융당국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하 행장은 그동안 한국 금융가에서 확고부동하게 입지를 구축해 왔지만 올해 연초부터 불어닥친 ‘소통부재’ 딱지로 인해 위기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 회장, 노조 반발에 굴복

지난달 26일 씨티은행 노조는 은행장 집무실을 기습 점거, 집행부 철야 농성에 돌입한 뒤 9일 만인 지난 3일 사측과 합의 후 농성을 풀었다. 노조가 이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바로 하 행장의 ‘소통의 부재’ 때문이다.

이번 농성의 발단이 된 것은 지난달 23일 하 행장이 단행한 정기인사. 하 회장은 매년 정기인사에 5~10명을 정도를 1급 승진시킨 데 반해 올해는 1급 승진자를 한명도 두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조는 정기인사에 1급 승진자가 빠진 점, 사측이 내부게시판을 통해 1~2급 통합과 3급까지 연봉제 확대 등 직급 및 보상체계 변화 가능성을 언급한 점에 주목, 이를 성과연봉제 확대를 위한 것으로 보고 반발한 것이다.

지난해 씨티은행은 국내외적 경기불안 요인에도 불구, 45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이에 씨티은행 노조는 이 같은 실적이 정기인사를 통해 고르게 배분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하 회장은 금융당국의 고배당 경고에도 불구, 1300억원의 고배당을 실시한 뒤 정기 승진인사에서 조차 1급을 제외해 노조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노조 관계자는 “올해 정기 승진인사는 역대 최소 규모로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1급 승진이 한 명도 없다”며 “이는 전 직원의 희생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 1급 직원의 초임을 없애기 위해 1~2급을 통합하려고 한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결국 1~3급을 통합해 3급 연봉제를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씨티은행은 1·2급에 한해 연봉제를, 그 외에 3~5급은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때문에 매년 시행하던 1급 승진자를 배출하지 않은 것은 1·2급 통합은 물론 연봉제 확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이 노조 측 입장이다.

노조의 반발에 하 행장은 결국 갈등의 불씨가 됐던 인사권과 관련 지난3일 ‘노조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합의서를 써주고 노조와 타협했다.

합의서는 총 4개 문항으로 이뤄져 1~2급 통합은 노사간의 합의사항이라는 것과 내년 승진인사와 관련 노조의 의견에 충분히 수렴할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성과주의를 지향한다는 것과 행장실 점거와 철야 농성에 대해 민시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하 행장이 합의서에 싸인하고 노사 갈등을 봉합한 것과 관련, 은행업계에서는 “은행권에선 초유의 일이고, 하 회장의 입장에서는 치욕적인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행장이 노조에 굴복을 해 의사결정을 바꾼 경우”라며 “합의서가 립서비스용 인지 진정성이 있는지는 향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씨티은행의 악재 속에 하 행장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하 행장은 지난 2004년 씨티은행장을 맡아 10년째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켜왔지만 그동안 국내 서민금융 및 중소기업 지원은 소극적이면서도 고배당과 고금리 대출영업 등으로 모기업인 씨티그룹의 이익에 치우친 경영을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하 행장은 지난 2004년 미국계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에 인수된 후 2005년 916억원, 2006년 655억원, 2007년 917억원, 2010년 1002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45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이중 1300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해 물의를 빚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외적인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하 회장이 위기를 극복, 전무후무한 5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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