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은행 '영업시간’ 놓고 ‘잡음’
금융노조, 은행 '영업시간’ 놓고 ‘잡음’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4.02
  • 호수 8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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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편의는 뒷전…“3년만에 또 바꿔?”

금융노조 “직원 초과근무 시간만 늘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지금이 어느 땐데…”

금융권에 탐욕·도덕적해이 등 비판적인 시각이 강한 가운데 은행권에서 여전히 자신들의 편의만 주장,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노조가 이달 열리는 산별중앙교섭에서 단체협약의 안건으로 현행 은행영업 시간을 30분 늦출 것을 요구한 것.

이에 은행권이 국민편익과 고객의 가치는 뒷전인 채 노조의 권익만 챙기려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은행권 노사 “실효성 클 것”

비난여론에도 영업시간 원상복귀를 관철시키겠다는 금융노조의 입장은 확고하다.

은행원의 노동 시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009년 9시30분부터 16시30분이던 영업시간을 9시부터 16시로 앞당기는 고육책을 단행했지만 결과적으로 퇴근시간은 변함이 없고 직원들의 초과근무만 늘어났다는 주장이다.

성과제일주의 문화가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영업시간 조정으로 초과근무 실태를 알리고 실제 근무시간도 줄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해에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안건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사측에서 임시협약에서 다룰 의제가 아니라며 논의를 거부해 이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노조는 2년에 한 번 있는 이번 단체협약에서 매듭짓겠다며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번 논의를 위해 지난해 11월 한국노동연구원과 은행원 5000명을 대상으로 영업시간 원상 복귀에 대한 설문조사까지 실시했다. 결과는 이달 중 공개할 예정이다.

또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실시 중이다. 관련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셈이다.

유주선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영업점마다 전산화를 명분으로 사람 수는 줄고 근무 시간만 늘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며 “초과근무만 늘리는 꼴이 돼버린 영업 시간을 원상복귀하기 위해 단체협약 협상에서 핵심 안건으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달부터 원상복귀와 관련한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노조의 끈질긴 요구에 은행측은 일단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직원의 권익을 위해 고객의 불편을 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도 “오전 9시부터 9시30분까지는 이용고객이 거의 없는 편이어서 영업시간 변경에 따른 혼란보다는 영업시간을 늦추는 게 실효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 혼란 가중 우려

이 같은 움직임에 은행권이 자신들 편의에 따라 고객과의 약속시간을 너무 쉽게 변경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같이 공적 성격이 강한 조직의 노조라면 공공의 이해를 고려하고 국민이나 기업활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은행의 영업시간은 소속원의 편익에 따라 당기고 늦추고 할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 영업시간이 변경되면 국민들의 혼란은 물론, 고객들의 ATM기 이용문제 등 전산 시스템도 다시 개편해야 돼 사회적 추가 비용도 불가피하다.

금융당국 수장들도 은행권의 영업시간 재조정 논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금이 어느 땐데 은행이 고객의 편의를 외면하는 논의를 하느냐”며 “금융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많은데, 여전히 자신들의 편의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소비자보호에 정책 무게를 두고 은행권의 사회공헌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 주장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은행의 문제를 결정할 때는 고객 위주의 입장에서 살펴봐야 한다”며 “근로시간에 대한 고충이 있는 점은 이해하지만, 은행권의 입장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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