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증시전망, 혼란스런 투자자
엇갈리는 증시전망, 혼란스런 투자자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2.03.19
  • 호수 8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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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가 잇따른 호재로 상승랠리를 유지하면서 국내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저금리 기조로 인해 유동성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이런 현상을 두고 경기회복에 따른 상승장인지, 아니면 침체기 이후 급증한 유동성의 힘에 따른 반짝 상승장(에코버블)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지시간 13일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1.9% 오른 3039.88로 마감, 2000년 12월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했다. 다우지수도 전일대비 1.7% 상승한 1만3177.68로 2008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암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2월 소매판매가 5개월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하며 경기회복세를 증명한 것이 아주 큰 힘이 됐다.

유럽증시도 영국 FTSE100지수가 1.1%, 독일과 프랑스 증시도 1% 중반대의 강한 오름세를 보였다. 독일의 3월 투자신뢰도가 1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주가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스 국채 신용등급 상승도 호재로 작용했다.

아시아 시장도 오름세로 시작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개장 초 1.7% 이상 급등, 지난해 8월1일 이후 처음으로 1만선을 회복했다.

우리나라 코스피지수 역시 1% 이상 상승 출발하면서 2050선을 사이에 두고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장 초반 2% 이상 상승하며 신고가 기록을 새로 쓰는 등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장중 124만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 증시 동반 급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실물경기 회복에 따른 대세상승장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에 의한 반짝 상승, 즉 '에코버블'의 연장일 뿐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긍정론 : 계단적 혹은 점진적 상승이 기대된다

상승추세 전환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이후 이어지고 있는 유동성장세가 실적장세로 변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버블국면에서 벗어나 유동성장세로 성격이 바뀌었는데 미국의 자생적 회복과 하반기 중국의 턴어라운드 기대로 실적장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내년은 기업실적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돼 지수는 계단식 상승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13일(현지시간) JP모간 프라이빗뱅크의 리차드 메디건 최고 투자책임자는 CNBC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가 우리가 원하는 만큼 빠르게 나아지지는 않고 있지만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펀더멘탈이 회복되고 있는 것은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메디건은 시장의 반등이 일직선상의 상승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장의 상승이 있었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대량으로 공급한 데 따른 것인 만큼 이제부터는 민간부문이 공공부문을 뒷받침함으로써 시장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만일 민간 부문에서 충분한 신뢰가 없다면 이러한 흐름은 흐트러지고 우리는 ‘스태그플레이션(불경기와 인플레의 병존)’에 대해 논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디건은 기업 실적이 지난해 예상보다 크게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하며 올해 역시 5~7% 수준의 성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신중론 : 다시 급락할 가망성, 브릭스 성장둔화가 좋은 예

신중론자들은 유동성으로 올라온 증시를 실물경기가 여전히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기업들의 4분기 총 영업이익은 전분기대비 3% 감소할 것으로 보이고 올 1분기 실적 역시 작년말 추정치 대비 3%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경기부활이나 유럽의 재정위기 해법이 미완의 과제인데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시장전략가는 “근본적으로 해결된 문제가 없다. 경기침체와 금융위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단기간의 금리 급락과 유동성의 증가로 주식시장이 반등한 후, 다시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하며 성급한 투자확대 자제를 권고했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에는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온 브릭스 국가의 경제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장기간에 걸친 선진 경제권의 침체가 이들의 성장을 짓누르기 때문으로, 신흥시장 수출 비중이 큰 한국에는 매우 나쁜 소식이다.

브라질의 작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낮췄고 인도 러시아도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브릭스 경제가 경착륙하면 세계 경제는 그 충격을 피해가기 어렵다.

브릭스의 성장 둔화가 일시적인 ‘성장통’인지,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징후인지는 아직 속단하기 힘들다. 확실한 것은 위기에 빠진 브릭스 국가들에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버팀목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위기 탈출을 이끌 새로운 국가군(群)이나 신(新)산업이 나와야만 세계 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예측이 주도적이다.

1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브릭스 국가들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모두 전년보다 둔화됐다고 나왔다.

최근 성장률을 발표한 브라질은 지난해 경제가 2.7% 성장하는 데 그쳐 2010년(7.5%)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도 정부는 이달 끝나는 2011∼2012 회계연도의 성장률이 6.9%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도(8.8%)보다 2%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수치로 2008년(4.9%) 이후 가장 낮다. 2010년 성장률이 10%를 넘었던 중국은 지난해 9.2%로 둔화됐고, 고유가로 그나마 잘 버티던 러시아도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 성장률이 3.8%로 2010년의 실적(4.0%)보다 하락했다.

이 4개 국가의 경제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올해 목표치를 아예 7.5%로 대폭 낮춰 잡았다. 아직 민간에서는 8%대를 예상하지만 이마저도 지난해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최악의 ‘성장률 쇼크’를 경험한 브라질 정부는 올해는 4∼5%로 다소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민간의 전망치는 여전히 3% 초반으로 부정적이다.

종종 브릭스(BRICS)의 또 다른 멤버로 분류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올해 2.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측했다.

브릭스 성장둔화의 가장 큰 원인은 유로존 등 선진국의 심각한 경기침체다. 신흥국은 대체로 낮은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에 의존하는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로, 상품의 종착지인 선진국의 경기에 따라 등락이 심한 편이다. 유럽 재정위기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걸림돌이 됐다. 지난달 중국은 2000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무역적자를 냈고, 브라질도 제조업 침체와 통화가치 급등의 영향으로 수출경쟁력에 타격을 입었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의 엇갈린 정책 기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선진국 서 풀린 경기부양 자금의 유입으로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해졌고 물가를 잡기 위해 중국, 인도 등이 긴축정책을 쓰면서 경기가 둔화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흥국이 최근 10년간 세계 경기 호황 속에서 고도성장을 이뤄냈지만 스스로의 경제 체질 개선에는 실패해 이번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여전히 국가경제가 원자재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브라질 인도 등도 부패나 빈부격차가 10년 전과 비교해 별로 개선된 게 없다는 지적이 많다. 브릭스 국가들이 일정 경제규모에 도달한 뒤 성장률이 장기 정체되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을지 모른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재정위기와 국제유가 급등 등 악재가 산적한 한국으로선 브릭스의 성장둔화는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말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한국의 전체 수출 중 70%가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흥국의 성장둔화는 한국의 수출둔화로 바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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