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보험’ 사기 급증…수상쩍은 홀인원
‘골프보험’ 사기 급증…수상쩍은 홀인원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2.27
  • 호수 8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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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만 가입하면 골프 실력이 수준급?”

캐디·동반자와 공모 경기내용 조작
1년 간 6번 홀인원…3500만원 챙겨

골프보험의 악용 사례가 늘고 있다.

골프보험의 홀인원 축하금 옵션을 악용, 보험에 가입 후 골프장 캐디와 함께 경기하는 사람들이 공모해 홀인원인증서를 위조하는 등 경기내용을 조작, 보험금을 청구하는 폐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

골프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골프시설 이용 중에 상해를 입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이를 보상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때 특별히 골프경기 중에 홀인원을 행한 경우 축하금 형식으로 1회에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500만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약이 있다.

이론상 홀인원 확률은 일반 골퍼들은 1만2000분의 1, 프로 골퍼들은 3000분의 1로 보험사 입장에선 홀인원 축하금 옵션이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골프보험 가입자 중 홀인원으로 보험금을 탄 사람은 9396명으로 총 383억 6400만원의 보험료가 지급됐다.

1인당 평균 408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된 셈이다. 또 이 기간에 3회 이상 홀인원 보험금을 탄 고객은 67명으로 집계됐다.

실제 골프보험에 가입한 A씨는 3500만원의 축하금 형식 보험금을 챙겼다. 보험 가입 이후 계속해서 홀인원 행진을 이어간 것. 홀인원이란 골프에서 티 샷을 한 공이 한번에 홀에 들어가는 것으로 프로 골퍼들 조차 평생에 한번 맛보지 못한 경우가 수두룩 할 정도로 확률이 희박하다. 통산 홀인원 20회를 달성한 ‘골프의 전설’ 아놀드 파머조차 3년에 1번 꼴로 홀인원을 기록했다. 지름 10.8cm의 홀 컵에 지름 4.3cm의 골프 공을 단 한번에 넣기란 말 그대로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나 A씨가 최근 1년간 홀인원을 성공한 횟수는 무려 6번. 보험에 든 다음날 첫 홀인원을 잡는 등 축하금 옵션을 악용해 경기 결과를 조작했다.

B씨는 5개월 동안 동일한 골프장에서 총 3회 홀인원으로 2000만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이 가운데 두 번의 라운딩은 캐디와 동반자가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몇 명만 입을 맞추면 얼마든지 경기내용을 조작할 수 있고 홀인원인증서를 위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축하금이 300~500만원 정도니 비밀 유지하기에도 좋은 셈이다.

또 피보험자 C씨는 같은 골프장에서 5번의 홀인원으로 2500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지만 골프장 홈페이지에는 C씨의 홀인원 기록이 없었다.

금감원, 부당청구 조사 착수

골프보험 사기 급증은 결국 보험사들의 손해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4년간 보험사들의 평균 손해율은 11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10%이상 많아 보험사 입장에서 골프보험은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골프보험의 문제점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손해보험사가 특약형식으로 주로 판매하고 있는 골프보험은 이른바 ‘홀인원턱’을 보장해주고 있어 도덕적해이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업계에서도 ‘홀인원턱’ 비용을 보장한다는 것은 ‘피보험자에게 손해가 난 만큼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보험금 지급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 같은 제보가 끊이지 않자 금감원은 ‘골프보험 사기’와 관련해 집중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금감원은 “최근 3년간의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여 홀인원관련 부당 보험금 수령사례에 대해 집중 조사할 예정”이라며 “제보 내용을 토대로 홀인원과 관련된 부당 보험금 수령 사례를 집중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골프장 관계자, 캐디 및 동반경기자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경기내용을 조작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의 긴밀히 협조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며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사건을 목격할 경우 금감원 보험범죄신고센터로 적극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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